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들이 탔던 배 다시 바다로
길이 34m, 너비 9.3m, 높이 3m
"고려와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컸던 고(古)선박을 옛 모습대로 다시 만들어 보자!"
이 유례없는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전남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추진됐다. 1607년(선조 40년)부터 1811년(순조 11년)까지 200여 년 동안 12번 조선과 일본을 왕래했던 배, 조선통신사선(船)이다. 부산에서 대한해협을 건너 시모노세키와 세토내해를 지나 오사카까지 갔던 대형 선박. 연구소는 그간 다섯 척의 고선박을 복원했지만 모두 규모가 작았다. 홍순재 학예연구사는 조선통신사선의 복원에 대해 "수중에서 발굴된 고선박 복원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전통 조선(造船) 기술을 전승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한 가지 더, 이 배의 제작 기술을 파악하면 거북선을 복원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한데 당시 배를 만들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을까? 다행히 선박 운항 실태가 적힌 1763년 '계미수사록', 조선통신사선의 주요 치수인 도해선척식(渡海船隻式)이 실린 1802년의 '증정교린지', 배의 전개도와 평면도가 수록된 1822년의 '헌성유고'가 있었다. 일본인들이 조선통신사선을 보고 그린 '조선통신사선도' 같은 그림 자료도 남아 있었다. 여기에 2015년 수중 발굴된 조선시대 선박 마도 4호선이 실물 자료 역할을 해 줬다.
강원도에서 벌채한 수령 80~150년의 금강송 900그루를 1년 반 건조(乾燥)해서 배를 만들었다. 도면을 30차례 수정해 가며 완성된 배는 길이 34m, 너비 9.3m, 높이 3m, 돛대 높이 22m, 총톤수 149t이며, 72명이 탈 수 있는 규모다. 한 번에 6척이 이동하던 조선통신사선 중 가장 컸던 정사(正使)의 기선(騎船·사신이 탄 배)이다. 국왕이 파견하는 사절단 격식에 맞게 갑판에 판옥(집)을 짓고 누각을 올렸으며, 난간엔 화려한 단청을 칠했다. 목재(6억3000만원), 선박 건조(14억9000만원)를 합해 모두 21억2000만원이 투입됐다.
이 배는 지난 26일 목포시 용해동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앞바다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첫 시범 항해에 나섰다. 항해 속도는 7노트(시속 13㎞), 엔진을 가동하면 10.5노트(시속 19.5㎞)다. 조선통신사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 등재 1주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조선통신사선은 앞으로 선상 박물관과 승선 체험장으로 운영되며, 한·일 조선통신사 축제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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