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영보촌 형제봉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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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인 1931년 8월, 전남 영암의 영보촌 청년들은 10여년의 준비 끝에 '신사상연구모임'이란 비밀결사 조직을 만든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이른바 '문화통치'란 이름으로 더욱 교묘해진 일제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서다.
이듬해인 1932년 음력 노동절인 6월4일, 이들 청년 70여명은 영보촌 뒷산 형제봉에서 산유회를 가장해 집결했다.
일제는 시위대 중 100여명을 체포하고, 이 가운데 67명을 재판에 넘겨 최고 5년까지 중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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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심사기준 바꾸면서
최병수 선생 등 6명 유공자 추서
한 마을에 15명..독립운동성지로
[한겨레]
일제 강점기인 1931년 8월, 전남 영암의 영보촌 청년들은 10여년의 준비 끝에 ‘신사상연구모임’이란 비밀결사 조직을 만든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이른바 ‘문화통치’란 이름으로 더욱 교묘해진 일제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서다. 이듬해인 1932년 음력 노동절인 6월4일, 이들 청년 70여명은 영보촌 뒷산 형제봉에서 산유회를 가장해 집결했다. 이들은 일제를 향해 ‘이 땅에서 물러가라’, ‘논·밭을 내놓아라’ 라고 외치며 마을로 행진했다. 이에 마을 농민 등이 가세했다. 일제는 시위대 중 100여명을 체포하고, 이 가운데 67명을 재판에 넘겨 최고 5년까지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당시 신문에 ‘영보촌 형제봉 사건’으로 80여 차례 보도되면서 전국의 이목을 끌었다.
농민들의 항일 시위가 벌어진 영암 영보촌이 독립운동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이 마을 출신 최병수·최동림·신용주·신용점 선생 등 6명을 독립유공자로 추서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사회주의 계열이라는 이유로 서훈에서 배제됐지만 심사기준이 달라지면서 뒤늦게 유공자가 됐다. 보훈처는 지난 6월 ‘사회주의 활동 참여자도 북한의 정권 수립에 기여하지 않았으면 포상한다’고 심사기준을 바꿨다. 이로써 이 마을 출신 독립유공자는 모두 15명으로 늘었다. 같은 마을에서 서훈자가 이렇게 많이 나온 사례는 독립운동사에서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독립포장이 추서된 최병수(1906~1965) 선생은 당시 27살로 시위의 중심에 섰다가 1년 7개월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북쪽이 점령했을 때 영암의 ‘내무서장’(경찰서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지금까지 포상심사에 오르지도 못했다. 그는 2015년 8월12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분신해 숨진 최현열씨의 아버지다. 아들 현열씨는 현장에 “바른 역사를 찾으려면 싸울 줄도 알고, 죽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신용주(1906년생)·용점(1910년생) 형제는 노동절 시위에 나란히 참여했다가 1년이 넘게 수감되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농민동맹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거나, 독립운동 이후 행적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잊혀진 존재로 남아있다가 뒤늦게 독립유공자가 됐다.
최윤호(81) 영암농민항일독립운동 기념사업회장은 “주민의 핏속에 불꽃 같은 정의감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모두 항일투사였지만 58명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작은 기념관이라도 지어 마을의 역사를 오래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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