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의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공동체 친화적 공간 구성.. '주택·교통' 삶의 이슈 해결하다

김희원 2018. 10. 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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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구글(Don't Be Evil) / 전세계 검색량 90% 점유.. 포털 최강자 / 무료 제공 서비스에 우리일상 고스란히 / 10대들 유튜브 사용 시간 어마어마해 / 막대한 부 축적.. 첨단 사옥 구축 나서 / 구글플렉스, 오솔길 등 포함 1997년 완공 / '태양광 통합 캐노피 스킨' 방식 건설 중 / 직원들, 도보·자전거로 접근..편리성 추구 / 이미지·신뢰 중점.. 건축도 무한 진화 주목
BIG와 헤더윅 스튜디오가 공동으로 설계한 ‘마운틴 뷰’ 확장 설계안.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경량 블록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고 거대한 반투명 캐노피가 각 부위를 덮는다.
# 서치,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을 화면에 담다

요즘 하는 일의 대부분은 무언가를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령 설계를 하기 위해 건축법을 확인할 때도 두꺼운 법규 책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내용이다 보니 주로 웹사이트에 검색어를 넣어 찾아본다. 현장에 나가볼 수 있을지 오늘의 날씨를 찾아보고, 중요한 운동경기의 승부, 사고 싶은 물건을 가장 싸게 파는 사이트, 주문했던 상품의 배송 상태 등 다른 뭔가를 하다가도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다. 거의 중독 수준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르진 않은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서치’(원제:Searching)는 단순하지만 무척 시대상에 맞는 주제와 내용을 갖고 있다. 내가 이 영화의 예고편을 처음 본 것도 페이스북에서였다. 부재중 전화 몇 통을 남기고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한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담은 내용인데, 피가 난무하지도 사이코패스 악당이 등장하지도 않지만 보고 나면 저절로 탄사가 터질 정도로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다. 가족 중 누군가가 실종되는 것은 무척 흔한 설정일 수 있지만, 몇 장면만으로도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디지털 환경을 대변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아버지는 연락이 끊긴 아이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단서를 찾는데, 그 과정이 무척 현실감 있어서 누구라도 약간의 ‘서치’를 통해 타인의 신상을 저렇게 털어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부모님과 보면 절대 안 되는 영화라는 설이 있다고 하고, 나부터도 당장 평소에 하드와 계정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영화에는 구글, 페이스북, 텀블러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고, 아버지는 평소에 접하던, 자신이 알던 아이의 모습과 전혀 다른 면을 발견한다. 진실에 다가가는 그 모든 과정이 오직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이는데, 한 사람, 한 가족, 한 시대의 모든 풍경이 그 안에 있었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구글로 검색해서 결과를 찾아내는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다. 사실 검색을 했다고 해도 결과가 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기 마련인데, 순식간에 단서를 찾아내는 아버지의 능력은 구글 직원이라는 설정으로 합리화된다. 이 영화의 감독 아니시 차간티도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2018년 1월 발표한 서니베일 모펫 파크 지역의 새로운 구글 캠퍼스 계획.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산호세 지역은 흔히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라고 불리는 구글, 페이스북 등 대표적인 IT 기업들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성장한 1991년생인 감독은 주로 아버지와 자식 등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주제를, 가장 진보적인 방식을 통해 영화로 만들어낸다.

영화가 완성되는 데는 불과 7주간의 촬영과 1년 6개월의 오랜 편집 과정이 걸렸다. 그밖에도 한국인 가정이 배경이라 주조연 대부분을 동양인 배우가 맡는 등 우리나라에서 좀더 화제가 될 만한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결국 진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부모들은 이전에도 아이들을 잘 몰랐고 이해하지 못했고, 다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얻은 긴밀한 유대감에 기대고 있을 뿐인 것이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은 이전과 무엇이 다른 걸까. 눈을 돌리면 보이는 물리적인 세계는 이십년 전이나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다만 삶의 방식이 바뀌고, 사고의 틀이 현격하게 바뀌며 우리는 그것을 쫓아가는 데 급급하다. 얼마 전 지인의 십대 아들이 유튜브에 채널을 가지고 있고, 거기서 매달 고정 수익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을 때, 컴퓨터로 게임만 하고 있을 때, 그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나중에 번듯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다그치던 부모들의 흔한 잔소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게 직업이 돼?”냐고 반문했던 많은 일들이, 이제는 진짜로 우리를 먹고 살게 해주는 신기한 시대가 되었다.
구글플렉스 항공 사진. 구글 건축의 주요 콘셉트는 직원들이 일하거나 거주할 수 있는 공동체 친화적인 공간을 구성해 ‘주택’과 ‘교통’이라는 삶의 큰 이슈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구글, 인터넷 세상을 정복하다

