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르포│몽골 카약 투어] 원시의 강물 따라 흐르며 자연의 일부가 된다!

글·사진 월간산 김기환 차장 2018. 9.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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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딩 카약으로 즐기는 몽골 툴Tuul강 캠핑 여행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름휴가를 겸한 해외 여행지로 몽골이 뜨고 있다. 3시간 남짓한 짧은 비행시간에, 성수기인 여름 날씨가 상대적으로 시원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국을 떠나 상쾌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가 역시 한국에 비해 저렴해 경제적인 해외여행이 가능한 것도 인기의 요인이다.

[월간산]몽골의 목장 옆을 흐르는 드넓은 강물 위를 패들링하고 있는 카약과 캠핑 동호인.

몽골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 나라다. 수도인 울란바토르Ulaanbaatar의 위도가 북위 47도를 넘는다. 북반구에서는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일수록 여름이 짧고 기온이 낮다. 게다가 울란바토르만 해도 해발고도가 1,300m를 넘고, 조금만 벗어나면 해발 1,500m가 넘는 곳이 수두룩해 시원할 수밖에 없다. 몽골 북서쪽의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는 한여름에도 패딩재킷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춥다고 한다.

초원과 사막은 몽골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평원과 구릉지에 형성된 넓은 초원은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이국적인 풍광이다. 몽골 남쪽 고비사막의 황량함 또한 색다른 볼거리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몽골 여행객들은 초원에서 승마를 즐기거나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여정을 선호한다. 국내에 출시된 여행상품을 살펴봐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월간산]강물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사람 하나 없는 드넓은 초원을 자주 만나게 된다.

몽골은 대한민국의 15배가 넘는 광대한 영토의 국가다. 초원과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설악산처럼 수려한 산세를 뽐내는 산악지대도 많다. 그 높은 산에서 발원한 수많은 강이 몽골의 땅을 적시며 젖줄 역할을 한다. 몽골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다면, 카약을 타고 몽골의 강을 탐사하는 모험적인 여행을 추천한다.

몽골 카약 투어는 패키지나 체험 프로그램으로 접할 수 없는 고수들의 여행 스타일이다. 며칠 동안 강을 따라 카약을 타며 자연 속에서 즐기는 캠핑의 묘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구와 일본의 카약 마니아들은 몽골의 강을 따라 장거리 여행을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카약 동호인들이 매년 몽골 강을 탐사하는 모험에 도전하고 있다. 올 여름 이들과 함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몽골의 강을 찾았다.

[월간산]1. 산에 올라 툴강과 몽골 초원을 조망하고 있다.

폭염 탈출했지만 몽골 추위에 고생

“올 여름은 날씨가 정말 이상해요. 우기도 아닌데 비가 이렇게 계속 내리고 기온이 떨어져서 무척 추워요.”

[월간산]2. 툴강 옆의 초원지대에서 만난 특이한 울타리. 자세히 보니 차량의 후드를 떼어내 붙인 것이었다.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만난 테를지 베이스캠프 관계자가 반바지 차림으로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를 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몽골의 여름은 해만 나오면 뜨겁다’는 이야기에 가벼운 차림으로 비행기에 올랐는데 낭패였다. 몽골의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테를지의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몽골도 이상기후였다. 여름철 기온이 이렇게 낮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숙소인 게르 옆을 흐르는 강물은 얼음물과 다름없었다. 며칠 동안 계속되는 비에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그대로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테를지강을 탐사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좀더 넓고 따뜻한 툴Tuul강으로 대상지를 변경했다.

툴강은 몽골의 중북부에 위치한 칸 헨테인 누루Khan Khentein Nuruu 자연보호구의 헨티산군Khentii Mountains에서 발원해 테를지국립공원과 울란바토르를 관통해 흐르는 704km의 긴 강이다. 이 물줄기는 하류에서 오르혼강 Orkhon River과 세렝게강Selenge River과 합류되어 러시아의 바이칼호수로 흘러들어간다.

[월간산]3. 툴강 바로 옆에는 숲이 형성된 곳이 많다. 하지만 물에서 멀어지면 초원이나 황무지로 변한다.

차량을 대절해 테를지국립공원 중간의 툴강과 가까운 초원지대로 이동했다. 넓은 초원을 파고든 툴강의 검붉은 강물에 손을 담그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테를지강에 비해 수온이 높아 견딜 만했기 때문이다. 카약을 조립하고 캠핑에 필요한 짐을 실은 다음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몽골의 강을 카약으로 여행을 하려면 조립식 카약이 필수다. 폴딩 카약은 무게가 10~16kg으로 접으면 대형 배낭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줄어든다. 접은 카약을 항공기의 위탁수하물로 부칠 수 있어서 해외 수송도 어렵지 않다. 부피가 큰 일체형 카약은 해외 수송시 비용이 많이 들어 여행용으로 적합지 않다.

[월간산]1. 강가에 카약을 대고 낚시에 빠진 동호인.

