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서·DNA관리 등 고래고기 합법 유통제 허점투성이"

2018. 9. 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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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주최 세미나..'포획 금지-유통 허용' 이원적 구조도 모순
고래유통구조 개선 세미나 열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13일 울산대 산학협력관 국제회의실에서 울산지검과 고래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학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2018.9.13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불법적인 고래 포획이나 고래고기 유통을 방지하고자 고래 유통증명서 발급이나 DNA 등록·관리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법적 증명력이 부족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한울 울산지검 검사는 13일 울산대 산학협력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세미나'에서 '고래류 DNA 채취·감정, 유통증명서 발급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 검사는 "현행 법체계는 고래 포획은 금지하고 처벌하되, 혼획(그물에 걸림)·좌초(해안으로 떠밀려 올라옴)·표류한 고래는 일정한 절차와 통제 아래 유통을 허용하는 구조다"면서 "이런 이원적인 법체계가 실효성과 타당성을 가지려면 고래가 포획된 것인지, 혼획·좌초·표류한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사후적 입증 방법이 필수적이다"라고 전제했다.

그는 "그 수단으로 혼획·좌초·표류한 고래는 유통증명서 발급이나 DNA 식별을 통해 포획된 고래와 구별하려고 하지만, 많은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검사 발표에 따르면 고래 유통증명서 발급, DNA 시료 채취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제도는 2011년 시행된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근거한다.

유통증명서는 고래 1마리당 1건을 발행하지만, 이후 고래가 해체돼 수백 상자로 나뉘어 유통되더라도 상자에 별도 표식은 하지 않는다. 또 유통증명서에 거래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채 사본만 교부하거나, 아예 증명서 자체를 교부하지 않는 일도 있다.

다시 말해 유통증명서가 없는 고래고기라 하더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로 단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13일 열린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학술 세미나'에서 송인택 울산지검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 혼획·좌초된 고래류를 매각 처리하는 수협 조합장은 DNA 시료를 채집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제공해야 하지만, 시료 채취나 송부 어려움 등을 이유로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고기 전부에 대해 DNA 시료가 채집되지 않고 있다.

고래 DNA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 8천623마리 중 DNA 시료가 보유된 고래는 5천450마리로, 보유비율은 63.2%에 불과하다. 즉,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10마리 중 4마리 가까이는 DNA 기록이 없는 것이다.

합법 유통된 고래고기 DNA를 분석하더라도 고래연구센터 DB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바꾸어 말하면 고래고기 DNA가 DB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는 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거짓말탐지기가 높은 정확성에도 10% 미만의 오류 때문에 법정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고 이 검사는 밝혔다.

실제로 울산에서는 지난 2016년 경찰이 불법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을 적발해 고래고기 27t(853상자)을 압수했으나, 검찰이 '불법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약 한 달 만에 21t(703상자)을 피고인 신분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 검사는 "합법적 고래고기에 대한 DNA DB의 불완전성으로 증거법적 증명력이 상실돼 고래 보존과 유통을 동시에 보장하려는 현행 법체계에 큰 허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고시 개정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벌칙규정 부재 등 규범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면서 "실제로 DNA 채집·제공 누락이 빈번하고, 유통증명서는 사후 관리 부재로 공신력이 부족하며, 누락 없는 DNA 채집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검사는 고래고기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DNA DB를 형사재판에서 유죄 증거로 사용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으로 ▲ DNA 채집·제공과 처리확인서(유통증명서) 기재 의무 등 규범력 강화 ▲ 필요한 경우 법령에 벌칙규정을 두고, 최소한 범위만 고시 등에 위임 ▲ 불법 포획 고래는 위판을 금지하고 예외 없이 폐기 등을 제안했다.

울산지검과 고래연구센터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이 검사 외에 홍보가 울산지검 검사가 '압수 고래 환부 경과와 고래 유통 관련 국내 입법 현황'을, 김한민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가 '고래류 유통 현황과 문제점'을 각각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부기관, 연구기관, 시민단체, 학계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울산지검은 고래고기 유통구조 투명화와 체계적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자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오는 10월 11일 '고래 유통 관련 대책과 입법 보완 방안'을 주제로 2차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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