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 남기고 떠나는 거장 로버트 레드퍼드

2018. 12. 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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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단한 배우라도 작품보다 배우가 우선할 수는 없다.

작품을 위해 배우가 존재하지, 배우를 위해 작품이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1962년 영화 '워 헌트'로 데뷔한 레드퍼드는 1969년 '내일을 향해 쏴라'로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고 '스팅',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했다.

레드퍼드가 연기한 터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한 수트를 입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은행원의 마음마저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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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화 '미스터 스마일'
'미스터 스마일' [티캐스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아무리 대단한 배우라도 작품보다 배우가 우선할 수는 없다. 작품을 위해 배우가 존재하지, 배우를 위해 작품이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미스터 스마일'만큼은 다소 예외를 인정해도 좋을 듯하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명배우 로버트 레드퍼드의 은퇴작이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가 그를 위한 경의와 헌사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1962년 영화 '워 헌트'로 데뷔한 레드퍼드는 1969년 '내일을 향해 쏴라'로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고 '스팅',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연출에 도전해 1980년 '보통 사람들'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으며,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은 독립영화를 발굴하기 위해 '선댄스 영화제'를 창립하기도 했다.

'미스터 스마일' [티케스트 제공]

그의 마지막 작품인 '미스터 스마일'은 은행털이와 탈옥을 인생 업으로 여긴 전설적인 은행털이범 '포레스트 터커'를 모티프로 했다.

그는 60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은행을 털었다. 1980년 한 해에만 60여 곳 은행을 털었고 같은 곳만 세 번 이상 털기도 했다. 수감된 모든 감옥에서 탈출을 시도했으며 18번 탈옥에 성공해 '탈옥 아티스트'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레드퍼드가 연기한 터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한 수트를 입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은행원의 마음마저 사로잡는다. 그는 은행원에게 가방을 내밀며 "전 지금 은행을 털러 왔어요. 제 가방에 현금을 채워주세요"라고 속삭인다.

당황한 은행원이 가방에 돈을 채우면 그는 미소를 남긴 채 현금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터커는 은행을 터는 와중에도 우연히 만난 '쥬얼'(씨씨 스페이식 분)과 마음을 주고받는다.

'미스터 스마일' [티케스트 제공]

다친 사람이 없고 피해액이 많지 않아 터커의 은행털이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텍사스주 경찰 '존 헌트'(케이시 애플렉 분)는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반복되는 사실을 발견하고 동일인 범행이라고 확신한다.

마침내 헌트는 미스터리 신사 '포레스트 터커'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점점 수사망을 좁혀간다.

얼핏 들으면 흔한 은행강도 이야기 같지만 영화는 그렇게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은행강도 영화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총격전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차량 추격전도 요즘 영화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과격한 연출을 일절 삼간 채 시종일관 잔잔하고 여유 있는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칫하면 지루하게 흐를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감을 유지한다.

레드퍼드는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60년 연기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를 펼쳤고, 씨씨 스페이식과 케이시 애플렉은 그의 뒤를 탄탄히 받친다.

'미스터 스마일' [티케스트 제공]

제작진 역시 레드퍼드 전성기가 시작된 70년대 연출법과 그가 출연한 다양한 작품의 오마주를 통해 경의를 표했다.

로워리 감독은 디지털이 아닌 16㎜ 필름으로 촬영해 70년대 영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분명 올해 촬영한 영화지만 스크린에 비친 화면은 마치 70∼80년대에 찍은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이 이야기, 역시, 대부분 사실이다'(This story, also, is mostly true)라는 오프닝 문구는 레드퍼드 출세작 '내일을 향해 쏴라'의 오프닝 문구인 '이 영화는 대부분 실화이다'(Most of what follows is true)'의 오마주다.

또 포레스트 터커와 존 헌트가 스치듯 만나는 장면에서 헌트가 콧잔등을 만지는 제스처는 '스팅'의 한 장면을 차용한 것이고, 젊은 시절 터커의 사진은 레드퍼드 본인의 과거 사진을 활용했다.

레드퍼드는 연기 인생 마지막 작품인 '미스터 스마일'의 터커 역으로 제76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됐다. 내년 1월 6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레드퍼드의 이름이 불린다면 그는 생에 일곱 번째 골든글로브를 거머쥐게 된다. 이 영화를 봐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된 셈이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미스터 스마일' [티케스트 제공]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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