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핀란드]②공교육 천국에도 학원은 있다

2018. 12. 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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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예·음악·춤·연극·스포츠 등 예체능 방과후 수업
국가서 자격 갖춘 학원에 예산 지원..수강료 한 달 6만 원
아빠와 함께 공부하기 (헬싱키=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달 7일(현지시간) 헬싱키 자택에서 사나와 아빠 마르쿠스가 함께 수학 숙제를 하고 있다. 2018.11.7

(헬싱키=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월요일에는 연기(acting)와 댄스 수업, 화요일에는 밴드 음악 수업, 금요일에는 파쿠르(Parkour·지형지물 넘기) 스포츠 클럽이 있네요."

지난달 7일(현지시간) 오후 헬싱키 자택서 만난 마르쿠스 파술라(39)는 올해 종합학교 1학년(한국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사나 파술라(7)의 스케쥴을 빼곡히 적어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파술라가 말한 사나의 스케쥴은 모두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방과 후 클럽(after school club)'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방과 후 클럽도 있지만, 상당수가 개인이나 사설 기관에서 수업을 제공한다. 한국으로 치면 '학원'인 셈이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예체능 교육 기관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학원과는 결이 다르다.

핀란드예술교육협회(TPO)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핀란드 251개 지자체에 건축, 공예, 음악, 춤, 연극 등을 가르치는 예술 교육 기관만 393개다. 여기에 다니는 핀란드 아동·청소년은 12만6천여명으로 2∼19세 인구의 약 12%다.

스포츠 클럽에 참여하는 학생들까지 고려하면 이 숫자는 훌쩍 커진다.

핀란드의 예술 교육 [출처 : 핀란드예술교육협회 안내 자료집(www.artsedu.fi)]

올해 종합학교 7학년(한국 중학교 1학년)인 아바 테모넨(13)만 해도 지역 청소년 축구 클럽에서 일주일에 4번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을 한다.

원래 테니스를 하다가 3년 전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방과 후 시간 대부분을 공을 차며 보내지만 장래 희망이 축구 선수는 아니다.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아바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 뿐 나중에 무엇을 할지는 아직 모른다"며 "지금은 그냥 내 삶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바의 엄마 트티(42)도 "아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고, 그걸로 충분하다"면서 아바의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축구하러 가도 되죠?" (헬싱키=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달 5일(현지시간) 시내 자택에서 만난 종합학교 7학년 아바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축구를 하러 집을 나서고 있다. 아바는 일주일에 네 번씩 축구 클럽에서 훈련한다. 2018.11.5

핀란드 학생들은 이처럼 자신의 흥미와 부모의 조언을 고려해 방과 후 클럽을 선택한다. 학교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원에 가는 학생은 없다.

사나의 아버지 파술라도 "사나와 상의해서 어떤 방과 후 클럽에 갈지 정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바로 그만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건축·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학원에 학생들의 발길이 몰린다.

헬싱키서 25년째 건축·디자인 학원 아르키(Arkki)를 운영 중인 피흘라 메스카넨 원장은 "등록을 원하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4∼19세 학생 500명 정도가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키에서는 패션 디자인부터 집짓기, 인테리어 디자인, 도시 계획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원장 메스카넨부터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모두 수년간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 건축가다.

핀란드의 사설 건축·디자인 학원 아르키 (헬싱키=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달 7일(현지시간) 건축·디자인 학원 아르키에서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2018.11.7

메스카넨은 "아이들을 건축가로 기르려는 게 아니고 집을 만들면서 디자인 창의성을 기르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짓기 과정에서 수치를 재고 계산을 하며 수학을 배우고, 건축 프로그램을 익히며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학습하고, 영어로 발표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습득하는 방식"이라면서 "핀란드에서는 학교서 배운 수학을 학원서 다시 배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아르키에서는 해외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 작년 7월부터 핀란드에 체류 중인 김형목 군(11)도 만날 수 있었다.

김 군은 한국에서 영어와 수학 방문 학습 교육과 과학실험 수업, 예체능 과목 사교육을 받았으나 핀란드에서는 주 1회 아르키에서 수업을 받는 것 외에 드럼과 수영만 배우고 있다.

김 군은 "한국에서도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여기서는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아치형 다리 짓기와 같은 만들기를 많이 해서 훨씬 재미있다"면서 "나중에 크면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핀란드 전통 겨울집 짓기 (헬싱키=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달 7일(현지시간) 건축·디자인 학원 아르키에서 5살 유하니가 아빠와 함께 모형집을 만들고 있다. 2018.11.7

핀란드 국가교육과정에서 예술 교육을 중시하고, 정부가 자격을 갖춘 교육 기관을 선별해 지원하는 만큼 학원비가 저렴한 편이다.

아르키의 경우 프로그램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주일에 1회 90분 수업의 경우 한 학기(4개월)당 180유로(약 23만 원) 정도이며, 대부분이 200유로 미만이다. 한 달에 6만 원 정도인 셈이다. 수업당 학생 수는 10명 안팎이다.

다른 방과 후 클럽 수업료도 비슷한 수준이다.

파술라는 사나가 참여하는 각 클럽에 6개월에 100유로 상당을 지출한다. 아바의 축구 클럽 활동비는 1년에 1천유로로 우리 돈으로 한 달 10만 원을 조금 넘는다.

gogogo@yna.co.kr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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