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죄 많은 소녀', 죄가 만들어지는 과정

2018. 9. 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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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죄 많은 소녀>는 아프고 슬프며 비통한 영화다. 극단적인 연출 때문에 아픔의 강도는 거의 최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결과를 낳았다.

여고생 경민이 숨진 이후, 전날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희가 경민의 죽음을 부추긴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경찰은 경민의 자살 원인을 영희라고 (거의)확정짓고 영희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터무니 없는 수사 과정으로 하여금, 경민의 죽음은 영희에 의한 것으로 이어진다. 경민의 유가족은 물론, 반 친구들까지 영희를 가해자로 내몰고 나름의 방식들로 영희에게 복수라는 명목으로 해를 입힌다. 과연, 죄 많은 소녀가 된 영희는 '진짜 죄인'이 맞는 것일까.

영희가 제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어느 하나 믿어주지 않는 상황. 영화는 이 수사 과정일 얼마나 잔혹한지에 대해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영화의 시작부터 스크린 밖에 있는 관객들은 이 수사 과정에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경민은 분명 자살했다. 한데, 누군가가 자살을 부추겼다고 해서 그 죗값을 떠안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에서부터 자살을 부추기지 않았다고 목 놓아 외침에도 어느 하나 힘 없는 소녀의 편을 들어주는 이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다양한 의문점과 분노를 머금은 채 끝까지 이어진다.

과연, 이 영화에서 '진짜 죄인'은 누구일까. 사실, 경민의 죽음 주변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존재한다. 그 영역 안에 포함된 이들은 죗값에 대한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거나 피해보고자 발버둥친다. 이 과정에서 희생당한 이가 바로 영희다.

영희는 죄책감과 분노, 환멸과 무기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 변화선을 경험한다. 감정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행동까지 감행하는 등 온 몸으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한다. 이것만이 그녀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배우 전여빈은 이 다양한 내외면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낸다. <죄 많은 소녀>를 언급하면서 그녀의 연기력을 배제할 이는 없을 것이다. '괴물 신인'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영화를 주도해나가는 데 손색 없을 정도의 강렬함을 발휘해냈다.

스스로도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주변인들에 의한 생채기까지 입어 만신창이, 헌신짝이 되어버린 가녀린 소녀 영희. 평범해 보였던 소녀가 최악의 상황까지 경험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몹쓸 '인간들의 이기심'에 있다. 이기에 의한 가해로 얼룩진 사회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죄 많은 소녀>. 보는 내내 아픔의 강도가 짙어지기에 쉽게 추천하기엔 곤란한 영화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현실의 어두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죄 없는 소녀가 죄 많은 소녀로 '만들어지는' 과정. 비단 영희의 경우와 같진 않더라도 사회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은 오해와 마녀사냥으로 인해 고통 받은 경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 사회. 과연 온전한 선인(善人)이란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의 진위 여부를 따져보게 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최다함(최따미) 광고대행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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