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공급' vs '불쏘시개'..3기 신도시, 관건은 GTX [이슈라인]
정부가 19일 발표한 수도권 ‘제3기 신도시’가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 관심이다. 일단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전방위 수요 규제를 시행 중인 정부가 수도권 내 공급확대 정책을 추가하면서 최근 지속 중인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질 듯하다. 다만, 이날 발표된 신도시 입지에 대한 수요자 선호가 갈리는 데다 신도시 건설과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은 집값 안정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19일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3기 신도시 예정지로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4곳을 확정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신도시 예정부지. 연합 |
박남춘 인천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왼쪽부터)가 19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및 수도권광역교통개선 방안’을 발표한 뒤 3기 신도시 건설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수요 분산에 따른 신도시 입지와 인근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이나 도심권 등 전통적인 인기 수요 지역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천, 하남 교산은 강남권 접근성이 좋아 높은 선호가 기대된다”며 “그러나 강남의 고급 유효수요가 분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설명과 달리 3기 신도시 입지가 서울과 그리 가깝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에서 3기 신도시가 서울 경계와 2㎞ 떨어져 서울과 매우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기 신도시는 서울의 경계선과는 가깝지만 서울 도심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게다가 하남 교산지구는 서울 방향으로 야산으로 막혀 있다. 국토부가 이번에 과천에 신도시는 아니지만 중규모 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도 다른 신도시 후보지의 입지가 썩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기 신도시가 주거 안정보다는 대규모 투기를 유발하고 수도권 집값을 더 불안하게 하는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위례, 하남, 광교 등의 신도시는 집값 안정은커녕 투기와 개발 붐으로 주변 집값을 끌어올렸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3기 신도시와 광역교통망에 포함된 7곳의 공공택지와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최대 5년간 토지소유권 및 지상권 등의 투기성 거래가 차단된다. 정부는 그래도 난개발 행위가 발생하면 개발행위허가제한 지역 지정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지역으로 지정되면 3년간 건축물, 토지형질변경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
◆ 광역교통망 개선 대책은
‘3기 신도시’의 성공 여부는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을 최대한 빨리 확충하는 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19일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구별 교통대책도 함께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3기 신도시 입지로 발표한 택지(경기도 남양주시, 하남시, 과천시, 인천시 계양)가 서울 경계로부터 2㎞ 떨어져 있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 축을 중심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지구별 맞춤형 교통대책을 마련해 교통에 불편이 없는 신도시를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남양주 ‘왕숙지구’는 별내선 연장과 GTX-B 노선 역 신설 등 철도망 확충이 핵심이다. 먼저 별내선 별내역∼진접선 3㎞ 구간을 연결하는 데 정부가 광역교통부담금 900억원을 투자한다. 또한 GTX-B 노선 새 역사와 진접선 풍양역을 신설하고, 두 역을 오가는 10㎞ 구간에 기존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업그레이드한 ‘S(Super)-BRT’를 투입할 계획이다. S-BRT는 지하철 시스템을 버스에 도입한 체계로, 전용차로를 이용하고 우선신호체계를 적용받아 지하도로나 교량 등 교차로 구간에서도 정지하지 않고 달린다.
하남 ‘교산지구’는 지하철 3호선 연장을 통해 철도망을 확충한다. 3호선 오금역에서 5호선 연장선인 덕풍역까지 10㎞ 구간을 연장하고 지구 내 역사 2개를 신설한다. 인근 감일지구에도 역사를 1개 새로 짓는다. 도로망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감일∼상사창IC 5㎞ 구간을 먼저 시공하고 추후에 비용을 도로공사와 정산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서두른다.
부가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 인천 계양에 신도시를 건설한다. 공공택지 조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과천에도 중규모의 택지를 조성한다. 신도시의 면적은 남양주가 1천134만㎡, 하남은 649만㎡, 인천 계양은 335만㎡ 순이다. 사진은 1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일대 모습. 과천은 과천동, 주암동 일대가 택지로 지정됐으며 7천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연합 |
과천 지구는 기존 교통망과 함께 GTX-C 노선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교통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GTX-C 노선은 내년 초 기본계획 수립 착수를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2기 신도시의 경우 교통이 부족한 상태로 공급돼 주택가격을 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2기 신도시보다 2배 정도 자금을 투입해 교통 문제를 해소하고 교통이 완비된 신도시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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