지금은 식구마다 각자의 휴대전화를 지니고 있고, 심지어 노트북도 각자 가지고 다니지만, 디지털 세상의 출발점은 각 가정의 책상 위에 PC(Personal Computer)가 놓이기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나온 게 1970년대였고 80년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 처음 들여놓은 것은 1994년의 일이다. S사에서 모니터와 하드를 일체화하여 보급형으로 내놓은 것이었고, 그때만 해도 깔려 있는 프로그램이 주로 아래한글이나 엑셀 같은 사무용 프로그램과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는 CAD 정도였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도스 상태에서 시작해 윈도 창이 한참 만에 고유의 배경음과 함께 켜지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사용법을 알기 전에는 쓸 수 없는 도구의 아이콘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당시의 활용도라고 해봐야 기껏 문서나 일기를 정리한다든가, 기본 내장된 게임을 한다든가, 독수리타법을 벗어나기 위해 타자연습 프로그램을 켜놓고 두드리던 정도였다.

그리고 90년대 말에 들어서며 전화선을 타고 인터넷이 집으로 들어왔다. 기껏 몇 메가에 불과한 속도였지만 집 밖의 세상, 모르는 타인과 집안에서 몇 번의 손가락 터치로 손쉽게 접속해보는 일은 직접 겪으면서도 잘 믿어지지 않는 경험이었다. 컴퓨터는 마치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데려간 굴이나,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처럼 두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 항해에는 나름의 목적지가 있었다. 책으로만 보던 외국건축가 홈페이지에서 최신작 사진을 보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몇 십 분의 로딩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 서점에서 가볼 만한 사이트의 주소를 정리한 책을 사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정보의 양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입맛에 맞는 정보들을 적절하게 연결해주는 검색 엔진들이 필연적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거의 잊힌 이름이지만, ‘야후’라든가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등의 사이트들이 나타났을 때만큼 빠른 속도로 다시 사라졌다.
2015년 발표된 확장안. 새로운 자전거 도로와 상업공간을 조성하고 자연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계획이었다.

그런 사이트들을 관문, 입구 등을 뜻하는 ‘포털(portal)’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구글이 검색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한국에 진출하고 한동안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그다지 힘을 못 썼다.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이 언론 기사 링크, 쇼핑 및 지식 검색 등 한 상 가득 차려온 밥상처럼 사용자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8년 5월 기준으로 전 세계 검색량의 9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 메인은 아직도 검색창이다. 검색은 텍스트에서 이미지까지, 다시 동영상까지 확장되었다. 구글이 무료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는 우리의 일상이 담보로 들어갔다. 구글어스로 여행 갈 곳을 미리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바로 구글포토에 백업을 받고, 구글지도에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기다리는 동안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본다.

2005년에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겼다고 했을 때, 그동안 구할 수 없던 희귀 영상들을 찾고 반가워하면서도 ‘누가 이 서버를 감당할까, 금세 사라질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1년 만에 구글에서 인수해 버렸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매월 18억 명의 이용자가 접속하고, 우리나라도 10대들의 유튜브 앱 사용시간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등 2위부터 6위까지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우리 집도 TV를 틀어 정작 보는 건 수십 개 채널의 정규방송 대신 각자 취향에 맞는 유튜브 영상들이다. 올해 두 번이나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한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성공에도 유튜브의 지분이 상당할 것이고, 접근이 용이해서인지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60, 70대 보수 성향 이용자도 늘었다고 한다. 신문 대신, 공중파 대신, 포털에서 골라주는 뉴스 대신, 직관적인 영상으로 소비자가 직접 세상의 소식을 만들고 소비하는 그야말로 앨빈 토플러가 이야기한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가 찾아왔고, 그 넘치는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것도 개인의 몫이 되었다.
 
