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강성문 일룸 대표 "동남아 이어 중국 진출도 다각도로 검토"

대담=서명훈 산업2부장, 정리=이승환 기자 2018. 9.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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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 높은 아시아 집중 공략..대만·베트남·홍콩도 진출
스타필드 고양서 '이유있는 디자인전'.."제품사용성도 주목"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산업2부장, 정리=이승환 기자 = 강성문 일룸 대표는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 쇼핑 번화가에 가구 매장 문을 열었다"며 "세계 최대 가구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지난 3일 경기도 고양 스타필드 일룸 가구 전시장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해외 진출 현황·계획을 내놨다.

강 대표는 "자녀 교육열이 높은 유교권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무조건 큰 시장에 진출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룸의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공략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진출을 위해 나라별 문화적 정서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한국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아 고품질 아동용 책상을 포함한 일룸의 가구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룸의 싱가포르 매장은 현지의 '명동'이라 불리는 오차드 로드에 자리했다. 명품 숍이 즐비한 오차드로드 메트로 백화점에 들어선 매장 규모는 661.1㎡(약 200평)이다. 지난 4월 개점한 이 매장은 아동용 책상 포함 총 430개 품목을 팔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홍콩을 시작으로 대만·베트남에 진출한 데 이어 싱가포르 공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수익 확대를 위한 중국 진출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후 경색된 한·중 관계가 지난해 말 '해빙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 청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다만 강 대표는 "아직은 시장 반응 테스트(시험)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생산 지역으로서 중국을 활용하기 쉽지는 않지만 소비 시장으로서 '핫'한 건 분명하다"면서도 "리스크(잠재적 위험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검토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현재 온라인으로 일룸 제품을 판매하며 중국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강 대표를 만난 스타필드 고양 일룸 전시장에선 '이유 있는 디자인전(2018년 8월10일~9월 9일)'이 한창이었다.

뭉게 구름 모양의 계단이 설치된 2층 침대, 높이 11cm·깊이 7.8cm의 수납공간이 숨겨진 화장대, 미니멀리즘(단순함‧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 경향)을 추구한 모션데스크(움직이는 책상) 등이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는 '숫자로 디자인하다', '배려를 디자인하다', '움직임을 디자인하다', '시간을 디자인하다'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강 대표는 "매장 콘셉트화(개념화) 작업의 하나로 진행하는 기획전"이라며 "제품 디자인 뿐아니라 사용성·내구성·안전성에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자신의 친정인 퍼시스 그룹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1996년 일룸의 모회사인 국내 4대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에 입사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한 장면이 있다고 한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한국 최고의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만듭니다. 그 제품들은 퍼시스의 책상 위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한마디에 힘입어 그는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대형 수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주요 일문일답이다.

강성문 일룸 대표가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일룸 전시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9.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지난 4월 싱가포르 번화가에 가구 매장 문을 열었다. 반응은 어떤가. ▶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건 분명하다. 싱가포르는 한국 못지 않게 교육열이 높은 시장이다. 고품질 아동용 책상을 포함한 일룸의 가구가 충분히 통할 수 있다. 현지인의 소득 수준도 높아 일룸 가구에 대한 구매 부담도 적다고 본다.

-해외 진출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은 '교육열'인가. ▶ 주요 검토 기준 중 하나다. 교육열 높은 부모들은 자녀의 건강과 안전성 등을 고려한 고품질 가구를 선호한다. 앞서 진출한 베트남·대만·홍콩도 교육열이 높은 '유교 문화권' 국가다. 소득 수준에 따라 일룸 가구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있겠지만 우리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는 무조건 큰 시장에 진출하자는 계획을 잡지 않는다. 일룸의 가치를 잘 전달하고 현지 고객과 우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가치'란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동시에 실용성을 강화한 '웰메이드 작품' 같은 가구이다.

