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호랑이! 타이거 우즈의 부활

정지규 2018. 10.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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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대회 공식 트로피인 `컬래머티 제인`(Calamity Jane) 퍼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우즈는 기나긴 허리 부상과 슬럼프를 딛고 5년 1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80번째 우승에 성공하며 황제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사진=애틀랜타 AP, 연합뉴스
[쇼 미더 스포츠-124] 지난 주말 유럽 홈인 프랑스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과의 대항전인 라이더 컵이 열렸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타이거 우즈는 홈팀인 유럽선수들 못지않게 갤러리들의 힘찬 환영과 함성을 받은 유일한 미국팀 선수였다. 비록 이번 라이더 컵에서는 4전 전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그 전주에 열린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5년1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우즈는 완벽히 부활했다.

우즈의 부활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다 알려져 있다시피 우즈는 여러 개인사로 수년간 고충을 겪어왔다. 다른 많은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그러하듯이 그의 사생활은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 대부분은 일반인 기준으로 볼 때 모욕적인 것들이다. 수많은 섹스스캔들, 드라이버로 폭력을 행사하려는 부인으로부터 도망치다 차량사고를 낸 사실, 초라한 행색의 머그 샷까지, 일반인이라면 굳이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치욕 그 자체인 일들이었다.

부상 또한 우즈의 발목을 잡았다. 강력하고 다이내믹한 스윙을 지탱해 주던 그의 무릎과 허리는 30세가 넘자 점점 그 한계에 이르기 시작했다. 2008년 US오픈에서 우즈는 한쪽 다리로만 플레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운동선수에게 부상은 종목을 막론하고 항상 따라다니는 파트너와 같다. 그리고 그 부상이 점점 심해지고 나머지 몸이 이를 받쳐 주지 못할 때, 선수로서의 생명도 함께 끝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우즈의 선수 생명은 진작 끝났어야 하는 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를 괴롭힌 부상과 각종 스캔들은 그로 하여금 긴 공백을 갖게 했다. 말이 공백이지 사실상 본인이 은퇴 선언만 안 했을 뿐 퇴출된거나 마찬가지였다. 늘 1위만을 유지하던 세계 랭킹은 어느 순간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게 되었고, PGA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제42회 라이더컵 골프 대회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미국, 왼쪽)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서부 일드 프랑스의 르 골프 나시오날 알바트로스 코스에서 열린 연습 라운드 도중 같은 조 패트릭 리드(가운데)의 뒤에서 장난을 치며 웃고 있다. /사진=파리 AP, 연합뉴스

사실 40세가 넘은 PGA 선수의 몰락과 은퇴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물론 골프가 상대적으로 선수 생명이 긴 스포츠이기는 하나,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에서 주류 선수들은 20대나 30대 초반 선수들이다. 우즈가 없는 사이 PGA는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로리 매킬로이, 욘 람 등 젊은 선수들의 시대가 되었다.

그런 우즈가 공백을 깨고 2016년 12월 돌아왔을 때 많은 골프 팬은 그의 복귀에 흥분하고 환영하였으나, 그의 성공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우즈의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놓치기 일쑤였으며, 스코어는 오버파를 기록하곤 했다. 컷탈락과 부상으로 인한 기권이 반복되었고, 그렇게 2017년이 흘러갔다. 심지어 일부 골프 팬은 우즈의 대회 참가를 흘러간 스타의 추억팔이 정도로 치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즈에 대한 많은 팬의 기대는 여전히 컸다. 엄밀히 말하면 우즈가 부활할 것이라는 예상 보다는 그가 부활했으면 좋겠다는 '기대' 내지 '소망'이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 일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44세의 우즈에 대한 기대는 그렇게 전 세계 골프 팬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고, 2018년 우즈는 거짓말처럼 그 기대에 부응한다.

2018년 1월 우즈는 파머스인슈런스에서 컷탈락이나 기권 없이 4라운드를 '정상적'으로 소화한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우즈에게는 무려 2년5개월 만의 일이었다. 서서히 시동을 건 우즈는 벌스타 챔피언십에서 1타차 2위를 차지하며, 자신이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고,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서 6위, PGA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하며 온전한 최정상급 투어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시 굳히게 된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에서 3타차 선두로 맞이한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는 1876일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대망의 통산 80승을 기록한다.

모든 프로스포츠는 스타가 필요하고, 그 스타들은 해당 종목을 먹여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수많은 프로스포츠에 수많은 스타가 있다. 하지만 진정 최고의 선수라 할 수 있는 소위 '슈퍼스타'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야구의 베이브 루스, 농구의 마이클 조던, 복식의 무하마드 알리 같은 선수를 우리는 슈퍼스타라고 부른다. 그리고 골프의 타이거 우즈가 슈퍼스타이다.

그의 사생활과 관계없이 타이거 우즈로 인해 프로골프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우즈를 통해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많은 이가 그를 그리워했고, 그 기대에 화답하며 우즈가 돌아왔다. 우즈의 부활이 과연 프로골프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다음 시즌 우리가 프로골프를 조금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할 이유가 하나 생겼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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