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일일이 손으로 조립.. 현대車 "WRC 우승 보인다"
[동아일보]
4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알체나우시 현대자동차 현대모터스포츠법인. 장지하 커스터머 레이싱(고객용 경주차) 담당 과장이 워크숍으로 불리는 법인 내 작업장을 소개하며 힘주어 말했다. WRC는 양산차를 개조한 고성능 차량끼리 경쟁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모터스포츠로 꼽힌다. 워크숍에는 조립하기 직전의 차체 프레임, 테스트용 차량 등이 놓여 있었다. 일반 자동차 공장에서 볼 수 있는 로봇 조립 라인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황 과장은 “경기가 끝나면 직원 170여 명이 경주차를 분해한 뒤 부품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다시 하나하나 조립한다”며 “올해는 WRC 우승이 유력해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WRC 첫 우승 노린다
WRC 같은 경주용 차량은 고성능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로 꼽힌다. 슈테판 헨리히 현대모터스포츠법인 마케팅 디렉터는 “WRC는 영하 20도의 스웨덴 랠리, 영상 40도의 아르헨티나 랠리 등 가혹한 날씨, 노면 상태에서 연간 1만 km를 달리게 된다. WRC에서 우승하면 세계에 기술력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 직원들이 들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가 WRC에 진출한 지 4년 만인 올해 시즌 첫 우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총 13차 대회 중 9차 대회까지 선두를 유지하다 지난달 초 터키에서 열린 10차 대회에서 도요타 레이싱팀에 역전당한 상황. 하지만 겨우 5점 차여서 재역전을 노려 볼 만하다.
○ “기술력 알려지니 경주용 차 없어서 못 팔아”
사실 모터스포츠는 투자 개념에 가깝다. 부품, 엔진 개발부터 수제 차량 조립, 경기팀 운영까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엔진만 해도 양산 차의 최대 100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꾸준히 투자하는 까닭은 기술의 선순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눈길, 산길, 혹한, 혹서 등 온갖 환경에서 치러지는 WRC에서 얻어진 데이터는 새로운 고성능 차량 개발에 쓰인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 시장에 선보인 첫 고성능 N 모델 i30 N이 대표적이다. ‘모터스포츠 차량→고성능차→일반 모델’로 기술이 이전되며 전반적인 기술력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 대회로 브랜드 이미지가 향상되고 있다고 본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뿐만 아니라 기술력으로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WRC 경주용 차량의 기본 바탕 모델인 i20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28만6241대로 WRC 참가 직전인 2013년 대비 32.2% 증가했다.
경주용 차량 판매 주문도 급증하는 추세다. 제조사가 직접 참여하는 WRC와 달리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월드 투어링카 컵(WTCR)’은 프로팀이 원하는 경주용 차량을 구매해 경주에 나선다. 황 과장은 “TCR용 차량은 일주일에 최소 두 사람이 달라붙어 겨우 한 대를 만든다. 요즘 주문이 밀려드는데 다 만들지 못해 못 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 상승세에 힘입어 고성능 N 브랜드 확장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파리 모터쇼에서 만난 토마스 셰메라 현대차 고성능사업부장(부사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심지어 수소전기차에도 N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르면 내년 한국에 고성능차를 경험할 수 드라이빙 아카데미 설립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알체나우·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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