-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로 중국 진출 가능성도 커졌는데. ▶ 중국은 세계 최대 가구 시장이다. 생산 지역으로서 중국을 활용하기 쉽지는 않지만 소비 시장으로서 '핫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섣불리 진출해선 안 된다. 업종을 막론하고 중국 진출에 실패한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리스크(잠재적 위험 요소)도 분명 존재한다. 현재 온라인 판매 채널로 제품을 현지에 유통하며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아직 시장 반응 테스트(시험) 단계다. 매장 개점 등 본격 진출을 위해선 검토 작업이 더 필요하다.

- '이유있는 디자인전'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 매장 콘셉트화(개념화)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디자인·내구성·안전성·사용성 같은 일룸이 추구한 요소들을 한 데 모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고객과 공유하자는 게 콘셉트화 취지다. '디자인'만 강조한 기획전이 아니다.

- 일룸만의 디자인은 무엇인가. ▶ 실용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미적 완성도는 조금 양보하고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제품 사용성·기능성·내구성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가구를 제조한다. 가령 가구 모서리 부분을 직선으로 떨어지게 했다면 더 그럴 듯한 디자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성과 내구성 등을 위해 직선이 아닌 약간 둥그스름하게 제품 끝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 매장에 전시된 2층 침대를 보자. 계단이 뭉게구름 모양으로 된 게, 아이들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쁜 디자인 같을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흔들림이 없이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안전'에도 큰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단순히 우리 제품 예쁘다', '북유럽 디자인 같다'고 소개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하지 않았다. 디자인과 함께 제품 '사용성'에 주목해 달라.

- 기획전 준비 때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 일단 이 전시는 가구 업계에서 상당히 실험적이고 상징적인 행사라고 생각한다. 상당 수 가구 브랜드 전시는 전시 형태를 표방하더라도, 구매까지 고려한 쇼룸(판매 전시장)의 콘셉트로 진행됐다.

우리는 '전시다운 전시를 하자'고 뜻을 모았다. 온전히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제품 구매 목적으로 방문한 소비자가 불편할 수 있어 단기 행사로 기획했다.

방문객 비율을 보면 전시회인지 모르고 쇼핑하기 위해 오는 분들이 절반 정도다. 나머지 분들은 전시회 방문이 목적인 관람객이다.

- 일룸 디자인 인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제품 디자이너 20여명, 공간 디자이너 10여명이다. 제품 디자이너들은 퍼시스그룹 계열사 통합 가구 연구소 '스튜디어 원'에 소속돼 근무한다. 일룸 본사 인근(송파구 오금동)에 소재한 이 연구소에는 현재 50~60명이 근무한다.

- 매장 콘셉트화는 산하 브랜드 출범·해외 진출과 함께 일룸의 '신사업 전략'으로 분류된다. 산하 브랜드인 데스커와 슬로우에 대한 시장 반응은 어떤가. ▶ 두 브랜드 모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폼 매트리스 브랜드 슬로우는 출범 5개월 후인 지난해 4월 현대홈쇼핑 판매 시기 때 매회 제품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 슬로우 제품 95% 이상이 모바일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지난 2016년 4월 출범한 데스커는 디자이너·스타트업을 겨냥한 사무용 가구 브랜드다.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되, '평생 사용 가구'를 지향하는 일룸의 가치도 담았다.

- 산하브랜드는 일룸의 '덩치 키우기'를 상징한다. 그래서 '일룸이 사각다각화에 적극적이다'는 분석이 많은데. ▶ 그런 시각이 많은데, 사실 다각화가 아니라 '전문화'다. 다각화라고 하려면 가구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일룸은 가구에만 '올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문화 과정을 거쳐 엣지 있는(개성 있는) 가구들을 만들자는 것이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역량을 강화해 생활 가구 업체로서의 전문성을 더 키울 계획이다.

