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매드니스' 관객이 말한다 "네가 범인이야!"

2018. 9.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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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연극 한 편이 대학로에서 ‘소리 없는 장기 흥행의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 연극의 한국 초연은 2006년이다. 이후 2015년 극을 재치 있고 새롭게 정비해 지금까지 ‘오픈 런’ 중이다. 이른바 ‘스타 배우’는 없지만 ‘신선함과 재미 그리고 배우들의 엄청난 연습’ 덕인데, 미용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좇는 「쉬어 매드니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Info

-장소 콘텐츠박스

-기간 오픈 런

-티켓 3만 원

-공연시간 110분 / 월~금 17:00, 20:00 / 토 13:00, 16:00, 19:00 / 일 15:00, 18:00

※9월 17일~20일 휴무

※9월 22일 토요일 16시, 19시 (13시 공연 없음)

※9월 24일 추석 휴무

※9월 25일 화요일 13시, 16시, 19시

※9월 26일 수요일 15시, 18시

출연 강우진-전재형, 김현민, 박성현

조영민-이정행, 이준혁, 김준철

조호진-김윤희, 최호승, 오영윤, 유일한

장미숙-김미진, 박새난, 서이진

오준수-양동선, 최지영, 정휘욱

한보현-문민경, 이지이, 장지희

「쉬어 매드니스」의 탄생지는 미국이다. 1980년 초연 이후, 미국 연극계에서 ‘최장기 공연 연극’ ‘전 세계 약 22개 도시에서 매일 공연’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극의 내용은 간단하다. ‘쉬어 매드니스’라는 미용실이 무대다. 이 미용실에는 원장을 비롯해 미용사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드나든다. 하지만 문제는 미용실 위층에 사는 피아니스트 바이엘 하. 그는 시도 때도 없이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미용실 원장 조호진은 그 소리를 층간 소음으로 여겨 참지 못한다.

그날도 미용실은 분주하고 유쾌한 분위기다. 커트하고, 머리 감고, 머리를 말리면서 웃음과 수다가 한창이다. 그런데 또 위층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조호진은 화를 벌컥 내며 윗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두고 미용사 장미숙과 손님 한 명이 위층으로 간다. 잠시 후 바이엘 하가 죽은 채 발견된다. 졸지에 살인 사건이 되어 버린 것. 강우진, 조영민 형사는 일단 바이엘 하의 집을 찾아간 조호진, 장미숙, 그리고 미용실에 있던 손님 두 명, 총 네 명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자신을 ‘정열의 오지라퍼’라고 말하지만 바이엘 하의 정열적인 피아노 연주를 극도로 싫어하는 조호진 원장, 매사 열정적이며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미용실 손님 오준수와 연애 중인 미용사 장미숙, 세련된 외모와 젠틀한 말투로 자신이 파는 골동품처럼 묘한 매력을 지닌 골동품 상인 손님 오준수, 전형적인 부잣집 사모님으로 교양과 우아함을 갖춘 한보현, 이 네 용의자는 거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대며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수사는 난항에 빠진다.

연극은 여느 무대와 다르다. 일단 시작부터 관객을 ‘멍하게’ 만든다. 객석에 앉으면 유난히 밝은 무대가 보인다. 딱 봐도 미용실이다. 그런데 분명 공연 시작 전인데 음악 소리와 함께 배우들이 등장해 부산스럽게 무대를 돌아다닌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머리도 감는다. 그런데 목소리는 음악 소리에 묻혀 정확하게 객석에 전달되지 않는다.

아무런 예고 없이 본 공연이 시작된다. 무대에서 형사와 용의자 간에 공방이 치열해지고 객석에서도 제각기 범인을 유추해 낸다. 그렇게 80여 분이 흘러 용의자가 좁혀지고 관객의 머리에서도 범인의 윤곽이 잡히자, 갑자기 극은 멈춘다. 그리고 형사들이 관객에게 묻는다. “잘 보셨지요. 여러분들은 이 네 용의자 중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관객은 형사 혹은 용의자들에게 극을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 특히 알리바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그렇게 약 10분간 ‘관객의 알리바이 확인 및 깨기 시간’이 흐르면 그것을 토대로 관객들은 투표를 시작한다. 즉 관객이 범인을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범인이 확정되면 공연은 관객이 지명한 범인의 알리바이를 중심으로 다시 전개된다.

이 연극이 사랑받는 포인트가 바로 이 점이다. 관객이 범인을 추리한다는 것, 그래서 매번 범인이 달라지고 그것에 맞춰 극이 네 버전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관객이 직접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는 추리,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의 소통, 정해진 대본이 아닌 실시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즉흥성, 매회 다른 결말의 반전,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극은 관객에게 유쾌함을 선사한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연극, 한마디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콘텐츠 플래닝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46호 (18.09.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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