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키기..'양날의 검' 택한 文대통령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면 한쪽 날로 상대를 벨 수 있지만, 밀리면 반대 쪽 날에 자신이 다칠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이란 표현이 지닌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양날의 검을 손에 들었다.
공직기강 논란 속 조국 민정수석 재신임
문재인 대통령은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을 마치고 12월4일 귀국하자마자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으로부터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문제에 대해 보고 받았다. 그만큼 엄중했다. 청와대는 물론 온 대한민국이 문 대통령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조 수석의 경질 여부와 관련한 결정이다. 문 대통령은 '예상대로' 조 수석의 거취에 변동이 없으리란 점을 확인했다.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취임 3년차를 앞둔 문 대통령에게 이번 판단은 여러모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순방 도중 페이스북에 "국내에서 많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을 때부터 많은 이들은 조 수석의 잔류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 청와대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야당의 요구대로 조 수석이 사퇴할 경우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는 형국이 된다. 조 수석 관련 사안에서 대여 공세를 방어하지 못하면 임종석 실장,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까지 줄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핵심 국정과제가 흔들릴 우려도 크다. 이미 청와대는 국가 경제를 설계하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을 악화일로의 경제지표와 비판 공세에 밀려 눈물을 머금고 경질했다. 이후 한풀 꺾인 경제·민생 정책 동력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文대통령 인사 스타일, 양날의 검"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여론이 존재했다. 조국 수석 유임이 몰고올 후폭풍 때문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 민정수석의 평균 임기를 넘긴 조 수석을 교체하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문재인 대통령이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조 수석이 '정권의 상징'으로 프레임화 했다"며 "야당이 조 수석 비토를 요구하던 여세를 몰아 사법개혁 등 조 수석과 관련한 사안을 중심으로 정권을 더욱 심하게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수석은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당선돼 취임한 직후 민정수석으로 발탁돼 19개월째 재임 중이다. 노무현 정부(2003년 2월) 이후 민정수석의 평균 재임 기간이 약 11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일각에선 조 수석이 그간 업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지적하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이 막중함은 물론이고, 사법개혁 역시 아직 어느 하나 성과를 낸 게 없다"면서 "(조 수석이) 일을 만들어내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얼마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사람 없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송인배 정무비서관, 탁현민 선임행정관 등 물의를 일으켜 사퇴 압박을 받은 직원들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월19일 송 비서관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지난 11월17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데 대해 "저희가 알고 있기로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검찰 판단과 결론을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탁 행정관은 임용 초기부터 그의 저서 내용(여성 비하)으로 인해 사퇴를 종용받았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12월3일 MBN에 출연해 최근 탁 행정관과 통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탁 행정관이) 문 대통령과 임기 5년을 같이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송 비서관, 탁 행정관 모두 청와대 실무그룹 중 대표적인 '문재인의 사람'들로 꼽힌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한 번 사람을 쓰면 쉽게 거두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이 여전하다. 특히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장하성 전 실장 등과 같은 자문그룹 출신보다는 정치적 의리로 맺어진 측근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 이들은 정권의 성과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청와대가 당장 조 수석을 경질하진 않더라도, 적절한 시점에 교체하는 '플랜 B'를 구상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