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밸리처럼 일자리 인프라 갖춘 '자족도시'로 [정부, 3기 신도시 발표]
[경향신문] ㆍ서울 주택수요 분산시키고 ‘베드타운’ 전락 우려도 차단
ㆍ지자체들 일제히 환영…기존 신도시선 집값 하락 걱정
19일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경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과천, 인천 계양은 모두 그간 부동산 업계 등에서 예상해 온 후보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입지 조건을 보면 정부가 추구하는 신도시 모습과 부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은 상당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어야 하고, ‘베드타운’이 아니라 교통망과 일자리 등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자족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했기 때문이다. 택지지구 지정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도 숙제였다.
이런 점에서 서울에 인접해 있으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이 추진 중인 4곳이 최적의 신도시 입지로 낙점받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신도시 지정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일자리 있고 아이 키우기 좋게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 특징으로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를 거론했다. 유치원을 전부 국공립으로 짓고 입주 시기에 맞춰 학교 개교도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판교 테크노밸리나 과천 지식정보타운보다 큰 자족시설 용지를 조성하도록 했다. 직주근접이나 교육환경 등 실수요자들이 주거지를 선택할 때 따져보는 판단요인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남양주 왕숙지구에는 GTX B노선 정차역과 수석대교(남양주 수석동~하남 미사동) 등이 신설된다. 이렇게 되면 청량리역과 서울역까지 각각 10분, 15분이면 갈 수 있다. 자족용지도 GTX B노선 중심으로 판교 제1테크노밸리의 2배 이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하남 교산지구에는 서울도시철도 3호선 연장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우선 시공 등이 예정돼 있다. 3호선 연장으로 수서역은 20분, 잠실역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곳 역시 판교 제1테크노밸리보다 1.4배 이상 큰 자족용지가 들어선다.
인천 계양지구에는 인천 1호선 박촌역~김포공항역을 정차 없이 가는 간선급행버스가 새로 생긴다. 여의도까지 25분이면 도착이 가능하다. 과천지구에는 과천대로~헌릉로 연결도로 신설, 과천~송파 간 민자도로 노선 확장·변경 등이 추진된다. 강남고속터미널과 양재까지 이동시간이 각각 15분, 10분 단축된다. 자족용지는 인천 계양과 과천에 각각 약 90만㎡, 36만㎡ 규모로 조성된다.
■ “시장 불안 시 그린벨트 재검토”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를 두고 ‘신도시 옆 신도시’라고 지적한다. 남양주 왕숙지구 인근에는 별내·다산지구가, 인천 계양지구 근처에는 검단 신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집값이 떨어지고 교통 불편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는 당초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반대에 부딪혔다. 여기에 기존 신도시들이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3기 신도시는 서울시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린 차선책으로 볼 수도 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에 그린벨트 해제는 유보했지만 앞으로 시장이 또 불안해지면 서울시와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를 보면 지역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토부는 신도시 토지를 수용할 때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대토보상’ 대상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원주민들이 국민임대주택뿐 아니라 행복주택이나 10년 임대주택 등에서도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국토부 주관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 현장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이 참석했다. 그간 택지지구 지정을 반대했던 과천시도 “정부청사 이전 등으로 행정도시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짐에 따라 도시 비전이 절실해진 상황”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30여차례 회의를 했으며 3기 신도시는 지자체와 함께 만드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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