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신보순 2018. 11. 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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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의 일이다.

신출내기 마나운서 기모씨가 중계 마이크를 잡았다.

기씨의 중계방송은 아래층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선배 마나운서 감모씨가 놀라 뛰어올라가는 바람에 중단됐고 달리던 말들도 그제서야 멈춰섰다.

기씨는 마이크 앞에 앉아 선배가 오전에 보던 출마표를 집어들고 중계방송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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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의 일이다. 신출내기 마나운서 기모씨가 중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입사한지 얼마 안됐지만 선배 마나운서가 보는 앞에서 몇차례 중계를 해 보면서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에 선배 마나운서와 하루 몇개 경주씩 나눠 중계하게 됐다.

선배 마나운서는 이제 혼자서도 잘하겠지 생각하고 잠시 커피 한잔 하러 자리를 비웠다.

기씨는 늘 곁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중계하게 됐기에 경주마들이 게이트에 진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8번마가 게이트에 진입했습니다. 이어서 마지막 10번마가 들어가고 있습니다"라고 천천히 레이스 중계를 위한 워밍업을 했다.

드디어 게이트가 굉음을 울리며 열리고 경주마들이 일제히 뛰쳐나왔다.

기씨는 열을 올리며 중계했다. 처음으로 선배 마나운서가 믿고 맡긴 중계인지라 좀더 실감나게 하려고 더욱 열을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경주마 한마리가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경주가 취소된 것이다(당시엔 이런 경우 취소됐다).

그러나 기씨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열심히 중계했고 기수들도 레이스가 성립된 것으로 알고 열심히 달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기씨의 중계방송은 아래층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선배 마나운서 감모씨가 놀라 뛰어올라가는 바람에 중단됐고 달리던 말들도 그제서야 멈춰섰다.

그 뒤 기씨는 레이스가 스타트하면 게이트부터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뛰쳐나오지 않은 말이 한마리라도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는 그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중계방송을 했고 별 실수 없이 제대로 해 나갔다.

선배 마나운서 감모씨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 후배 기씨에게 마이크를 믿고 맡기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감씨는 점심을 먹고 나서 나른함을 느꼈다. 그래서 기씨에게 마이크를 맡기고 사우나에 갔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경주가 시작됐다.

기씨는 마이크 앞에 앉아 선배가 오전에 보던 출마표를 집어들고 중계방송을 열심히 했다.

그러는데 옆방 재결실에서 직원이 달려왔다.

방송중 엔 외부인 출입금지인데 갑자기 사람이 들어오는게 이상했지만 기씨는 무시하고 중계를 계속했다. 재결실 직원이 다급한 소리로 외쳤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기씨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했다.

그러자 재결실 직원이 마이크를 확 나꿔채 꺼버렸다.

"지금 도대체 몇경주 중계하는거냐 말예요. 난리가 났어요, 난리가!"

기씨는 그제서야 출마표를 들여다 보았다. 아니 이게 웬 일. 4경주인데 1경주 출마표를 놓고 중계했으니 난리가 나지 않을 리 만무다.

진상은 이랬다. 마나운서들은 마이크 앞에 출마표를 놓고 들여다 보며 중계한다. 당시는 출마표가 한장의 종이에 인쇄돼 있었다.

기씨는 점심 식사하러 갈때 4, 5, 6경주가 위로 올라오도록 접어서 마이크 앞에 놓고 갔는데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뒤집어진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 바람에 기씨는 상사에게 끌려가 엄청나게 혼나고 징계를 받았다.

그뒤부터 마나운서들은 중계가 끝나는 즉시 출마표의 해당 경주 위에 커다랗게 '×'표를 치는 습관이 생겼다.<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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