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처가 '지하철역'? 알바몬·사람인 등 공단 제조업 구인광고 절반은 '불법파견'

남지원 기자 2018. 11. 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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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알바몬·사람인·잡코리아·알바천국 등 유명 온라인 직업정보서비스업체에 올라온 공단 제조업 일자리의 절반은 ‘불법파견’ 광고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람을 구하는 업체와 실제 일하는 업체가 다른 불법파견은 노동자들 처우와 지위를 불안하게 할 수 있어 법으로 엄격히 규제돼야 하지만 무허가 직업소개소들이 채용을 대행하거나 구직자들에게 일할 곳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사례도 여럿 발견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한달간 온라인 직업정보서비스업체에 올라온 서울 구로·금천, 안산 반월·시화, 인천 부평·남동, 천안 아산·당진 지역 제조업 일자리 광고 633건을 분석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조사해보니 369건(58.2%)은 구인업체와 사용업체가 다른 파견·도급 일자리였고, 이 가운데 317건(50.1%)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은 업종에서 하도급을 가장해 이뤄진 불법파견으로 추정됐다.

2014년 인천남동공단의 한 가구 제조업체에서 한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음)

불법파견으로 보이는 광고는 알바몬에 올라온 것이 108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람인이 48건, 잡코리아 46건, 알바천국 30건, 파인드잡 28건 순이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워크넷과 일자리지원센터에서도 각각 9건, 7건의 불법파견 광고가 발견됐다. 민주노총은 “제조업 생산직은 파견법상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인데도 직접고용이 정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력파견업체와 직업소개소가 사실상 영역 구분 없이 활동하기도 했다. 직업소개소로 허가받은 업체가 구직자들과 근로계약을 맺고 공장에 인력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파견업체가 허가 없이 직업정보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구직자들은 어디서 일하는지도 모른 채 면접을 보고, 무허가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뒤 공장에 보내지는 일이 많았다. 조사대상 광고 중 278건(43.9%)은 구인광고에 실제 일하는 회사의 정보가 없었다. 구인업체와 통화 연결이 된 152곳에 회사 이름과 위치를 물어봐도 65곳(42.8%)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근무처가 지하철역으로 적혀 있거나, 충남 천안 공단에서 일한다는 구인광고의 근무처가 ‘서울시청’으로 표기된 사례도 있었다.

불법파견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신분이 불안정해 해고당하기 쉽고,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거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요구당하는 일도 많다. 민주노총은 “파견과 용역, 직업소개사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바람에 고용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한 불법파견이 만연하고, 구직자들과 노동자들만 불이익을 떠안고 있다”며 정부에 단속을 촉구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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