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축사사무소는 왜 6평 오두막을 지었을까?

매거진 2018. 12.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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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ED 이윤수 대표의 작은 집 철학

세계 랭킹 37위, 직원 600명이 일하는 국내 굴지의 설계사무소 간삼건축.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6평짜리 오두막을 지었다. 공간 디자인을 넘어 제작과 판매까지 직접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한적한 조각 땅에 잿빛 외피를 감싼 ‘ODM’ 모델하우스가 베일을 벗었다. ODM은 ‘Off-site Domicile Module’의 약자로 간삼건축에서 선보인 소형 이동식 주거 모델이다. ODM을 만든 주역인 ㈜간삼생활디자인(GHED) 이윤수 대표를 만나 지난 1년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간삼건축이 이동식 주택을 판다는 소식에 놀란 사람이 많다

ODM은 회사 내 스타트업을 통해 기획된 우리의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내가 건축과 경영을 함께 전공한 터라, 사내에서 시장 트렌드를 조사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일을 맡아 왔다. 다양한 주제를 매주 한 개씩 내놓고 괜찮은 안을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에서 단독주택, 그 중에서도 결국 ‘타이니하우스’에 집중하게 됐다.

왜 타이니하우스인가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으면 사람들은 ‘의식주’ 중 가장 마지막으로 주거에 관심을 돌린다. 이제 우리나라도 사는 곳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무지의 ‘헛’, 스노우피크의 ‘주바코’ 등 소형주택 모델이 판매되고 있고, 독일에서도 클라인가르텐(텃밭이 딸린 소형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10년 내 이런 트렌드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이미 소형 주택 시장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데

맞다. 컨테이너하우스, 철골, 패널 등 다양한 업체에서 소형 주택 모델을 만들어 판매한다. 그러나 이 중 어디에도 건축가가 제대로 그려낸 공간은 없다. 비싼 단독주택이라면 거금을 들여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겠지만, 소형주택을 위해 건축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만들어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건축가가 설계하고 만든 공간을 합리적 금액에 가질 수 있도록’이 우리의 목적이 되었다.

설계는 그렇고 제조·판매까지 직접 하는 이유는     

그간 우리의 일은 도면만 주면 끝이었다. 그런데 소형주택 디자인을 소비자가 도면대로, 적정한 비용으로 직접 만들 수 있을까? 기존의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왔기에, 제대로 디자인을 구현하고 관리하려면 우리가 직접 하는 방법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삼생활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를 꾸리고, 올 초부터 본격적인 제조에 들어갔다. 

제한된 면적 안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도출되었나

이동이 가능한 바닥 면적, 법적인 기준을 고려해 사이즈를 먼저 정했다. 최소한의 선만으로 구성되는 형태를 만들고, 원피스(One-piece)로 현장까지 갈 수 있는 높이를 정했다. 디자인 콘셉트는 ‘북유럽에 있을법한 집’으로 정하고 단순하고 질리지 않은 걸 최우선에 뒀다.

㈜간삼생활디자인(GHED) 이윤수 대표
건축가가 만든 공간을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소유할 수 있도록…

특별히 자부하는 부분은 

ODM은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이 곳곳에 담겨 있다. 한 예로 박공지붕은 한쪽 변이 더 긴 비대칭이며, 실내 벽의 높이도 다르다. 창이 없는 쪽 벽을 키워, 공간적으로 더 안정감을 갖고 활용도를 높였다. 이외에도 셔터 개념의 이중 외피 시스템으로 보안에 강하고, 실내에 기능적인 공간은 빌트인으로 최소화시켰다.

목업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중단 상태이긴 하지만, 대기업과 단독주택 표준모델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1년 반 정도 해 왔다. 그때 연이 닿은 업체 위주로 미팅도 하고, 직접 전국을 돌며 여러 공장들을 답사했다. 목조주택, PC, 철골 모듈러 등 다양한 재료를 고민하다가 목구조로 틀을 잡고 본격적인 목업 제조에 들어갔다. 너무 어려운 디테일이 많아 협력 업체에서도 힘들어 했다. 우리도, 상대 업체도 처음 하는 일이니 기술 뿐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이 절실했던 시간이었다. 최적의 제작 방안을 확정하고 추후 균일한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첫 전시를 백화점에서 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상품으로 가볍게 접근하고 싶어, 현대백화점 판교점 옥상에 첫 전시작을 지었다. 오픈 첫날,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한 분이 당당히 걸어 와 카드 결제를 요청하는 통에, 우리 모두 크게 놀랐다. 정식 출시 전이라 판매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유쾌한 기억이다. 첫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소비자들이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고 우려하는지 직접 소통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

지금은 본격적인 양산체계를 갖추었나

중간에 파트너사가 바뀌는 곡절이 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모델은 많은 부분 업그레이드되었다. 모서리 등에 물끊기 철물도 추가되고 외장재로 쓴 CRC 보드도 시공이 좀 더 간편한 제품으로 바뀌었다. 디테일을 대부분 부품화시켜 지금은 공장에서 조립만 하면 된다.

