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개척의 사나이..'영원한 山'이 돼 잠들다

강봉진,이용익 2018. 10. 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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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루트' 원정대 5명·셰르파 4명 히말라야서 사망
무산소 14좌 완등 김창호 대장
"높은 곳만 보고 왔던 길
깊은 곳 보겠다" 다짐했는데..
베이스캠프서 눈사태 휩쓸려
헬기로 시신 9구 수습 마쳐
산악영화 임일진 감독도 사고
"영원히 우리 곁에 남을것"
文대통령 원정대 추모 글
밝게 웃던 한국 대원들 히말라야 등반 도중 눈사태로 숨진 한국 원정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에 대한 시신 수습이 14일(현지시간) 완전히 마무리됐다. 왼쪽부터 원정에 참가한 임일진 감독. 김창호 대장. 이재훈 씨. 유영직 씨. [카트만두포스트 홈페이지]
늘 새로운 길에 도전하던 실험적 산악인 김창호 대장(49·사진)이 불의의 사고로 히말라야에 잠들었다.

김창호 대장과 유영직 장비담당 대원(51), 이재훈 식량·의료담당 대원(25), 임일진 다큐영화촬영감독(49) 등 5명의 한국인 원정대는 12일 밤(현지시간) 히말라야 구르자히말(7193m) 원정 도중 해발 3500m 베이스캠프에서 눈폭풍에 따른 산사태에 휩쓸리면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현지 사정에 익숙한 네팔인 가이드 4명까지 모두 사망하면서 전원이 사망한 불운한 사고가 됐다.

2013년 제14회 대한민국 산악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뒤 "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은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는 높은 곳만을 보고 왔다면 앞으로는 깊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말했던 김 대장은 자신의 말대로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山群)의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도전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원정대는 네팔의 포카라를 경유해 다르방(1070m)~팔레(1810m)~구르자 고개(3257m)~구르자카니 마을(2620m) 등을 거쳐 구르자히말 남면 케야스 콜라(3500m)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뒤 신루트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눈폭풍에 휩쓸리면서 돌아올 수 없는 산사나이들로 남고 말았다.

이번 원정대를 이끈 김 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산악인이다. 1989년 동계와 1992년 추계 일본 북알프스 원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산악인의 길을 걸은 김 대장은 2013년 5월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무산소로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최초고, 세계적으로도 최단 기록 완등이다.

일행 중 임일진 촬영감독은 한국 산악 촬영의 1인자이자 산악 영화 개척자로 원정대의 루트 개척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기 위해 동반했다가 함께 눈을 감았다. 임 감독은 2007년 캐나다 부가부 산군 빅월 원정대 활약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벽(The Wall)'으로 제56회 이탈리아 트렌토 국제 산악 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이탈리아 알파인 클럽상을 받았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 중 사고를 당한 김창호 대장과 이재훈·임일진·유영직·정준모 대원을 추모한다"며 "함께 산을 오른 네팔인 셰르파와 가이드에게도 한국 국민을 대표해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신루트를 개척하려 한 그분들의 용기와 투혼은 결코 묻힐 수 없다"며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이 계속될 때 산과 함께 산이 되었던 분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을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에 앞서 사고 소식이 알려진 13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희생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외교부에 빠른 시신 수습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2명의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시신 운구, 장례 절차 지원 등 행정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원정대 시신 수습 작업은 구조헬기가 사고 현장에 착륙하지도 못한 가운데 14일 오전 8시부터 3시간30분 만에 마무리됐다. 오전 10시 30분께 시신 3구가 먼저 수습됐고, 오전 11시 30분까지 시신 9구를 모두 인근 마을로 옮겼다. 고난도 작업으로 예상된 시신 수습 작업이 이례적으로 반나절 만에 완료된 데는 날씨가 좋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한 네팔 당국과 현지 주민의 지원도 수습 작업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봉진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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