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부는 '낙제점'.. 유은혜 교육부는? [이슈+]

이강은 2018. 10. 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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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조건과 한계 속에서 다하지 못한 개혁의 과제를 후임 부총리님과 (교육부 공무원) 여러분께 넘기고 떠나는 마음이 조금은 무겁습니다.”(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기대로 바뀌고,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믿음으로 바뀌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유은혜 새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각자 이임식과 취임식을 갖고 교육 수장의 바통을 주고 받은 전·현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김상곤 전 장관의 이임사에선 자책과 회한이, 유은혜 장관의 취임사에선 자신감과 다짐이 읽힌다. 이는 사실상 두 사람이 국민들에게 내놓은 입장이다.
◆김상곤, 낙제점 받고 불명예 퇴진

김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주도한 공로 등으로 문재인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맡아 야심차게 교육혁신에 나섰지만 불과 1년 3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했다. ‘김상곤 교육부’는 그동안 대학입시제도 개편 1년 유예 및 대입개편·학교생활기록부 공론화와 어정쩡한 봉합, 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 등으로 진통을 겪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휩싸이며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18개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언론사 평가 등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기 일쑤였다. 교육계 안팎에서 ‘장관이 우유부단한 것 같고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론에 직면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여론이 악화하고 문재인정부 지지기반인 진보진영 교육계마저 김 전 장관을 비토하면서 정부 비판을 강화하자 청와대도 미련없이 그를 포기했다. 사실상 김 전 장관을 경질하고 지난 8월30일 대체용으로 ‘유은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과 간사로 6년간 활동하여 교육부의 조직과 업무 전반에 높은 이해도와 식견을 보유하고 있으며, 뛰어난 소통능력과 정무감각을 겸비하고 있다”고 새 장관 후보자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유 후보자가 “국민의 요구와 교육현장을 조화시켜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 공정하고 투명한 대입제도,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대학 특성화 등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공교육체제 구축 등 중장기 교육개혁을 추진해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으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지명사유를 달리 말하면 김 전 장관의 경질사유가 ‘소통능력과 정무감각이 부족하고, 국민의 요구와 교육현장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데다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등 중장기 교육개혁을 추지내나갈 적임자가 아니다’라고도 해석될 수 있어서다.

그는 이날 “세상의 많은 일들은 시작이 새벽처럼 서서히 밝아오지만 끝날은 해 떨어지듯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법”이라며 “그동안 진행해 온 교육혁신 정책 전반에 대한 추진을 다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되어서 송구한 마음”이라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유은혜, 의욕은 넘치는데 과연 최종 성적표는

이 짐을 떠안게 된 유 장관의 마음도 편할 리가 없다. 청와대는 “교육분야가 어찌 보면 가장 이해관계가 다르고 다양하고 합일점 찾기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라며 “소통능력과 정무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교육개혁과 관련한 문제에서 충돌하는 이해 당사자 간 문제를 잘 조율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유 장관에게 기대를 표시한 바 있다. 유 장관 자신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내상을 많이 입었지만 맘을 다잡고 의욕도 넘치는 모습이다. 유 장관은 이날 한국 교육이 “여전히 소수 상위권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경쟁교육 중심이며 대다수 아이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서열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며 자신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이자 교육정책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2019년에 출범시키고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을 교육청과 학교로 이양하는 한편,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을 중심으로 기능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과 미래형 교실모델 구축, 고교학점제 도입 준비 등 기존에 거론된 교육혁신도 차근차근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고교무상교육을 2019년으로 앞당겨 실현하고,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출발선의 불평등이 없도록 국가 차원의 ‘출발선 보장 프로젝트’도 도입한다고 한다. 그는 또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계속 발굴하겠다”며 “교육정책은 국민 눈높이와 현장의 수용 정도, 준비상태를 고려해 때로는 신중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열거된 내용만 해도 간단치 않은 과제들인데, 이밖에 다른 민감한 교육현안도 많다. 학부모 반발이 큰 유치원 영어 방과 후 특별활동 금지와 학교폭력 대처방안을 당장 정책숙려제로 공론화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고교체계 개편의 경우 자사고·외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도록 한 정부 정책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의 경우 당장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교육부가 신청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당장 유 장관에게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재선 국회의원인 유 후보자가 정치적 욕심에 ‘3선 고지’를 밟으려고 2020년 총선에 나갈 경우 과연 이런 복잡한 난제와 현안들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치권과 교육계 안팎에서 “청와대와 유 장관이 교육개혁 의지를 보여주려면 유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문재인정부와 임기를 함께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모호한 입장이다.

유 장관은 이날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일(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 수행)에 집중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며 “그것은(총선 출마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한다”고 넘어 갔다.

만약 유 장관이 대한민국 교육 수장의 역할을 잘하고 떠나든 못하고 떠나든 출마 쪽을 택한다면 임기는 고작 1년 3개월 정도밖에 안 된다. 공교롭게도 김 전 장관 임기와 같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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