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장성들, 이재수 빈소 찾는 것조차 눈치 보였나

양승식 기자 2018. 12.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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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만 보내고 조문은 안 와.. 軍인사 "불이익 당할까 못 갔다"

11일 발인을 마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에는 예비역들과 보수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현역 군인들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현역들은 아무래도 이 전 사령관의 빈소에 가는 것을 꺼렸던 것 같다"며 "정권의 타깃이 됐던 분의 빈소에 찾아가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일부 영관급 장교는 소리 소문 없이 왔다가 간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장성급들은 정치적인 해석을 우려해 빈소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광화문 추모식에 몰린 시민들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차려진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추모식을 찾은 시민들이 이 전 사령관을 기리고 있다. 이날 이덕건 육사 37기 동기회사무총장은 추모사에서 “고인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공은 부하에게’라는 쉽지 않은 일을 이루려 한 사람이었다”고 기렸다. /김지호 기자


실제로 국방장관을 비롯한 각군 참모총장들은 이 전 사령관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지만 직접 조문을 가지는 않았다. 빈소를 찾았던 한 예비역 장군은 "아무리 눈치를 봐도 어떻게 빈소조차 찾지 않을 수 있나"라며 "군 장성들이 지나치게 정권의 입맛에 따라 행동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이 군 생활 막판에 몸담았던 기무사 관계자 상당수도 빈소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무사 관계자는 "기무사(현 안보지원사령부)가 이른바 '적폐 청산'의 대상이 돼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을 보좌했던 한 인사는 "빈소를 찾았다가 혹시나 군 당국의 눈에 띄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쉽게 걸음을 하지 못했다"라며 "전 상관의 빈소도 찾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의 한 예비역 후배는 "영장심사 당시 부당하게 수갑을 채우는 바람에 고인께서 수치심을 많이 느끼셨다"며 "그런데도 현역 후배들이 이런 점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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