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약관까지 무시..보험금 안 주는 '내 맘대로 보험사'

최경식 2018. 9. 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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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소견 왜곡 지급거절
약관에 없는 규정도 들먹여
금융당국 명확한 해석 필요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보험사들이 보험약관과는 무관한 자의적 판단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행위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두 개 암보험 중 하나만 지급 '꼼수'
전직 간호사 A씨는 재작년 10월 유방암과 상피내암 진단으로 수술을 받았다. 이후 K생명에 암 진단비와 수술비를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유방암과 상피내암 진단비 및 수술비를 모두 지급하지 않고, 유방암에 대한 진단비와 수술비만 지급했다. 그 이유로는 담당 주치의의 구두 소견상 동일 종양 내에 유방암과 상피내암 진단을 받았지만, 최종 진단은 유방암으로만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A씨는 담당 주치의를 직접 만난 후 보험사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A씨가 담당 주치의로부터 받은 서면 소견내용은 "상기 환자는 침윤성 유관암과 상피내암 진단을 받은 자로서, 이것이 동시에 혼재한 경우 각각의 질병이 존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진단명이 기재되는 것에 문제가 없고, 상기 환자의 최종 진단은 침윤성 유관암과 상피내암으로 모두 볼 수 있다"며 "각각 별도의 진단으로 구분해 진단을 내릴 수 있고, 그 각각의 진단으로 수술을 시행했으므로 하나의 진단으로만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거절 사유로 주장했던 담당 주치의의 소견은 사실과 달랐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보험약관에서는 유방암과 상피내암 진단을 받게 되면 각각 해당 담보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이 동일 종양 내에서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종양으로 분류돼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형태의 종양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 가지 형태의 종양에 대한 진단비와 수술비를 모두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손해사정사 관계자는 "보험약관에서 회사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약관을 해석하고, 계약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지 아니하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그럼에도 보험사는 보험약관에도 없는 사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관에도 없는 규정으로 지급거절
주부 B씨는 발의 통증으로 보행에 불편함을 호소한 끝에 양측 중족족지관절 불안정 진단을 받고, 재작년 두 차례(8월 23일, 29일) 수술을 받았다. 이후 B씨는 S생명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금 지급에 대한 거절통보를 받았다. 보험사는 B씨가 중족족지관절 불안정 진단을 받고 수술하기 전 무지외반증으로 인한 수술을 받았는데, B씨가 시행한 중족족지관절 불안정으로 인한 수술은 무지외반증에 의해 발병한 것이므로 지급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B씨가 가입한 과거 S생명 여성시대건강보험에서는 여성만성질환 분류표에서 열거하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입원을 동반, 수술을 시행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B씨는 여성만성질환 분류표에서 열거하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입원을 동반, 수술을 시행했다. 보험약관에선 최초 발생한 질병으로 수술을 한 것인지, 어떤 질병의 합병증으로 인해 수술한 것인지 등을 묻지 않고, 여성만성질환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입원해 수술을 받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B씨의 진단이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약관에도 없는 자의적 규정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에서는 보험계약체결일로부터 2년 경과한 이후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이 재해사망보험금 규정에도 동일하게 명시돼 있었음에도 약관작성의 착오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다가 결국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도 있다"며 "약관의 효력은 그만큼 강한데, B씨의 경우 가입한 보험계약의 담보인 여성만성질환 수술비에 대해서는 구체적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험금 지급요건에 충족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S생명은 외부 의료기관에서 B씨의 진단이 여성만성질환 분류표에 해당하고 수술 후 합병증이 아니라는 소견을 받아올 경우 최종 검토해 지급보험금의 50%까지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했지만, B씨가 서울과 부산에 위치한 대학병원에서 소견을 받아왔음에도 결국 지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자의적 규정을 내세우거나 애매모호한 약관 등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이 이런 사례들을 유형화하고,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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