폴딩카약 동호인 모임인 ‘카약과 캠핑’ 카페 운영자 조구룡(50)씨는 “벌써 8년째 여름마다 몽골의 강을 동호인들과 여행하고 있는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야생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지내는 시간은 정말 특별한 것 같다”면서 “참가했던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을 ‘인생 여행’으로 몽골의 강 카약 투어를 꼽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드넓은 초원과 산을 보며 카약을 타고 며칠씩 강을 따라 여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라며, “매일 저녁 텐트를 치고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며 은하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몽골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섯 대의 카약이 천천히 툴강 위로 흘러갔다. 패들을 젓지 않아도 스르륵 하류로 떠내려 갈 정도로 유속이 상당했다. 강폭이 좁아질수록 물의 흐름이 빨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잠시 뒤 조금 더 넓은 강과 만나는 곳에서 강물이 요동쳤다. 부드럽게 균형을 잡으며 유속이 빠른 곳을 찾아들어가니 순식간에 속도가 붙었다.

문명과 동떨어진 야생의 강을 가다

[월간산]2. 툴강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조용한 캠프사이트가 수시로 나타난다.

고도차가 적은 평원을 흐르는 몽골의 강은 우리나라 강과 모양새가 달랐다. 숲이나 모래톱과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강줄기가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며 선택을 요구했다. 보통은 가장 굵은 강물을 따라 가면 되지만, 어떤 곳은 주류를 구분하기 어려운 애매한 곳도 많았다. 게다가 좁은 강에 쓰러진 나무라도 걸려 있으면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늘 진행방향을 주시하며 장애물을 살펴야 했다.

강폭이 좁은 구간을 빠져나와 넓은 강을 만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주변으로 펼쳐진 광활한 초원과 구릉지 풍경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강 옆에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는 곳에 배를 세우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오솔길을 따라 높은 바위에 올라서니 강줄기와 아름다운 바위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월간산]3. 모닥불을 피워 양갈비를 굽고 있다.

“강물만 따라가면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가끔씩 이렇게 높이 솟은 전망대에 올라야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저기 멀리 솟은 바위산들이 있는 곳이 테를지국립공원 지역입니다. 이렇게 계속 강을 따라 내려가면 울란바토르까지 갈 수 있습니다.”

산 위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니 문명 세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졌다. 휴대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는 오지에 들어온 것이다. GPS로 위치를 확인하니 테를지국립공원 한가운데를 뚫고 흐르는 강 옆이었다. 세상과 격리되어 야생에 던져진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시 강물을 타고 하류로 전진했다. 국립공원 구역을 빠져나오니 강물 주변에 인간의 흔적이 수시로 나타났다. 광활한 초원 위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유목민의 게르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세상과 가까워진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됐다. 하지만 강 옆의 리조트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듣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번잡한 시장판을 지나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

[월간산]4. 강 옆의 봉우리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 카약과 캠핑 동호인들.

울란바토르에서 가까운 툴강 일원은 테를지국립공원과 함께 몽골 사람들의 휴양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에 바닷가를 찾는다면, 이곳에서는 툴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피서를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차량 접근이 쉬운 강가에 리조트나 관광객의 캠프가 많이 들어서 있었다.

툴강에서 즐기는 진짜 캠핑의 맛!

[월간산]5. 테를지의 베이스캠프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회원들.

오후 5시를 넘어서며 인적이 없는 강가를 찾기 시작했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쉴 곳을 정하기 위해서다.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가, 초원과 나무가 적절히 섞인 강둑에 배를 댔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문제가 생기기 쉬워 조용한 곳을 찾은 것이다.

죽은 나무로 불을 피워 저녁을 해먹었다. 숯불에 구운 양갈비에 몽골 보드카도 한 잔 곁들였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순간이었다. 저녁 9시쯤 해가 떨어지자 붉은 달과 함께 많은 별이 떠올랐다. 은하수가 뿌옇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 그렇게 모닥불이 타오고 별빛이 흐르는 사이 하루가 저물었다.

[월간산]6. 강가에 앉아 밤마다 모닥불을 피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음날, 몽골의 자연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림 같은 파란 하늘이 오전 내내 펼쳐지더니 순식간에 흐려져 비를 뿌렸다. 바람까지 불며 기온도 떨어졌다. 비옷을 꺼내 입고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계속 패들을 저었다.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며 적당히 시야를 열어준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진행이 가능했다.

찻길이 가까워서 그런지 어제보다 손을 흔드는 행락객들이 더 많았다. 카약에 앉아 흘러가며 몽골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교감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강변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이들을 보니,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물이 점차 넓어지며 멀리 목적지인 ‘테를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그곳에서 툴강 투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날씨가 나빠지며 기온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툴강 주변은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라 원하는 대로 구간을 끊기가 힘들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계속 울란바토르를 거쳐 서쪽의 한적한 자연 속으로 진행이 가능하지만, 그건 다음 팀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기상 이변 속에 진행된 70여 km 몽골 카약 여행은 이렇게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월간산]테를지 국립공원 깊숙한 곳의 초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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