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부린 마술..삼청동 찾아온 '라포르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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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로 가는 길.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피해 전시장 문을 다급히 열었더니, '라포르 서커스'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24일부터 갤러리현대서 열리는 박민준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는 가상 서커스단과 단원들, 동물들을 붓으로 불러낸 작업으로 채워졌다.
쌍둥이 곡예사 라포·라푸를 중심으로 '라포르 서커스' 극단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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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닮은 줄타기에 매료돼 서커스 작업 구상"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로 가는 길.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피해 전시장 문을 다급히 열었더니, '라포르 서커스'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무대에는 황적청록 장막이 드리웠다. 여러 가닥 색줄도 어지러이 쳐 있다. 다양한 장신구를 얹고 색을 칠한 코끼리와 호랑이, 도마뱀, 말이 사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곡예사들은 동물을 조련하거나 기예를 닦는 중이다. 무대 중심의 거인은 술의 신 바쿠스다.
미술가 박민준이 세로 210cm 가로 291cm 캔버스에 펼쳐낸 서커스 한 장면, '판테온'(2016∼2017)이다. 24일부터 갤러리현대서 열리는 박민준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는 가상 서커스단과 단원들, 동물들을 붓으로 불러낸 작업으로 채워졌다.
배경지식 없이 박민준 그림을 보는 순간, 유럽 미술관에 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서양 고전회화를 빼닮은 스타일 때문이다. 뚜렷한 명암 대비를 통한 입체감과 극적인 연출이 느껴진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그림 '의심하는 도마' 이야기를 꺼냈다. 예수 부활을 믿지 못하고 그 옆구리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는 도마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의심하는 도마'를 본 순간, 서양미술에 로망을 품게 됐어요. 그림 한 점이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색감과 광선이 주는 드라마틱함이 너무 좋았어요."
고전 회화풍 필법과 구도를 한 박민준 그림은 그래서 처음에는 낯익다.
그러나 작가가 빚어낸 형상들을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그림은 다시 낯설게 느껴진다. 사람과 대화하는 파란 원숭이,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는 동물 조련사 등은 "혼자 앉아 상상하는 일을 즐긴다"는 작가가 창조한 존재들이다.
갤러리는 이를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표현을 빌려와 설명했다. "인물들은 현실과 환상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인물과 상황들을 작가는 납득이 가능한 하나의 세계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왜 서커스를 이번 전시 무대로 점찍었을까. "원래 줄타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좌우로 흔들리잖아요. 저도 작가로서 다양한 것들에 흔들려 왔거든요."
전시장 중앙에 의자가 놓인 2층이 특히나 흥미로운 공간이다. 작가가 직접 영국에서 공수해와 장식한 의자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다 보면, 서커스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2015년 7년의 뉴욕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작가는 3년에 걸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에 맞춰 300쪽에 가까운 동명 소설(출판사 켈파트)도 출간했다. 쌍둥이 곡예사 라포·라푸를 중심으로 '라포르 서커스' 극단 이야기가 담겼다.
"그림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있는데 평면회화는 이를 다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요. 이야기를 직접 드러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글을 쓰자고 결심했어요."
'라푸-파랑새를 잃어버린 광대'(2018)처럼 거칠고 활달한 붓질로 완성한 그림들도 함께 걸렸다. "작가가 아닌 라푸 시선으로 본" 초상과 풍경화는 전시장에 또다른 리듬감을 준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문의 ☎ 02-2287-3500.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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