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만 나쁘다? 성인물로 돈 버는 웹하드의 실태

백철 기자 2018. 11. 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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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1월 8일, 위디스크(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웹하드 업체)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 위디스크 홈페이지 캡쳐

웹하드 서비스가 대체 뭐길래 원래 웹하드는 인터넷 저장공간 서비스로 시작했다. 웹하드란 말 그대로 인터넷에 하드디스크 저장공간을 확보해주는 서비스였다. 지금도 개인, 기업뿐 아니라 정당이나 시민단체에서도 자료 저장 용도로 웹하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웹하드는 자료의 저장보다는 공유가 주목적이다. 업로더(자료 올리는 사람)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자료를 무료로 올릴 수 있다. 그러면 다운로더(자료 내려받는 사람)가 업체에 일정한 요금을 내고 자료를 내려받는다. 웹하드 업체가 지정한 일정 요건을 갖춘 업로더는 판매자, 속칭 헤비 업로더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업로드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와 자료의 저장공간이 늘어난다.

웹하드 이용자가 다운로드를 위해 내는 비용은 웹하드 업체, 업로더, 저작권자가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갖는다. 업로더에게는 10% 정도의 이익이 떨어진다. 큰 수익보다는 자신이 다운로드 받을 무료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 소량을 업로더하는 사람도 다수 존재한다.

웹하드 이용자들은 누구?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2011~2012년 검찰은 여러 웹하드 사이트를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수사했다. 또한 p2p(이용자끼리 직접 주고받는 서비스) 사이트, 스트리밍 사이트 등의 활성화로 과거처럼 웹하드가 정보공유의 제1통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10년부터 다년간 웹하드 업체에서 일했던 최진성씨는 “웹하드의 이용층이 생각보다 낮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나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의 웹하드 이용 실태는 20대 초반이나 40대 중반 여성들의 이용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그는 “20대 초반, 40대 중반 여성들이 남성 취향의 성인 영상을 많이 받아 본다. 실제 그 연령대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저희가 자체적으로 분석했을 때는 남학생들이 엄마나 누나의 개인정보로 가입해서 다운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는 웹하드 서비스는 최신 서비스가 아니라 오래된 서비스라고 말했다. 저작권 자료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는 PC통신 시절의 클럽 자료실을 웹하드 서비스의 시초로 보는 이도 있을 정도다. 최씨는 “이미 20년 정도 굳어진 상황이라 웹하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계속 쓰는 것뿐이고 새로 유입되는 이는 별로 없다. 성인영상 보러 왔던 청소년들도 성인이 되고 노하우를 알게 되면 웹하드보다는 p2p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더라”고 말했다.

이벤트 사이트와 헤비 업로더? 양진호 회장의 위디스크는 대포폰으로 헤비 업로더들을 관리했다. 회사에서 헤비 업로더들에게 컴퓨터를 제공하거나 더 높은 수익금을 나눠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웹하드 업체에서 기술본부장을 지낸 김현진씨(가명)는 헤비 업로드의 역할은 ‘이벤트 사이트’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벤트 사이트란 새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만드는 일시적인 사이트다. 과거 웹하드 업체들은 PC방, 식당 등에서 무료 쿠폰을 뿌렸고,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벤트 사이트만큼 신규 회원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이벤트 사이트를 만들기 전에 헤비 업로더를 유치한다. 다른 웹하드에서 유명한 업로더가 이쪽으로 넘어왔다는 소문을 내면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이 몰려든다.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정도 헤비 업로더가 활동을 하다 보면 그 중에 일부는 자발적으로 판매자 등록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헤비 업로더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일어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헤비 업로더는 빠진다.