# 구글, 악하지 않은(Don’t Be Evil) 도시를 추구하다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정보산업의 강자들은 현실 세계에서 몸담은 공간도 이전의 ‘사옥’과는 다른 모습으로 구축하고 있다. 페이스북 본사를 스페인 빌바오 뮤지엄으로 유명한 90세의 노장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하고 있는데 비해, 구글은 40대의 덴마크 건축가 비아케 잉겔스가 이끄는 BIG에게 캘리포니아의 본사 사옥들과 런던 사옥의 디자인까지 맡겼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의 산호세 근처에 위치한 ‘구글플렉스(Googleplex)’는 구글과 모회사 알파벳(Alphabet Inc.)의 본사 단지를 일컫는다. 원래 실리콘 그래픽스라는 회사가 공원을 포함한 11만㎡의 부지를 임대하여 스튜디오스 아키텍처(STUDIOS Architecture)의 설계로 2000여대 분의 주차가 가능한 지하주차장과 오픈 스페이스, 분수, 오솔길 등을 포함한 19만㎡ 규모의 건물을 1997년 완공했다. 구글은 이곳을 2003년부터 임대하여 사용하다가 2006년 구입했고, 리모델링과 함께 1.6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열 시설을 갖추어 전기 수요의 30%를 충당헀다. 이후 2013년에 미국 사무소 NBBJ가 나사에서 임대한 부지에 ‘베이 뷰’라는 이름으로 110만㎡ 규모로 모든 직원들이 몇 분 안에 서로 다가갈 수 있고 편하게 협력할 공간을 계획했다.
캐노피 안으로 빛과 공기를 들어오게 하면서 실내 기후를 조절하고, 나무, 조경, 카페, 자전거 도로 등이 이러한 구조물에 스며들면서 건물과 자연의 구분이 흐려지게 된다.

2015년 2월 덴마크 사무소 BIG와 영국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함께 설계한 ‘마운틴 뷰’ 확장 설계안이 시의회에 제출되었다. 이들은 움직일 수 없는 콘크리트 건물을 건설하는 대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경량 블록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기로 했다. 거대한 반투명 캐노피가 각 부위를 덮어 빛과 공기를 들어오게 하면서 실내 기후를 조절하고 나무, 조경, 카페, 자전거 도로 등이 이러한 구조물에 스며들면서 건물과 자연의 구분을 흐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BIG의 비아케 잉겔스는 “실리콘 밸리는 기술 진화와 세계 경제를 이끄는 혁신의 원동력이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방대한 지적, 경제적 자원의 대부분은 디지털 영역에만 국한되어 왔다. 우리는 향후 구글러(Googler)의 작업 환경이 구글의 활동영역만큼 적응력 있고 유연하며 지능적일 것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자전거 도로와 상업공간이 마을 주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올빼미 서식지와 개울 같은 자연 환경을 보전하는 활기찬 도시를 위해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는 계획안이었다.

그러나 부지를 확보하는 일에 차질이 생겨 2016년 계획이 축소되면서, 돔 모양의 유리 구조물은 텐트처럼 건물 위에 커튼을 치는 ‘태양광 통합 캐노피 스킨’으로 대체되어 건설 중이다. 이 캐노피는 현장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고 실내 기후, 공기 질, 소리 등을 조절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캠퍼스 설립을 위해 조경 및 캠퍼스 전체에 걸쳐 걸어 다닐 수 있고 자전거 친화적인 순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2018년 1월 구글은 마운틴 뷰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모펫 파크 지역에 추가로 새로운 캠퍼스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 BIG에서 디자인한 이 단지는 9만3000㎡가 넘는 사무실 공간과 4500명까지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다. 40.5에이커에 이르는 대지를 확보한 이 지역은 구글의 도시 확장을 위한 더 큰 전략의 일부로서, 인근 지역 노숙인들을 위한 주택 구입과 교육 프로젝트에 기부하기도 했다. 서니베일 단지는 2021년 이전에 개장할 것이라고 한다.

구글이 추구하는 건축의 주요 컨셉트는 대부분 직원들이 일하거나 거주할 수 있는 공동체 친화적인 공간을 구성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등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낮은 지붕으로 주변 경관을 보호하며 시각적인 확장을 배려하여 ‘주택’과 ‘교통’이라는 삶의 큰 이슈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글이 처음 시작할 때 내세운 “사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는 모토는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장기간 동안 쌓아올려지는 이미지, 신뢰성 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확장하는 구글의 영역이 과연 의도대로 악하지 않는 도시로 성장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가온건축 공동대표·『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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