[신도시개발, 이번엔 제대로 하자] 판교 개발계획만 3년..3기신도시 '2년내 속전속결' 버려야
판교신도시 공청회·당정협의 등
다양한 의견수렴 통해 계획 마련
3기 신도시 계획은 '비밀작전'
충분한 논의 없이 급하게 선정
저렴한 분양가·세제혜택 등
기업 입주 파격 유인책도 필요 상>
◇성공한 ‘판교’ 개발안 숙성에만 3년=판교 신도시는 지구지정 이후 개발계획 확정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1년 6월 판교개발 관련 당정협의가 시작된 후 그해 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이후에도 개발 방안을 놓고 공청회, 당정협의,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 등이 이뤄졌다. 최종적인 판교신도시 개발계획은 2004년 3월에야 확정됐다. 주택 수, 벤처단지규모 등을 놓고 방향이 수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혼란도 있었지만 결국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첫 분양은 개발계획이 확정된 후 1년여가 지난 2005년 상반기에 이뤄졌다.
이 같은 기록은 판교개발 백서에 담겨 있다. 당시 작성 책임자였던 임승빈 명지대 교수는 “판교개발은 도시개발로 야기될 갈등의 관리를 위해 주민, 지자체, 정책담당자 간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사전에 정책조정을 했다”며 “이를 통해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기능을 갖춘 강남 대체 신도시를 조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3기 신도시는 9월 예고한 후 3개월 만에 입지가 선정됐다. 내년 하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0년 지구계획수립, 2021년부터 주택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입지선정 이후 분양까지 걸리는 기간이 사실상 단 2년이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신도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지자체의 의견을 ‘보텀업’ 방식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주민들과 더 논의가 이뤄져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2021년에 분양한다는 조급증을 버릴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 지구 입지에 맞게 특색 있는 신도시 건설을 위해 중앙정부-지역-전문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도시 후보지 입지 확정 이후 2기 신도시 주민들과 해당 일부 주민들은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특히 소외된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대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반대 여론이 계속될 경우 3기 신도시 계획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 과거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 주민 반발로 취소된 광명·시흥지구와 하남 감북지구가 대표적 사례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토부는 3기 신도시의 경우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사업비의 20%로 기존보다 두 배로 올려 교통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고 지구지정 제안 단계에서부터 교통 대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기 신도시 사업비중 광역교통개선 부담금으로 책정된 금액은 17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예타 조사 등에 발이 묶여 상당 부분이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역시 3기 신도시에서는 자족용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지만 실제 기업들이 입주할 만큼 과감한 유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수만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인접한 택지지구 및 기존 도시와의 연계성을 살려 개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빈 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토지만 비워놓는다고 기업들이 들어오는 게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입지에 신도시를 지정해야 자족기능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업무용지를 획기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 교수는 “판교 신도시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토지를 저렴하게 분양해 다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들어왔다”며 “3기 신도시 역시 저렴한 토지와 세제혜택 등의 유인을 제공해야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박윤선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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