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집값 급등에 해약 '봇물'..변호사가 얘기하는 대처법은
매도인은 중도금 받기 전 계약해제 의사 먼저 표시해야
사업가 A씨는 서울 강남 소재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최근 매입했다. 운 좋게도 계약 직후부터 아파트값이 치솟았다. 하지만 A씨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중도금 기일이 1개월가량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매도인은 1개월 이내에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해 버릴 수 있다. 매수인인 A씨가 중도금을 1개월 전에 미리 지불한다면 매도인의 계약해제를 막을 수 있을까.
◆이행 착수할 때와 착수 후
매매당사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중도금지급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중도금을 지급할 때까지)’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이는 계약체결이 된 이후라도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계약금 상당액을 손해보고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길을 열어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따라서 위 아파트의 매도인은 원칙적으로 중도금을 받을 때까지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순한 해제의 의사표시만으로는 부족하며 반드시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해야 해제의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서 ‘제공’이란 상대방이 수령을 거절하더라도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완료하면 된다. 따라서 반드시 공탁을 해야 ‘제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행착수’ 후에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은 이를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하지 못한다. 여기서 이행착수는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말하며, 중도금지급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중도금의 지급이 이행의 착수에 해당한다.
◆A씨가 중도금지급을 착수 할 수 있는 경우
그런데 위 사례의 경우 매수인이 중도금기일 전에 중도금을 미리 지급 한 것을 적법한 ‘이행착수’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긍정할 경우 매도인은 남은 중도금기일까지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된다. 판례는 “해제권행사의 시기를 이행착수 전까지 제한 한 것은 이행에 착수한 상대방의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매수인은 중도금 기일 전이라도 중도금을 매도인의 은행구좌로 송금하거나 또는 수표를 발급하여 이를 제시하면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있고 만약 매도인이 수령을 거절하면 이를 공탁하면 된다.
◆A씨가 중도금지급을 착수 할 수 없는 경우
예외 없이 매수인의 이행착수만 보호하면 매도인의 해약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판례는 그 예외를 인정해 “매도인이 미리 중도금기일 전에 민법 제565조에 기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한 경우에는 중도금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이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매수인의 기한 전의 중도금제공을 이행착수로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위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매수인이 중도금을 제공하기 전에 매도인이 내용증명으로 민법 제565조에 의한 계약해제 및 일정한 기한까지 계약금 배액수령의 의사표시를 했다면, 매수인은 그에 반해 이행기 전에 중도금지급에 착수할 수 없다. 오히려 매도인이 그에 불구하고 중도금기일까지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매도·매수인 당사자의 신속성이 좌우
결론적으로 판례는 ‘매수인은 중도금 기일 전이라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지만, 중도금 제공 전에 매도인이 계약해제 및 계약금 배액수령을 최고하였다면 그 이행착수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사례의 매수인은 매도인이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신속히 중도금을 제공하고 수령거절시 한시라도 빨리 이를 공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계약을 해제하고자하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중도금 제공 전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누구의 권리가 보호될지는 당사자의 신속성에 달려있다.
글=이기형 법무법인 명성 대표 변호사
정리=집코노미
[한경닷컴 바로가기] [글방]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