하지만 김씨는 헤비 업로더 대목에서는 “민감한 부분”이라며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그는 웹하드의 실소유주들은 헤비 업로더의 구체적인 신상을 다 알고 있지만, 본부장까지 지낸 자신에게도 정확한 신상은 말하지 않을 정도로 헤비 업로더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안을 지킨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휴계약이 없던 과거에는 저작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벤트 사이트가 이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단 필터링이 허술하게 사이트를 만들어 둔 뒤 저작권이 걸린 영상을 싼값에 공급한다. 저작권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사이트의 겉은 폐쇄시키고, 실제 내용물(회원정보, 자료 데이터베이스 등)은 다른 사이트로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11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전현진 기자

웹하드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김현진씨는 “웹하드 매출의 95% 이상이 성인 동영상”이라고 말했다. 웹하드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영화, 드라마, 방송,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다. 그리고 맨 끝에 성인물 카테고리가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것으로 내는 매출은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웹하드에도 저작권 개념이 확실해지고 제휴 콘텐츠(저작권자와 계약을 맺은 콘텐츠)와 일반 콘텐츠가 나눠지기 시작했다. 저작권자에게도 떼줘야 하는 제휴 콘텐츠보다는 자신과 업로더 사이에서만 수익을 분배하면 그만인 일반 콘텐츠를 많이 다운 받는 것이 중요하다.

웹하드 등록제 이전엔 저작권 위반 자료로 업체들이 돈을 벌었다. 웹하드 등록제 즈음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많은 웹하드 업체들이 수사를 받은 이후로는 저작권 자료보다 성인 영상 중 ‘일반 콘텐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게 최진성씨의 설명이다.

물론 지금도 제휴 콘텐츠를 일반 콘텐츠로 둔갑시켜서 업로드하는 이들이 있다. 방송사 등에서 배포용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던 홍상규씨(가명)는 “마음만 먹으면 영상 필터링을 우회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웹하드에 제휴 콘텐츠가 올라오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방송사 프로그램이 끝나면 방송사에서 자체적으로 제휴계약을 맺은 웹하드 업체에 동영상을 공급한다. 각 영상에는 고유의 DNA 값이 존재한다. 제휴를 맺지 않은 업체에서 영상이 올라오게 되면 방송사 모니터링 요원이 필터링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홍씨는 “원본 영상에서 특정 부분을 잘라내거나, 광고 영상을 붙이는 방식으로 영상의 DNA를 바꾸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람 입장에서는 이 영상이나 저 영상이나 같은 내용이지만 기계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영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씨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디지털 성폭력물이 웹하드에 올라오는 이유? 양 회장은 ‘몰카 제국의 황제’로 알려졌다. 웹하드 업계 관계자들은 몰카 등 웹하드의 수익구조에서 디지털 성폭력물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현진씨는 성인 영상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의 패턴을 보면 합법적으로 제작된 것보다 불법적으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는 영상에 다운로드 숫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또한 성인 영상 ‘일반 콘텐츠’라 해도 디지털 성폭력물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일반 콘텐츠’의 대부분은 일본 성인 동영상(AV)이다. 김씨는 “올라오는 영상의 제목만 보면 이게 일본 AV인지 아니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몰카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동영상 필터링까지 거치면 기술적으로 알 수가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서 저작권 자료나 디지털 성폭력물을 못지운다는 말도 있는데 솔직히 기술적으론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성인 영상 일반 콘텐츠 중 일본 AV와 디지털 성폭력물의 매출액 비율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휴 콘텐츠 중에도 디지털 성폭력물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의 영상이 마치 합법적으로 제작된 에로비디오처럼 유통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저희에게 신고한 피해자 영상을 삭제하던 과정에서 같은 영상이 제휴 콘텐츠로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영상이 아니라 이 영상 앞뒤에 제작된 영화의 감독 등 스태프 이름까지 나와서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최근엔 중국 등 해외에서 가져온 영상인 것처럼 피해자들의 실제 영상이 업로드되는 경우도 있다. ‘국산’ 키워드는 차단된 곳이 많지만 중국, 동남아 관련한 키워드는 대부분 웹하드에서 열려 있다. 그 중에는 한국에서 촬영된 영상도 있다는 게 시민단체 쪽의 설명이다.

