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또 건드렸나.. 국민불만, 외부로 돌리려는 기획도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접경과 흑해·아조프해 해안 등 10개 지역에서 30일간 계엄령을 발동한다"고 발표했다. 또 일부 예비군 병력 동원 훈련을 실시하도록 지시하는 등 준(準)전시상황에 돌입했다. 전날 러시아 해군이 아조프해의 케르치 해협에서 자국 군함 3척을 포격하고 나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한 뒤 서방국가들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태가 잠잠해질 때쯤 왜 다시 무력 도발이란 강수를 두었을까.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이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전형적인 '왝더독(Wag the Dog)'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인 이 용어는 같은 이름의 1997년작 미국 영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성추행 혐의에 몰린 미국 대통령이 엉뚱하게 알바니아를 폭격하면서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함 포격도 그에 빗댈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 3월 대선에서 76%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작년까지도 81%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잇단 실정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2012년 1만5445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GDP)은 2016년 8748달러로 추락했다. 최근 푸틴이 밀어붙인 연금 지급 개시 연령 5년 연장 정책은 국민의 불만을 키웠다.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정부 불만도는 최근 56%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지난 9월 지방 선거에서 모스크바 동부와 시베리아, 극동 지역 등지에서 친(親)푸틴 후보들이 뜻밖에 패배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국 바너드 칼리지의 킴벌리 마틴 교수는 "러시아 정부 지지율은 국제 분쟁을 일으킨 뒤 치솟았다"며 "푸틴이 지지율을 회복하려고 국제 위기를 초래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한 뒤 푸틴의 인기는 단숨에 20%포인트 뛰었다. 또 2008년 8월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소국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도 당시 총리였던 푸틴 지지율은 88%까지 뛰었다. 줄곧 40%대에 머물던 정부 지지율은 2008년과 2014년 이 사건들 뒤엔 각각 66%와 58%까지 올랐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26일 "분명히 '왝더독' 현상은 있지만 꼬리(국내 불만)가 몸통(국제 분쟁)을 흔들었다는 인과(因果) 관계를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도 애초 조지아가 자국에서 독립하려는 남(南)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을 공격한 데서 시작했듯이, 분쟁이 러시아의 '완벽한 기획'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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