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식사할 때도 가사와 장삼을 갖췄던 '청정 율사'
"너, 군대에 가야겠다."
1960년대 말 경산(京山·1917~1979) 스님은 상좌(제자) 자광 스님(현 동국대 이사장)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광 스님은 이미 군대를 다녀와 선방(禪房)을 다니던 상태였다. 조계종은 1968년 군승(軍僧) 파견을 시작했으나 지원자가 적었다. '대학 졸업' 등 자격을 갖춘 이도 많지 않고, 군승 가면 결혼하고 종단 떠난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러자 1966~67년 총무원장 시절 군승 도입에 앞장섰던 경산 스님이 "내 상좌부터 가야 한다"며 자광 스님에게 2번째 입대를 명한 것. 자광 스님은 그 명을 따라 1970년 임관해 25년간 군부대를 선방 삼아 수행·포교하고 종단으로 복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과 동국대 이사장을 지낸 경산 스님의 일대기 '청정 율사: 경산 스님의 삶과 가르침'(동국대출판부)이 나왔다. 불교 저술가 박원자씨가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통해 내년 스님의 입적 40주기를 앞두고 펴냈다.
함경남도 풍산 출신으로 스무 살에 금강산 유점사로 출가한 경산 스님 삶의 두 기둥은 계율과 솔선수범이었다. 경산 스님은 젊은 시절 만공·석우·경봉·한암·효봉 등 당대의 고승을 찾아 가르침을 받으며 선승(禪僧)을 꿈꿨다. 종단 행정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청담 스님을 도와 정화(淨化)운동에 앞장서면서부터였다. 동국대 이사장과 총무원장 재임 시 동국대 종비(宗費) 장학생 제도를 도입해 스님들의 현대식 교육에 앞장섰고, 1973~75년 다시 총무원장을 맡았을 때에는 불교계 숙원 사업이던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을 이뤘다. 그 사이 1968~72년 4년간은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無門關)에 들어가 참선수행에 매진하기도 했다.
그가 평생 강조한 것은 '평상심이 도(道)'라는 것이었다. 제자와 신도들에게도 '平常心是道'라는 휘호를 선물하곤 했다. 무문관 수행 후에도 "내가 도를 통했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살아가면서 자연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지, 통했다, 안 통했다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신 계율에 관해서는 추상같았다. 절에서 담근 김치에 젓갈을 넣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혼자 식사할 때에도 가사와 장삼을 갖췄다. 식사 때가 지나면 따로 상을 받지 않았다. 냉면은 꼭 고기 육수가 아닌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었다. 신도 집에 초대받아도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은 살짝 옆으로 밀어 놓았다. 한번은 주변에서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할 것 있느냐?"고 했더니 "사소한 것도 못 지키면서 어찌 큰 것을 지키겠다고 큰소리칠 수 있겠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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