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 김선호 "첫 사극 도전, 연기 마음에 안 들어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인터뷰]
[경향신문]
지상파 방송사 미니시리즈 드라마들이 잇따라 한 자릿수 ‘시청률 기근’을 겪는 가운데, 홀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이다. <백일의 낭군님>은 완전무결한 왕세자 이율(도경수)이 기억 상실증에 걸려 쓸모없는 남자 ‘원득’으로 전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 로맨스 겸 궁중 암투극이다.
7회 방송부터 연일 지상파 포함 전체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했던 <백일의 낭군님>은 마지막 회였던 16회에서 14.4%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도깨비>, <응답하라 1988>, <미스터 션샤인>의 뒤를 이어 역대 4번째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배우들 모두 시청률이 이렇게까지 잘 나오리라곤 생각 못 했을 거예요. 사전 제작이라 다들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봤는데, 시청률이 올라간 날 단체 메신저 대화방이 난리가 났어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배우 김선호(32)는 이렇게 말했다. 김선호는 홍심(남지현)을 짝사랑하는 인물이자 왕세자 이율을 돕는 한성부 참군 정제윤 역으로 출연해 호응을 얻었다.
<백일의 낭군님>은 김선호의 첫 사극 도전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선호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사극 말투를 내가 잘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며 “그래도 ‘배우로서 사극은 한 번 해봐야지’라는 생각과 주변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뒤늦게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의 흥행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스스로에 대해선 전혀 기대감이 없었다”는 다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촬영할 때 내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혼자 실망하고 어떤 벽을 만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방송 이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걸 보고 ‘나 혼자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번 작품은 내 안에 있는 벽을 허문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선호는 <옥탑방 고양이>, <연애의 목적>, <트루웨스트>, <클로저>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10년 차 연극배우로 연극계에서는 이미 유명 스타다. 지난해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으로 처음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렸다.
그는 “연극은 처음부터 맡은 인물의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반면, 드라마는 대본이 끝까지 나오지 않아 끝을 모른다는 차이가 있다”며 “연극을 하면서 그동안 내면에 쌓아둔 인물상을 드라마에서 한 명 한 명 꺼내서 쓴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밝고 유쾌한 성격을 가졌지만, 김선호의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는 “한 작품이라도 ‘저건 나야. 나만 이 인물을 소화할 수 있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인생 역할을 만난다면 배우로서 행복할 것 같다”며 “결국엔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게 가장 한국정서에 맞는 배우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목표가 더 있다면 동료 배우들에게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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