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솔개> [내 인생의 노래]

2018. 9. 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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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예나 지금이나 ‘권태 속 소음’으로 가득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소리없이 날아가는 하늘 속에

마음은 가득 차고

푸른 하늘 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스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다가와

헤아릴 수 없는 얘기 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

바로 그때 나를 보면서 날아가버린

나의 솔개여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아

경기도에서 중·고등학교 사회교사로 근무했다. 교사 시절 학교 관리자, 학부모와 충돌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민주주의다. 수능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현실 중심의 민주주의 교육을 주장하다가 학교 관리자로부터 “사회과 선생이라고 너무 나대지 마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교육청에 거짓 보고를 거부하고 나서 “당신 때문에 진급을 고대하는 부장교사나 교감의 진급이 늦어지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노골적인 협박을 듣기도 했다. 학교에서 한바탕한 뒤엔 노래방에 가곤 했다. 노래방에 가면 늘 부르는 노래가 내 젊은 시절 유행했던 가수 이태원의 〈솔개〉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컸던 1982년에 대히트했던 노래로, 김광석 등 많은 가수들이 부르기도 했다. 가사처럼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서 나의 얼굴은 점점 잃어버리게 됐고, 나도 그들과 함께 ‘우리’가 된 적도 많았다.

사회과 교과서의 내용은 법학·정치학·경제학·사회학·문화인류학·지리학·세계사 등에서 통용되는 아주 기초적이고 앙상한 개념 전달이 대부분이다. 수업의 중심 주제가 민주주의가 되기엔 거리가 멀었다. 시사주간지나 신문에 등장하는 사회 현실을 수업시간 자료로 내놓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2007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협력연구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회의 자리에서 ‘현실 중심의 교육과정’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수능은 어쩌라고”라는 반박 속에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은 굳게 지켜졌다.

교사 시절 내 학생들이 이런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회의 구조와 이 시대의 본질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누가 사회를 통제해야 하며,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이 사회의 시민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이며,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민으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어느 것 하나 학생들과 제대로 함께 배울 수 없었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가치들은 생명의 존엄성, 개개인의 자유와 고결함, 모든 사람의 동등한 가치, 남녀 간의 평등, 약한 이들과의 연대 등이라고 아직도 믿는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대학입시가 최종 목표다.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서 ‘민주주의 교육’이라는 나의 부리는 지쳐버리기 일쑤였다.

유럽 국가들은 1980년 전후로 시민교육 과목을 만들었다. 학생들을 어른들의 동료, 동반자로 인정하고 자율·존중·연대하는 ‘시민’으로 키우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2년 전 촛불집회 때에만 동료이자 동반자였나. 나이 어린 시민들이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토론하기에 과연 미성숙할까. 그들이 학교에서 현실의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한다면 불편할까. 문재인 정부는 아직도 시민교육 제도화를 망설이고 있다. 오랜만에 〈솔개〉를 부르러 노래방에 가야 할 것 같다.

김원태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 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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