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와 택시업계 브레이크 없는 '카풀' 갈등

손덕호 기자 2018. 10. 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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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안 되고 ‘카풀’은 되는 현행법
카풀 이용하면 택시비보다 30%저렴
"택시업계 다 죽는다" vs. "시민불편 줄여야"

18일 택시기사 7만명이 하루 벌이를 포기하고 서울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회사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기사들 등에 ‘칼을 꽂았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무료로 제공되는 모바일 메신저 외에 이렇다 할 수익모델이 없었으나, ‘카카오택시’를 출시하면서 기업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업계의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번 택시 총파업을 촉발한 계기는 카카오의 ‘카풀(Carpool·출퇴근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 계획이다. 택시업계는 카카오가 한 손으로는 택시 연결 서비스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우버’식의 영업을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버’ ‘그랩’ 같은 자동차 공유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카풀(출퇴근 승차 공유)’을 허용하고 있다. 사는 곳이 비슷한 직장 동료끼리 출퇴근을 자동차 한 대로 같이 하고, 기름 값 일부를 보조해주는 식이다.

‘카카오 카풀’은 운전자가 행선지를 등록하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다른 회원을 앱이 찾아 연결해준다. 회원이 카카오에 요금을 지불하면, 카카오가 수수료를 뗀 후 운전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우버는 안 되고, 카풀은 되는’ 우리 법의 허점을 카카오가 찾아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것이다.

◇택시보다 30% 저렴한 카풀…모호한 法조항도 논란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풀’은 돈을 버는 아이템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광화문까지 택시를 타면 요금은 대략 1만4200원이 나온다. 카풀 앱을 이용하면 30% 저렴한 9900원 수준이다.
요금 9900원 중 20%를 카카오 측이 수수료로 떼어가고, 운전자는 7900원을 번다. 매일 이 구간을 혼자 출근하던 직장인이 모르는 사람을 태워주면 아침마다 7900원을 번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택시 기사들이 ‘시민단체에게 고발당한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풀! 과연 안전할까?’라는 문구가 써 있는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현행법은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을 몇 시간으로 규정한 것이냐는 것이다. 택시업계는 "출퇴근 시간이라는 규정이 분명하지 않으므로 카카오 측이 결국 24시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 관계자는 "카풀은 출퇴근 시간대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시민들로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기사 생존권 문제" VS "불친절하고 비싼 택시 타야 하나"
18일 광화문 시위에 나온 한태수(70)씨는 올해 운전만 50년째다. 한씨 개인택시에는 ‘카카오는 카풀사업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개인택시 몰면 한 달 매출액이 300만원 됩니다. 여기서 기름값·보험료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건 160만~170만원이에요. 요즘 물가로 한달 살기가 빠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카풀까지 들이는 건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예요. 카풀이 들어오면 50년 품어온 택시면허 반납하고, 카풀 운전자 할랍니다. 택시보다 승용차가 보험료도 싸고 세금도 덜 내요. 대신 정부는 시장 혼란을 감당해야 할 겁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개인 택시기사들은 카풀이 들어오면, 개인택시 면허 매매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 면허는 정부에서 허용 물량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개인택시 면허 매매 가격은 8600만원 내외. 과거 1억원이 훌쩍 넘던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개인택시 기사 김창환(44)씨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시작되면 우버가 도입된 외국처럼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 뉴욕시의 경우 택시면허는 2013년 130만달러(14억7000만원)였지만 지난해에는 10% 수준인 13만달러(1억4700만원)로 폭락했다.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출근시간오전 8~9시, 퇴근시간 오후 11~12시 사이에 서울에서만 택시가 6000대쯤 부족하다. 소비자들은 압도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지지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회식이 잦아 한 달에 15만~20만원을 택시비로 쓰는데, 승차거부를 자주 당한다"며 " 카카오 카풀이 도입돼 택시기사들이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조모(30)씨는 "솔직히 서민에게 지금 택시 요금은 부담이 많이 된다. 그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시민 한모(44)씨도 "카카오 콜택시 서비스가 나와 편해진 것처럼, 카카오 카풀이 나오면 편해질 것 같다. 매우 찬성한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앞세운 ‘IT’업계와 싸우는 ‘재래업종’ 택시업계에 ‘지원군’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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