제품 라인과 가격 구성은 어떻게 되나

NEST 라인은 거실과 주방, 화장실로 이루어진 주거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내부 마감재와 안전도어에 따라서 NEST4, NEST5, NEST6으로 나뉘며, 상품 시작가는 4,380만원이다. 외관은 같지만 실내가 오픈형이라 사무실, 쇼룸, 판매장 등으로 쓸 수 있는 ODM POP 라인은 3,380만원부터 구입할 수 있다.

구입 전, 건축주가 숙지할 사항은

엄연히 주택이므로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20㎡ 미만으로 지목이 대지라면 신고만 필요하고, 대지가 아니라면 개발행위허가를 거쳐 건축신고에 들어가야 한다. 인허가에 필요한 기본도서는 우리가 제공하지만, 수행은 어디서 할 것인지 건축주가 결정할 수 있다. 구입 전 기초(토대) 작업, 인·허가, 운송비, 전기 배선과 정화조 설치 등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약 1천만원 정도로 본다.

A/S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2년의 기간으로 제조사와 이야기가 되어 있지만, 우리도 직접 대응해야 할 것이다. 어디에 배관이 있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무엇인지 익히려고 제작 내내 공장에 상주해 함께 작업을 익혀 왔다. 웬만한 것은 나도 직접 손볼 수 있을 정도다(하하).

우리는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이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겠습니까?

라인업은 계속 추가될 예정인가

ODM은 다양한 스타일을 구현하는 초기 플랫폼이다. 주 디자인은 바뀌지 않고, 목적에 맞춰 실내 구성을 바꿀 수 있다. 또한, 규모가 크길 원한다면 필요에 따라 두 동을 붙이거나 사이에 유틸리티 공간을 두어 확장하는 식으로 제안하고 있다. 전시장, 팝업스토어, 카페 등 상업 공간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ODM으로 구성된 단지 기획 등은

호텔이나 리조트 쪽에서 문의가 많다. 몇몇 곳은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주택 단지는 간혹 의뢰가 오긴 하는데,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리는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들이라 원하는 바를 듣고 거기에 맞는 특별한 에디션을 제공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 기획력이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여긴다.

생활디자인회사라는 이름인데, 앞으로 리빙용품도 다룰 의향인가

무지 같은 회사를 보면 소품부터 시작해 규모를 늘려서 집을 만들었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고,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은 없다. 그리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집이라 여기서 출발했다. 현재는 ODM과 어울리는 리빙용품들을 우리 플랫폼 안에 넣는 데 만족한다. 아웃도어박스, 마미스팟 등 멋진 협력사들이 함께 해주고 있다. 언젠가 우리 브랜드의 상품 기획도 생각해 보고 있다.


간삼건축 같은 큰 회사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시선도 있는데

시장은 다양해질수록 좋다. 기존의 소형주택도 여러 종류로 나뉘고, 고객층도 다를 수 있다. 우린 같은 분야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싶다.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를 개선하는 대화들이 있어야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쇼룸 방문은 언제든 환영이다.

쇼룸은 어떻게 운영되나

테슬라처럼 팔고 싶어서 쇼룸을 만들었다. 고객이 와서 물도 틀어보고 단열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ODM 사용설명서를 웹툰으로 만들어 볼 계획도 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체험 후기도 공유하는 것이다. 진짜 집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마케팅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하하).

작은 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집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구시대 유물 같은 스피커를 들고 뚜벅뚜벅 오두막으로 걸어간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크게 틀어놓고 젊은 시절 향수에 마음껏 젖어보는 시간. 싱글몰트 한 잔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ODM 활용법이자, 작지만 충분한 행복이다. 당신도 누릴 수 있다.



문의|02-2250-6641, www.odmproject.com

쇼룸관람 | 사전예약제

취재_ 이세정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8년 12월호 / Vol.23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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