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크로 최창영 대표 "축구와 산업이 상생하는 건강한 생태계 만들고 싶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2018. 10. 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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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이익보다는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Moves Like Zaicro 자이크로의 경영 철학이다. 최창영 대표(44)는 “모두가 오늘의 스포츠만을 생각할 때 자이크로는 내일의 스포츠를 생각합니다. 당장 이익이 되지 않을지라도 세계의 어린이들과 함께 스포츠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며 상생의 스포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스포츠 브랜드 자이크로 최창영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Buy One Dream One’…. 자이크로 제품을 하나 사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한다….

자이크로를 설립하면서부터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축구용품을 후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케냐, 탄자니아, 말라위, 우간다 등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맨 땅에서 신발도 없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축구공, 축구화 등 축구 용품 지원을 시작했다.

“자이크로도 기업이기에 이윤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축구를 통해 꿈을 실현하려는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에게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조금씩 늘려왔습니다. 기부는 습관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회사 창립 초기에 그 일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기반으로 자이크로가 탄생한 만큼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자이크로 최창영 대표는 “축구를 통해 전세계 어린이들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창영 대표가 말라위 어린이들에게 축구용품을 지원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자이크로를 설립하기 전 스포츠 브랜드 회사에서 홍보팀을 맡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축구와 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국내 스포츠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축구와 야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브랜드는 더 많은 돈을 내놓았고, 구단들은점점 더 글로벌 브랜드에 의존하게 됐다. 반대로 국내 브랜는 양대 인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서 모든 스포츠 현장에서 사라졌다.

“경기장에 팬들이 많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입니다. 특히 축구가 심각해서 관중석에 점점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죠. 아시안게임 이후 국가대표팀의 선전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속빈 강정입니다. K리그는 더이상 글로벌 브랜드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아닙니다. 그런데 글로벌 브랜드의 지원이 끊기자 오히려 몇몇 구단이 유니폼을 구입하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스포츠 브랜드가 없는 시장 상황이 도리어 최 대표가 자이크로를 설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국내 대기업들이 스포츠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를 거듭하던 틈새시장에서 자이크로가 탄생한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니 모든 사람이 비웃었습니다. 1년 안에 망할거라고 하더군요. 대기업도 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하냐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틈새 시장을 봤습니다. 대기업이 아니기에 할 수 있다고 믿었죠.”

물론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아무리 발을 굴러 점프를 했지만 공을 머리에 맞추기조차 힘들었다. 이 때 그가 찾은 것은 해외 시장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해외 시장에도 틈새를 노리는 파트너들은 존재했다. 다양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에서 조각들이 맞춰지자 모자이크가 완성됐다.

“모자이크는 자이크로라는 이름의 모티브입니다. 모자이크에서 제가 생각하는 기업의 나아갈 방향성을 합쳐서 자이크로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최 대표는 자이크로를 국내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국내 시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구단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후 국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물론 국내 츠포츠 구단들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자이크로 브랜드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상황은 달랐다. 동남아시아에서 자이크로는 어느새 나이키, 아디다스와 똑같이 외국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었다. 규모는 천양지차지만 외국 브랜드라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태국 포트FC, 베트남 호잉 아인 잘라이 FC가 자이크로와 파트너십을 협의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국내 스포츠 구단과 스폰서십으로 나타났다.

올시즌과 함께 마침내 수원삼성 구단과 유니폼 공식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K리그에 ‘자이크로’ 브랜드를 아로새겼다.

최창영 자이크로 대표(왼쪽)과 수원삼성블루윙즈 박창수 단장이 공식 용품 후원 조인식을 한 후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수원삼성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어요. 아디다스와의 유니폼 후원 계약이 끝나는 해였죠. 아디다스로부터 더이상 후원 계약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수원 역시 다른 브랜드를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사무실 문을 노크했죠. 당시 김준식 대표님께 한국 축구가 살기 위해서는 한국 자체 스포츠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축구와 축구 산업이 서로 도우면서 상생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국내 자체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리그가 위기를 겪으면 글로벌 브랜드는 가차없이 철수한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브랜드는 그렇지 않다…. 이런저런 얘기를 마구 쏟아냈던 것 같습니다.

두서 없었지만, 열정은 국내 최고 명문 축구단 대표를 감동시켰다. 김 대표가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락하면서 수원삼성이 올해부터 자이크로 브랜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이크로 정도 규모의 회사에게는 이것만해도 엄청난 일이지만 최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자이크로를 통해 한국 스포츠 산업의 풀뿌리가 되려고 한다. 긴 안목을 갖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축구와 축구 산업이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K2리그, 내셔널리그 등 어떤 기업도 돌아보지 않는 구단들과 스폰서십을 맺은 이유이기도 하다.

“퇴근길에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자주 생각합니다. 고민 끝에 최근 조그마한 실마리를 얻었죠. 축구를 정말 하고싶은 아이에게 용품을 지원하고는 잊고 있었는데 그 아이와 부모님이 최근 사무실에 찾아왔어요. 그때 제가 가야할 길을 알았죠. 스포츠를 필요로하는 사람들과 동반성장하는 것, 그게 자이크로가 추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이크로가 어린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길, 자이크로를 통해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교류를 하면서 웃고 웃는 친구가 되는데 도움이 되는 길이 자이크로가 가는 길입니다.”

■최창영 대표는 누구?

최창영 대표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 홍보를 하면서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가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2012년 자이크로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아임스포츠커뮤니케이션누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 해 MBC 꿈나무축구리그 공식 용품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키워나갔다. 이후 한국스포츠산업협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기업상 수상했다. 또한, 국제기구인 유엔해비타트 스포츠부문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축구를 알리고 있다.

남북체육교류협회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스포츠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최창영 대표는 내년 임진각에서 개성까지 달리는 마라톤 대회도 구상하고 있다. 축구를 넘어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남북 스포츠인들이 교류를 통해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중국 길림성 용정 해란강축구센터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교류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해란강축구센터는 북한과 교류하는데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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