강성문 일룸 대표. 2018.9.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어찌하든 산하 브랜드 출범으로, 가구 상품군이 다양화한 건 분명하다. 그룹 차원에선 계열사를 관리를 위해 통합 브랜드를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과거 퍼시스 경영진은 브랜드 전략 수립 과정에서 통합 브랜드 방안을 검토했었다. 단기적인 경영 효율 측면에선 통합 브랜드가 나을 수 있다. 반면 멀티(다수) 브랜드 전략은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생활용 가구 전문업체 일룸는 다른 퍼시스 계열사인 의자 전문 업체인 시디즈 등과 함께 멀티 브랜드 전략의 산물이다. 일룸 산하 브랜드 슬로우와 데스커도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들은 퍼시스 그룹 미래를 위한 사업 전문화 과정의 하나로 신사업을 하고 있다.

- 사업 중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가령 퍼시스도 사무용 가구 사업을 하는데, 퍼시스 계열인 일룸의 산하 브랜드 데스커도 사무용 가구를 판매하고 있다. ▶ 이렇게 비유해 보자. 소비자 관점에선 퍼시스가 고가의 명품 자동차 '캐딜락'이라면, 데스커는 고급스러우면서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제차 '미니'다. 퍼시스와 데스커가 같은 사무용 업체라도 고객군이 다르다.

데스커는 스타트업(신생기업)을 겨냥하는 만큼 군살을 뺀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러면서 퍼시스가 가구 제조 때 쓰는 고품질 자재를 쓴다. 평생 사용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과 고집은 데스커에도 담았다.

- 일룸의 경쟁사는 어느 업체인가. ▶ 흔히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 등을 우리의 경쟁사로 거론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룸은 제조업 기반의 회사다. 국내 생산시설에서 모든 제품을 제조한 뒤 '엄선'된 가구만 고객에게 선보인다. 이케아도 가구 제조를 하고 있지만 유통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

주요 고객층이 달라 이케아와 우리는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시장이 있는 것이고, 일룸은 그 시장을 공략한다. 다만 이케아의 진출로 한국 가구 시장이 활성화했고 일룸도 그 수혜를 받았다.

넓게 보면 빌트인(붙박이) 가구를 판매하는 건설업체가 일룸의 경쟁사다. 빌트인 시장의 수요 확대로 단품 가구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 경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슬로우 퍼니처는 소비자의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 가구나 가구 사업에 대한 확고부동한 철학이 있는 것 같다. 강 대표에게 가구란 무엇인가. ▶ 사람과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 가구의 본질이다. 목재나 철재로 만든 단순 구조물은 가구가 될 수 없다. 공간이 공간으로서 '기능'하게 만드는 것이 가구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과학적인 가구는 '의자'라고 생각한다. 침대도 비슷한 논리에서 기능성이 도드라진 주요 가구라 할 수 있다. 파고들 듯이 소재 연구를 하는 업체가 결국 '작품' 같은 의자와 침대를 만든다.

- 소비자 입장에선 일룸이 왜 '세일'을 안 할까 가장 궁금할 것 같다. ▶ 투입 자재와 공정 과정을 고려해 '받아야 하는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정찰제는 소장 가치를 제품에 부여해 소장가치와 고객 자부심을 높이는 영업 경쟁력이 됐다. 할인 매장을 찾는 고객의 발품 수고를 덜어주는 효과도 냈다.

제품을 직접 생산하면 주문 물량 예측 적중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재고가 생길 가능성도 작다. 제조 과정에서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한다.

- 앞으로 계획을 밝힌다면. ▶ 더 적극적으로 고객과 일룸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싼 맛에 구입해 쓰다가 금세 질려 중고거래로 되팔거나 버리는 가구를 팔 생각은 전혀 없다. 매출보다 고객 만족이 우선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고객 만족도)가 일룸 제품의 가치다.

가구를 포함해 소품·조명·주방 용품 등을 제공하는 종합 인테리어 판매 서비스 '홈퍼니싱' 시장이 커지면서 '제대로 만든 가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우린 이런 소비자를 위한 슬로우 퍼니처를 만든다. 가령 내 집을 마련한 뒤 평생 사용할 가구를 원하는 소비자가 저희의 주요 고객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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