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키즈'들 2년차 징크스 넘을까

2018. 12. 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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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도 ‘2년차 징크스’는 반드시 떼내야만 할 숙명이다. 2019시즌 2년차를 맞이하는 이들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에 ‘월드컵 키즈’가 있다면 야구에는 ‘베이징 올림픽 키즈’가 있다.

한국 야구 역사에 있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잊을 수 없는 업적 중 하나다.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은 김경문 감독의 지도 아래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안았다. 금메달을 따는 장면은 TV를 통해 올림픽을 지켜봤던 소년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그리고 이들이 자라 프로 지명까지 받았다. 이어 2018시즌이 시작됐고 ‘베이징 키즈’들이 본격적으로 활약을 시작했다.

고졸 신인 최초 첫 타석 홈런 강백호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강백호(KT)는 ‘팔삭둥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안고 자랐다. 일본 유명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아닌 고대 신화 속 ‘백호(白虎)’와 같은 이름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만화 주인공 같은 활약을 펼쳤다.

강백호는 사회인 야구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야구를 접했다. 서울 도신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7년 야구를 시작한 강백호는 베이징 올림픽을 보다 준결승전에서 이승엽이 결승 홈런을 때리는 것을 봤다. 그리고 강백호는 이승엽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갔다.

이수중-서울고로 진학한 강백호는 투타를 모두 소화하며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해 스스로 가치를 높였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가 강백호를 선택한 것은 순리였다. KT는 강백호를 선택한 뒤 역대 고졸 신인 야수 계약금 타이 금액인 4억5000만원을 안겼고 외야수로 경기를 뛰게 했다.

두산 곽빈은 학동초등학교 재학 시절 야구부 감독의 추천으로 2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올림픽을 보면서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진 그는 배명고 시절 이미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그 활약 덕분에 강백호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때문에 나란히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들의 투타 맞대결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같은 해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양창섭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두 번째로 지명된 유망주였다. 조금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지만 그 역시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꿈을 키운 어린 소년 중 하나였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박주홍(한화)은 서석초등학교 2학년부터 야구공을 잡기 시작해 류현진(LA 다저스)를 보며 꿈을 키웠다. 베이징 올림픽이 직접적인 계기가 아니었지만 당시 출전했던 선수 중 하나인 이대호(롯데)를 동경해 야구선수의 길을 택한 한동희(롯데)도 있다.

누구나 ‘처음’은 떨리게 마련이다. ‘베이징 키즈’들의 ‘첫 경험’은 상상 이상의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강백호는 데뷔 첫 타석부터 KBO리그 1호 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최초 고졸 신인 데뷔 첫 타석 홈런이라는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또한 9월 15일 삼성과의 수원 홈경기에서는 22호 홈런으로 1994년 LG 김재현이 작성한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까지 경신했다. 10월 9일 한화전에서는 1991년 쌍방울 김기태의 27홈런을 넘어서고 좌타자 신인 최다홈런 기록도 새로 썼다. 올시즌 138경기 출전해 타율 2할9푼 29홈런 84타점 108득점 등의 성적을 냈고 시즌을 마친 뒤 정규시즌 신인왕도 당당하게 차지했다.

강백호의 ‘절친’ 한동희는 6월 6일 NC전에서 1회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2015년 6월 10일 당시 한화 소속이던 신성현(현 두산)이 만루포를 터뜨린 이후 1093일 만에 나온 역대 25번째 신인의 만루홈런 기록이었다.

양창섭과 곽빈은 3월 28일 같은 날 데뷔 첫 승리를 챙겼다. 양창섭은 광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6-0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6번째 프로 데뷔 첫 경기에서 선발승을 챙긴 고졸 신인이 됐다. 또한 류현진 이후로 역대 두 번째 고졸 신인 데뷔 첫 경기 선발 무실점 승리투수 기록도 함께 안았다. 최연소 데뷔 첫 선발 승리(만 18세 6개월 6일) 기록도 달성했다. 같은 날 곽빈은 잠실 롯데전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와 2타자를 상대하며 무실점을 기록해 6-5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 승리투수가 됐다.

같은 날 첫 승리 챙긴 양창섭과 곽빈

한화 박주홍은 ‘동기’들이 부러워할 만한 ‘가을야구’ 경험을 쌓았다. 정규시즌 불펜으로만 22경기를 등판했던 박주홍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데뷔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박주홍은 3.2이닝 3실점(2자책)으로 ‘깜짝’ 호투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2년차 징크스’는 반드시 떼내야만 할 숙명이다. 2019시즌 2년차를 맞이하는 이들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백호는 수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기록된 실책은 6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비에서 종종 미숙한 플레이를 보이곤 했다. 새로 부임한 이강철 KT 감독은 강백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익수로 전향시키기로 했다. 투수 출신인 강백호가 강한 어깨를 더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우익수로 전향하는 강백호가 수비와 타격에서 모두 더 집중해야 할 때를 맞이한 것이다.

양창섭의 올시즌 성적은 19경기 등판 7승 6패 평균자책점 5.05였다. 특정팀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KIA전에서는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고 LG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13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했다. 하지만 두산에게는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12.38을 기록했고 넥센전에서는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7.20을 기록하는 등 기복이 있었다. 내년 시즌에도 선발진으로 자리잡으려면 이 같은 ‘편식’을 버려야 한다.

곽빈은 내년 시즌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는 게 최우선 목표다. 곽빈은 지난 6월 22일 삼성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올시즌 성적은 32경기 3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7.55였다. 그리고 10월 초 우측 팔꿈치 통증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 기간이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곽빈은 내년 시즌 후반기에나 팀 전력에 합류할 수 있다. 흔히 수술을 받은 선수들은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곽빈으로서는 늦게 전력에 합류하더라도 자신이 건강함을 증명해야 한다.

올해 1군에서 87경기에 뛴 한동희는 내년에도 내야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양상문 감독이 새로 부임한 롯데는 내년 시즌을 맞이해 내야진 정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올시즌에는 신인이라는 기본 전제가 있지만 내년에는 더 이상 신인이 아닌 내야 경쟁자 후보군 중 한 명일 뿐이다. 한화 박주홍도 좌완 투수가 부족한 팀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박주홍은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에 차려진 마무리 캠프에서 기대감을 더 키웠다.

김하진 스포츠경향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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