웹하드 전직 직원 최씨는 검색 차단만으로는 걸러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골적인 몇몇 키워드는 막혀 있지만 파일 자체가 삭제되는 건 아니다. 하나의 검색어가 막히면 웹하드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 내고, 업로더도 이에 맞춰서 새로운 키워드를 제목에 달아 영상을 올리면 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 대표는 실제 디지털 성폭력 영상뿐만 아니라 이런 영상을 조장하는 영상 제목에 대해서도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영상은 아니지만 마치 성폭력 피해 촬영물인 것처럼 제목에 ‘유출’, ‘몰카’ 등을 달고 버젓이 제휴 콘텐츠로 나오는 영상도 너무 많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성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하는 문화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웹하드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사이트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웹하드는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피해 영상을 삭제하거나 키워드 검색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해외에 기반을 둔 스트리밍 사이트는 그것마저 어렵다. 서 대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웹하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갔다. 방통위에서 많은 곳을 차단하고 있지만 차단되지 않은 곳도 많다. 저희가 확보하고 있는 곳만 해도 2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합치고 쪼개는 웹하드 업체들 양진호 회장이 실소유자로 알려진 웹하드 업체는 위디스크(이지원인터넷서비스)와 파일노리(선한미디어)다. 둘 다 한모씨가 대표이사로 있으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유스페이스밸리 건물의 같은 층을 쓰고 있다. 양 회장의 엽기행각이 알려진 이후 양 회장이 나눠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쪽이 단속됐을 때를 대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웹하드 업체 직원이었던 최씨는 회사를 형식상 쪼개는 것은 양 회장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일했던 웹하드 ㄱ업체의 실소유주는 정모씨다. ㄱ업체는 위디스크만큼이나 오래된 웹하드를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정씨는 ㄱ업체와 ㄴ업체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박모씨와 김모씨가 대표로 있었다. 최씨는 “단속에 대비한 목적도 있지만, 매출을 쪼개서 세금을 아끼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정씨가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ㄱ업체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2014년 ㄱ업체는 다시 자회사인 ㄷ업체를 세웠다. ㄱ업체와 ㄷ업체는 각각 다른 웹하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웹하드 등록제에 따른 등록사업자 현황에는 2개의 업체로 나온다. 하지만 법적인 대표이사도 동일 인물이고 회사 주소도 똑같다.

반대로 하나의 업체가 다수의 웹하드 업체를 합병해 몸집을 불리는 경우도 있다. 올해 9월 기준 등록된 웹하드 업체는 46곳이며 53개의 웹하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4년 전만 해도 지금은 사라진 많은 웹하드 이름을 찾아낼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웹하드 업체의 이름은 대형 웹하드 사이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쉐어박스(기프트엠)에 들어가면 로그인 화면에 다양한 서비스 이름이 보인다. 과거엔 존재했다가 지금은 없어진 웹하드 서비스다. 쉐어박스의 경우 슈퍼다운, 다운데이, 다이하드, 아톰파일 등이 통합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피디팝(티비이엔엠)의 경우 짱하드, 모모디스크, 와와디스크 등을 통합했다고 나온다. 없어진 웹하드의 과거 주소를 브라우저에 입력하면 통합된 현재의 웹하드 서비스가 나온다. 겉으로는 많은 웹하드가 나타났다가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회원, 자료 데이터베이스는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이다.

웹하드 업체에서 개발본부장을 지낸 김현진씨(가명)는 “몇 개 웹하드 업체에서 일했지만 실소유주랑 법적 대표가 동일인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정부에 등록된 사람들도 대부분 바지사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웹하드 합병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신규 인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일시적으로 웹하드를 운영하고, 충분한 회원정보와 자료가 모였다 싶으면 기존 업체에 합병시키는 것”이라며 ‘이벤트 사이트’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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