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래요' 박선영, 비로소 알게 된 즐거움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18. 9. 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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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래요 박선영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강박이 사라진 자리에 깃든 즐거움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단다. 한 틈도 없었던 마음에 어느새 여유가 스며들었고, 그제야 왜 연기를 해야 하는지 배우로서의 목표 의식도 생겼다. 배우 박선영의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극본 박필주·연출 윤창범)는 제화 장인 효섭네 4남매에게 빌딩주 로또 새엄마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박선영은 극 중 박효섭(유동근)의 장녀이자 유능한 커리어 우먼 박선하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박선영은 '같이 살래요'를 통해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큰 딸의 부담감과 갑작스레 생긴 새엄마의 존재에 갈등하고 종내에는 이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박선하를 연기하며 외유내강의 존재감을 펼쳤다. 이는 박선영이 박선하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며, 박선하라는 인물에 대한 그의 단상이기도 했다. "책임감이 강하며, 완벽하게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라고 박선하를 설명한 박선영은 "저는 장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박선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동생들을 챙기며 사회에서는 유능한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일에 매달리는 박선하의 모습은 박선영으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박선영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을 했기 때문에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다"며 박선하와의 공통점에 대해 말했다.

성격은 비슷했지만, 그 성격이 표현되는 방식에서 박선영은 박선하를 오롯이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수십억의 재산을 가진 새엄마 이미연(장미희)을 쌍수 들고 환영할 수 없었던 것도, 이미연이 아무 대가 없이 차려준 카페를 거부하는 박선하의 올곧음을 박선영은 쉬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었더라면 "얼마나 좋겠냐. 아버지가 혼자 사시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노년을 사시겠다고 하면 지지하는 게 가족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 어머니가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부자라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생각했을 거란다.

하지만 마냥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박선영은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오랜 시간 박선하와 함께 하다 보니 그 아이의 마음이 이해 가더라"고 말했다. 올곧게 자기 신념을 지키면서 사는 박선하의 성격이 그런 방식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그는 "어릴 때부터 강박적으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강박이나 상처들로 인해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어리광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며 살지 않았나. 그러니 그냥 받아들여도 될 것을 쉽게 받지 못하고, 제 마음도 쉽게 표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이해하며 느낀 감상을 말했다.

박선영이 '같이 살래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박선하가 이미연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이었다. 박선하가 이미연을 엄마로 받아들이면서, 지금껏 얽매어있던 부담감에서 해방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미연을 엄마라고 부름으로써 살아오면서 쌓인 상처나 강박관념들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해당 장면을 연기하며 그 어느 때보다 몰입이 잘 됐다는 박선영은 "제가 이 장면을 연기하려고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애정을 보였다.

박선하가 이미연을 "엄마"라고 부르며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듯이, 박선영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돼 10년 동안 그야말로 '소'처럼 일했었다는 박선영은 그 기간 동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며 마치 기계처럼 연기하며 '왜 연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결혼하고 나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박선영은 "그때서야 돌아보니 이 배우라는 직업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더라"고 했다. 박선하가 그랬듯, 박선영도 결혼한 뒤 완벽주의로 인한 강박에서 벗어나 즐기며 연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박선영은 '같이 살래요'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 '진실'에서 악역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박선영이었기에 이 같은 대답은 쉬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름 이유가 있었다.

박선영은 "'진실' 이후 악역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너무 악역 이미지에 갇히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진실'과는 다른 캐릭터를 하려고 애썼다"면서 "지금은 배우로서 욕심이 난다. 그때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그는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봐 못했던 장르도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저에게 주어진 것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고, 그 힘이 저를 중반까지 지탱한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동근 장미희 박준금 선생님들도 그렇게 오래 연기를 하셨는데 지금도 연기하는 걸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캐릭터를 연구하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같이 살래요'와 박선하를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 이에 박선영은 마지막으로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라며 박선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며 박선영은 "조금 여유를 가지라고 하고 싶다"고 박선하에 기대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착한 일 해서 그런 게 아닌 그냥 좋은 사람이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여유를 가지고 있는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

같이 살래요|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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