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서울·수도권·광역시 추첨물량의 75% 이상 무주택자 배정
이르면 내달 시행 ‘새 청약제도’
통장 가입자 수 2419만여명
가입기간·납입액 따라 순위
해당지역·인근지역順 우선권
투기과열지구·과열지역 등
세대주 아니면 1순위 안 돼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지구
거주지역별 공급물량 달라
신도시 수요분산 효과 논란
서울 민영 85㎡이하 가점제
85㎡초과는 가점-추첨 반반
직장인들의 꿈인 ‘내 집 마련’을 위해 통상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청약이다. 기존에 주인이 있는 집을 매매하는 게 아니라 새집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청약을 넣어 당첨돼야 한다. 정부가 분양가를 일정 정도 통제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분양 아파트가 이미 지어진 아파트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지역별, 계층별, 면적별, 보유한 청약통장에 따라 복잡한 규제를 서로 달리 적용하는 데다 특히 1년에 3∼4번꼴로 바뀌다 보니 청약 신청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9·13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또 한 번 개정되는 청약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이번 주 ‘10문10답’에서는 청약제도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1. 주택청약제도란
주택(아파트) 분양 시 청약 통장에 가입한 사람이 일정 자격을 갖췄을 경우 청약 신청을 받아 입주자를 정하는 제도다. 지난달 말 현재 청약 통장 가입자 수는 2419만8242명에 달한다. 지금은 주택청약종합저축만 가입할 수 있지만, 기존 청약예금·청약저축·청약부금 가입자도 통장을 유지하며 청약할 수 있다. 단, 통장에 따라 청약 가능한 주택 종류가 달라진다.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는 모든 주택 청약이 가능하다. 반면, 청약예금은 민영주택만, 청약저축은 국민주택만 할 수 있다. 청약부금은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만 가능하다. 국민주택은 국가가 직접 짓거나 정부 재정 지원이 포함된 이른바 ‘나랏돈’이 투입되는 주택으로 전용 85㎡ 이하에 한정한다. 민영주택은 국민주택을 제외한 주택이다.
민간임대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도 청약 제도를 활용해 입주자를 모집하지만,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에서 청약금을 출금해 청약한다.
2. 청약제도 도입 배경
197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지며 처음 시행됐다. 서울 강남 개발과 맞물려 아파트 당첨권의 전매(입주 전 분양권 매매) 차익을 노린 주택 투기가 기승을 부린 게 배경이다. 도입 초기엔 국민주택기금(현재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아 지어지는 공공주택에만 적용하다가 이듬해부터 민영주택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요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가족이 있는 무주택 세대주가 국민 주택청약부금에 가입하고 일정기간, 일정액을 납입하면 공공주택 청약 1순위 자격을 줬다. 민영주택도 1가구 1계좌 원칙에 따라 청약부금이나 청약예금에 가입해 일정기간, 일정액을 넣으면 1순위로 분양을 받았다. 주택 시장이 달아오르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청약에서 6번 떨어질 경우 당첨권을 주는 ‘0순위 통장’이 나온 적도 있다.
3. 당첨자 선정 방법
1·2순위, 해당·인근지역으로 자격을 나눠 1순위 해당지역→1순위 인근지역→2순위 해당지역→2순위 인근지역 순서로 공급 우선권을 준다. 만약 100가구를 모집했는데 1순위 해당지역에 150명이 신청했다면 1순위 인근지역과 2순위는 자동으로 당첨 기회가 없다. 1순위는 청약 통장 가입 기간, 납입액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주어진다. 2순위는 1순위가 아닌 청약 통장 가입자다. 같은 순위라도 주택이 건설되는 시·군(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신청자가 우선권을 갖고 인근지역 거주자는 후순위다. ‘거주자 우선’ 원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이때 인근지역은 서울·인천·경기, 대전·세종·충남, 충북, 광주·전라, 전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등 8곳으로 묶인다. 인근지역 범주에 들어가지 않으면 청약 기회 자체가 없다.
예를 들어, 서울 주택 분양 시 경기 거주자는 인근지역 거주자 자격으로 1순위 인근지역 청약이 가능하지만, 충남 거주자는 청약이 아예 불가능하다.
4. 1순위 조건
위 설명대로 통장 가입 기간, 납입액을 맞춰야 하는데 주택 종류, 지역별, 면적별로 구체적 조건이 다르다. 민영주택의 경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중 과열지역의 경우 가입 후 2년이 경과해야 1순위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조정대상지역 중 위축지역(아직 지정된 곳은 없다)은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면 된다.
납입액도 지역별로 다르다. 서울·부산은 전용 85㎡ 이하 300만 원 이상, 102㎡ 이하 600만 원 이상, 135㎡ 이하 1000만 원 이상이고, 모든 면적대 청약이 가능한 납입액은 1500만 원 이상이다. 기타 광역시는 250만∼1000만 원 이상이다. 그 밖의 지역은 200만∼500만 원 이상이다. 국민주택도 가입 기간은 민영주택과 같다. 국민주택은 납입횟수 제한이 있다. 매월 약속한 날짜에 월 납입액을 연체 없이 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중 과열지역은 24회, 위축지역은 1회다.
