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6천명 수용 티후아나 경기장, 위생상태 '빨간 불'

차미례 2018. 11. 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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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체, 국가인권위 까지 문제 제기
호흡기병 전염에 '이' 까지 득실거려

【티후아나( 멕시코) =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멕시코의 미국과의 국경지대에 있는 티후아나에서 중미 이민들 600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경기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자원봉사자들과 인도주의적 구호단체들이 2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이 곳에는 원래 수용 가능한 인원의 2배가 넘는 6000여명의 이민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어 몸과 머리에 해충인 이가 득실거리며 옮겨다니고 호흡기병의 감염도 만연하고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지붕도 없는 경기장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흙바닥에서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다가 마침 내린 찬 비로 인해 모든 곳이 진흙탕으로 변해버려 가뜩이나 비참한 상황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이 경기장 한 쪽에서는 악취가 풍기는 임시 간이 화장실 앞에 긴 줄이 늘어선 옆에는 사람들이 샤워를 하는 장소가 있어서 커다란 진흙탕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대형 스포츠 경기장 한 가운데에 야외 결혼식 스타일로 쳐놓은 커다란 천막하나가 있고 주변에 더 작은 텐트 몇개가 있을 뿐인 이곳에는 몇 백명의 인원 밖에는 수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매일 더 많은 이민들이 도착하면서 사람들은 6000명으로 늘어났고, 지금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민들의 절대 다수는 담요나 비닐조각 등을 이어 만든 엉성한 임시 천막에서 잠을 자고 있다. 경기장 안에는 머물 공간이 없어서, 또는 차라리 바깥이 편하다고 생각해서 경기장 밖의 보도 위에서 자는 사람들도 200명이 넘는다. '

엘살바도르에서 온 여성 아스트리드 야하이라는 "어제 물어봤는데 안에는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했다. 경기장의 건너편 한 창고건물 앞 보도에서 친구 3명과 밤을 보낸 그녀는 목감기에 걸렸다며 어디든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 UNICEF)은 이 곳 티후아나에 도착했거나 아직도 멕시코 북부를 통해 국경으로 가고 있는 어린이들만도 1000명이 넘는다며 이들의 건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말했다.

멕시코 현지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28일 현재 티후아나 경기장의 이민 수용인원은 6150명이며 그 중 1068명이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영양실조와 심한 피로,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니세프 구호팀은 경기장안에서 아이들에게 크레용과 그림책 등을 나눠주려다가 있던 자리에서 쫒겨났다. 더 많은 이민들이 몰려들어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도 29일 정부에게 이 경기장의 수용인원이 애초에 3500명이 한도였다며 거의 2배로 늘어난 지금 당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 남부에서부터 이민행렬을 따라오며 봉사에 나섰던 나자렛교회봉사단 소속의 의료 자원봉사자 미겔 루나 비파노는 지금 의료진들은 이가 들끓는 이민들의 해충 구제와 호흡기 감염 때문에 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운 남부에서는 대개 탈수증과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와 물집이 잡히고 부상을 입은 발의 치료에 매달렸었다.

그는 현재의 과포화상태에서는 햇볕을 가릴 천막도 위생시설도 없이 노출된 이민들이 빗물과 추위속에서 더 많이 감기와 열병에 걸릴 것이라며 걱정했다. 게다가 다량의 항생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28일에는 이민들 중에서 일단의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쓰레기 처리 봉사에 나섰다. 여기에 참가한 온두라스출신의 다윈 도아닌 바르달레스(19)는 고무장갑을 끼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참을 수 없는 비위생 상태로 건강이 위험하기 때문에 나섰다. 지금처럼 쓰레기가 계속 쌓여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병자들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티후아나 당국은 28일 비가 내리기 직전에 이민들에게 담요와 천으로만든 천막을 대신하라며 비닐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수용장소를 곧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언제 어디에 마련할지는 말하지 않았다. 대개는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수용소를 마련해 개장을 해도 이 곳 이민들 중 몇 명이나 옮겨가려고 할지는 미지수이다.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소문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 곳 국경에 있는 엄청난 다수의 무리에서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이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속아서 격리, 추방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두가 "차라리 이 곳에서 함께 고생하는 게 낫다"고 말하고 있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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