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의 멘털 노트>'클럽'은 죄가 없다!.. 타수 망친 건 '당신의 실력' 탓

기자 2018. 9.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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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가 연장을 탓하랴 !

캐디·날씨·잔디·회식때문에…

주말 골퍼들 핑계 365개 이상

2006년 마스터스 우승 미켈슨

드라이버 2가지 종류 갖췄지만

환경따라 스윙 수정 등 더 몰두

美 골프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

“내 기술은 의심한 적 있어도

클럽을 의심해본 적은 없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푸른 잔디가 길게 드러누워 있는 페어웨이를 보면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멋진 플레이로 기필코 타수를 줄여보리라’ 혹은 ‘상대방을 이기리라’고 생각하면서 힘차게 티샷을 날린다. 하지만 라운드를 마칠 때면 실망으로 잔뜩 기가 꺾여 있고 풀이 죽어 있다.

골프만큼 마음대로 안 되는 운동은 없을 것이다. 누가 방해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핑곗거리가 없다. 그런데 우스갯말로 주말 골퍼의 핑곗거리는 365개 이상이란다. 동반자나 캐디는 물론 날씨, 골프장의 여건, 전날 저녁의 회식, 직장이나 가정사 등 온갖 구실을 갖다 붙인다.

골프에서 핑곗거리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건 타수는 순전히 자신의 실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리라. 그중 단골 핑계 메뉴는 클럽이다. “오늘따라 클럽이 따라주지 않네” “클럽이 내 스윙을 받쳐주지 않는 것 같아” “아직 내게 맞는 클럽을 찾지 못했더니” 등등.

조금 한다는 골퍼들은 클럽 피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경쟁자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클럽 피팅을 잘한다는 곳을 찾아다닌다. 클럽을 피팅한 후 잔뜩 기대에 차 라운드에 임한다. 하지만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클럽 피팅이 효용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골퍼에게 맞는 클럽이 있다. ‘목수가 연장을 탓하랴’라며 주말 골퍼를 타박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신체적인 조건에 맞게 드라이버나 아이언 헤드의 각이나 무게, 샤프트의 강도를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의 왼손잡이 골퍼 필 미켈슨(사진)은 200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당시 우승하기 위해 그는 2개의 드라이버를 들고 나섰다. 드로용과 페이드용 드라이버였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 3, 8번 홀은 드로 구질이 좋고 2, 5, 9번 홀은 페이드 구질이 좋다. 골프장의 특징에 따라 2개의 드라이버를 장만한 것이다. 또한 그는 웨지 샷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고, 5개의 웨지를 갖고 있다. 플레이할 때는 4개만 가지고 나가는데 코스의 세팅이나 홀의 레이아웃에 따라 웨지를 선택한다. 이처럼 미켈슨은 골프장의 환경에 따라 클럽을 바꾸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클럽을 선택한다. 클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켈슨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기 위해 샷을 교정했다. 웨지 샷의 달인인 미켈슨은 링크스 코스에 적합한 플레이어가 결코 아니었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공격적인 플레이와 높은 탄도 및 강한 백스핀의 롱 게임은 바람이 심한 링크스 코스에서 통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스윙 자세를 스핀을 적게 넣도록 수정했고 2013년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올랐다.

골퍼마다 신체적 장단점이 있다. 분명 개인에게 최적한 클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클럽이 골프 실력을 향상해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배출한 골프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도 자신의 기술을 의심한 적은 있어도 골프클럽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심리학자인 피아제에 의하면, 아이는 동화와 조절의 과정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적응해 간다. 동화란 새로운 환경, 자극을 이해하기 위해 기존의 도식(사고나 행동방식)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즉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조절이란 환경이나 자극에 기존의 도식이 맞지 않을 때 새로운 대상에 대해 좀 더 적절한 새 방법을 배워 기존의 도식을 변화 수정해 가는 것이다.

간혹 주말 골퍼 중 일부는 연장을 탓하며 끊임없이 클럽을 교체한다. 이 세상에는 ‘이것이다’라고 할 만한 최적의 클럽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 맞게 클럽을 선택하는 최선과 자신에게 맞는 훈련이 있을 뿐이다. 아이가 동화와 조절을 통해 사고를 확장해 가듯 진정한 고수가 되고 싶은 골퍼라면 클럽에 자신을 맡길 것이 아니라 어떤 클럽이라도 조절해서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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