5. 1순위 제한
정부가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청약 통장 가입 기간, 납입액 등을 충족해도 1순위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1순위가 안 되기 때문에 2순위로 청약해야 하는데 인기 지역의 경우 통상 1순위 마감이 일반적이라 당첨권에서 멀어진다고 보면 된다. 민영주택의 1순위 제한자는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 중 과열지역 청약 시 세대주가 아니거나 과거 5년 내에 다른 주택에 당첨된 세대에 속했을 경우다. 또 2주택 이상 소유한 세대에 속한 사람도 제한된다. 국민주택의 1순위 제한자는 세대주가 아닌 사람이나 과거 5년 내에 다른 주택에 당첨된 사람이 속해 있는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다.
6. 가점제와 추첨제
가점제와 추첨제는 같은 1순위라도 경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2순위는 모두 추첨제로 뽑는다. 1순위 추첨제는 말 그대로 다른 조건 없이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뽑는다는 의미인 반면, 가점제는 점수를 매겨 높은 점수를 받은 신청자에게 당첨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을 뜻한다. 민영주택의 경우 가점제를 이루는 항목은 무주택 기간(0∼15년 이상, 32점), 부양가족(0∼6명 이상, 35점), 청약 통장 가입 기간(0∼15년 이상, 17점) 등 3가지로 만점은 84점이다.
가점제와 추첨제 비율도 주택별, 지역별, 면적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 내 민영주택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뽑고 85㎡ 초과는 가점제 50%, 추첨제 50%로 선정한다. 조정대상지역 중 과열지역의 민영주택은 85㎡ 이하는 75%는 가점제, 25%는 추첨제고 85㎡ 초과는 30%는 가점제, 70%는 추첨제다.
7. 1주택자의 청약
1주택자도 1순위로 청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9·13 대책’으로 무주택자 우선 공급 정책을 펴기로 하면서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진 탓에 당첨 가능성은 뚝 떨어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1주택자는 청약이 가능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 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집을 매각해야 한다는 약정을 해야만 청약이 가능하다. 약정하더라도 자동으로 당첨되는 건 아니고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졌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중 과열지역, 수도권 및 광역시 등에서 추첨제로 당첨자 선정 시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하고, 나머지 25%가량인 잔여 주택도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추첨 경쟁을 벌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8. 특별공급이란
다자녀, 신혼부부, 국가유공자, 노부모 부양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이 분양받을 수 있도록 분양 물량 중 일부를 떼어 배정하는 제도다. 예컨대,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은 건설량의 20%다. 별도로 물량을 두는 만큼 일반공급과 청약경쟁 없이 같은 계층끼리 경쟁하도록 한다. 무주택자가 대상이고 특별공급 당첨 횟수는 1가구당 딱 1번이다. 공급 주요 대상은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 참전유공자,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가구, 북한 이탈주민, 철거주택 소유자 및 세입자, 세종시, 혁신도시 등 비수도권 이전 공공기관, 학교, 의료 연구기관, 기업, 이전하는 주한미군기지 고용원, 외국인 등이다.
‘금수저’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5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특별공급을 중단했다. 또 ‘9·13 대책’으로 집을 한 번이라도 산 적이 있는 신혼부부는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9. 신도시 분산효과 논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공급 비율이 다르다. 택지개발사업이 시행되는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이 시행되는 66만㎡ 이상 지역의 경우를 말한다. 서울과 인천의 경우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50%를 공급하고 그 외 수도권 지역에 나머지 50%를 공급해야 한다. 경기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30%, 경기 전체 거주자에게 20%, 그 외 수도권 지역 거주자에게 50%를 공급해야 한다. 세종시의 경우 50%는 1년 이상 거주한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50% 공급하고 나머지 지역에 50%를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거주자 우선’ 원칙 때문에 신도시를 만들어 공급을 늘리더라도 서울 수요 분산이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10. 개선할 점은 없나
청약 제도를 담고 있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연혁을 보면 법 제정 이후 40여 년 동안 138차례 걸쳐 개정이 이뤄졌다. 1년에 평균 3.45번 바뀐 셈이다. 지난해 7번 수정됐고, 올해도 2월, 3월, 5월, 9월에 걸쳐 4번 바뀌었다.
이렇게 자주 개정되는 이유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에 맞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청약 제도를 뜯어고쳐서다. 너무 복잡하고 자주 바뀌다 보니 주택 수요자들의 불편함이 크고 특히 청약 때 청약 가점을 잘못 계산한다든지 하는 실수는 모두 청약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 업계 등에서는 청약 시스템을 좀 더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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