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광고에 '사회적 메시지'..단순한 마케팅 전략?

KBS 2018. 9. 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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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오늘은 짧은 영어 문장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혹시 떠오르는 게 있으신가요?

[앵커]

너무 유명해서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나이키의 슬로건이네요.

[답변]

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일단 한번 해보라 단 한 마디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 미국 스포츠 용품 브랜드 나이키입니다.

그런데 최근 '저스트 두 잇' 캠페인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광고 한 편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번 광고에는 성별과 인종, 신체적 장애 등을 극복하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등장합니다.

내용 면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어 보이죠.

논란이 된 건 이 남성이 광고 모델로 나오기 때문인데요,

미국 풋볼 선수인 콜린 캐퍼닉입니다.

캐퍼닉은 2016년 8월 경기 직전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었던 선숩니다.

당시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이 사살되는 사건이 잇따랐는데요,

캐퍼닉의 행동은 이러한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습니다.

[콜린 캐퍼닉/미국 풋볼 선수/2016년 9월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가 알게 되고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관심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것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스포츠 시합 전 국민의례를 하기 때문에 그의 행동을 두고 애국심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비난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앵커]

당시 NFL 선수들의 무릎 꿇기 시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내놨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이키는 무엇을 생각하나”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고, 지난 5일에는 나이키가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매운동으로 완전히 죽어가고 있다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나이키 광고를 두고 미국 내 여론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캐퍼닉의 모델 기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로고가 새겨진 운동화를 불태우거나 양말을 찢고 옷을 버리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루 올랜도/나이키 광고 반대 : "좋은 광고가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건 없애버려야 합니다. 캐퍼닉이 무릎을 꿇는 바람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한심한 상황들을 보세요."]

하지만 캐퍼닉과 나이키를 지지하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조쉬 로드리게스/나이키 광고 찬성 : "전 (캐퍼닉) 광고가 마음에 들어요. 나이키의 의도가 좋습니다. 우리는 미국인으로서 한 마음이 되어야 해요. 각자 멋대로 의미 부여를 하기 보다는 나이키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해요."]

[앵커]

나이키 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도 있었는데, 실제 매출은 올랐다고요?

[답변]

네.

미국 노동절을 포함한 지난 2~4일 사이 나이키의 온라인 매출은 31%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한 수칩니다.

[앵커]

결국 나이키 입장에선 캐퍼닉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게 성공한 셈이 됐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CNN 등 다수 외신은 이번 상황이 나이키가 처음부터 원했던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나이키 고객 대다수가 10대에서 30대, 주로 젊은 세대이고 백인보다는 흑인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한 거죠.

나이키가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이키가 이번 광고로 백인 중‧장년층을 잃을 순 있지만 미래 소비층인 젊은이들의 지지는 얻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이키가 캐퍼닉을 전면에 내세운 데에 또 다른 목적도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데이비드 홀랜더/뉴욕대 스포츠 마케팅 교수 : "(나이키 광고를 통해) 흑인 차별에 저항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콜린 캐퍼닉이라는 선수를 대중에게 알리는 수단이 된 것입니다."]

나이키가 자신들의 모델로 선정한 선수들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각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인 사례죠.

나이키는 타이거 우즈가 흑인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충성 고객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죠.

[앵커]

기업 광고가 논쟁을 꺼리는 게 일반적인데, 나이키의 행보는 다릅니다.

사회적 이슈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답변]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선호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 중 57%가 기업의 정치·사회적 입장 때문에 제품을 사거나 혹은 보이콧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응답자 4명 중 1명 꼴로(23%) 가치를 나누고 싶은 브랜드를 산다고 답했습니다.

나이키가 그동안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인 겁니다.

나이키 뿐 아니라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도 지난해 성정체성과 페미니즘 등 민감한 이슈를 화합이라는 메시지로 설득력 있게 담아내 큰 반향을 이끌어냈고, 패션 브랜드 베네통 역시 전쟁과 전염병, 인종차별 등의 주제를 광고로 다뤄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착시켰는데요.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건 역시 나이키죠.

CNN은 나이키의 행보를 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는데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도박은 꽤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광고로 SNS에서 최소 4,300만 달러의 광고 효과를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엔 이민부터 기후변화 등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기업들이 분명한 입장을 나타내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세심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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