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재 J&J메디칼 사장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연구자 위해 조건 없는 '실탄' 준비"

허지윤 기자 2018. 8.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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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좋습니다.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는 혁신 아이디어를 가졌다면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하겠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과 기업, 연구자, 과학자들은 도전하세요."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J&J)메디칼 북아시아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유병재(사진) 사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만나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30여년 전, 형제들이 함께 회사를 차리고 14명의 직원과 함께 외과용 붕대를 만들어 팔던 회사가 J&J의 모태다. 1886년 로버트 우드 존슨, 제임스 우드 존슨, 에드워드 미드 존슨 등 존슨 가(家) 형제들이 미국 뉴저지주에서 의기투합해 창립했다. J&J는 57개국에 250여개 지사와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170여개국에 의료기기·의약품·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 사장은 "J&J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혁신(innovation)을 위해 외부적으로 850억달러(약95조2425억원)를 투자했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선도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최근 그룹의 주요 화두"라고 밝혔다. J&J는 수술용 로봇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중이다.

J&J에는 혁신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사업 부서인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이 있다. 이 부서는 2012년부터 스타트업 육성기관 ‘제이랩스(JLABS)’를 운영 중이다. 제이랩스는 전세계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 혁신 기술과 솔루션을 발굴해 지원하는 공모전 ‘퀵파이어 챌린지(QuickFire Challenge)’ 등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 및 캠페인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유 사장은 "J&J는 뛰어난 아이디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며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최대한 제거해 혁신가들의 잠재력 있는 초기 과학적 발견이 만개하도록 돕는다는 게 제이랩스의 설립 취지"라고 했다. 그는 "조건 없는(no-string-attached) 모델로, 기업가들이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한 채 과학적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총 27회의 퀵파이어 챌린지를 개최해 총 54개팀의 수상자를 선정해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화를 위한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시장에 제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30여건의 M&A를 맺는 등 성공률이 높다는 게 회사의 평가"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서울 이노베이션 퀵파이어 챌린지’를 개최해 현재 지원자들의 신청 접수를 하고 있다. 주제는 ‘로봇·디지털 수술( Robotics & Digital Surgery)’로, J&J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웨어러블, 로보틱스(로봇공학), 애플리케이션, 이미징, 센서 등 수술 전반에 디지털을 접목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J&J의 행보를 고려하면 수술용 로봇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 제품 연구 개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2015년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과 존슨앤드존슨의 의료기기 자회사 에티콘이 함께 2억5000만달러(약 2877억원)를 투입해 의료용 로봇 개발 회사 ‘버브서지컬’을 설립했으며, 버브서지컬은 지난해 첫번째 디지털 수술 로봇 시제품을 출시했다. 이 로봇은 영상처리, 데이터 분석, 로보틱스 등 핵심 기술들을 융합 적용해 개발한 결과물이다. 기존 수술용 로봇과 달리 구글의 이미지 검색 기능에 활용되는 인공신경망 기술을 접목해 수술 중 의사에게 환자의 몸 내부 영상 이미지를 분석해 관련 정보를 바로 제공한다.

J&J는 작년 한해에만 눈 수술, 신경혈관, 로보틱스 분야에서 인수 및 파트너십 구축에 50억달러(약 5조5975억원)를 투자했다.

존슨앤드존슨 제공

유 사장은 "J&J는 글로벌 리더로서 IT,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등 다양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유 사장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는 데는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 유전적 문제, 복잡한 발병 알고리즘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데 이를 완벽하게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이유로 선제적으로 질병을 대비할 수 있는 예방 툴(Tool)이 부재하고 개인별 맞춤형 치료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로 각각 떨어져있는 기술과 헬스케어 플레이어들이 함께 만나 각자의 지식과 기술을 공유·융합하고 각자의 기술을 더욱 증폭시켜 의료를 고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제조업의 경우 원료가 있고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해 효율적인 비용과 방법을 통해 제품화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헬스케어’는 다르다"며 "어느 영역보다 연결하고 공유하는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통해 예방 및 맞춤의료를 실현하게 되면, 헬스케어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인 ‘질병 치료와 인류의 건강한 삶’에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며 "이것이 J&J가 오픈이노베이션을 중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작지만 헬스케어 분야 성장 잠재력은 크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유 사장은 "한국은 의료기기 혁신에 있어서 떠오르는 리더"라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료진이 있고 IT 기술력 역시 우수한 점 등을 고려하면 로봇 및 디지털 수술 분야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번 퀵파이어 챌린지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 등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고 한국과 세계 로봇 및 디지털 수술의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서울 이노베이션 퀵파이어 챌린지'는 10월 5일까지 지원 접수를 받으며, 심사를 거쳐 11월 중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대 2명의 최종 수상자들에게는 총 1억5000만원의 상금과 서울 바이오 허브에 1년간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1년간 존슨앤드존슨 내 과학 및 상업화 관련 전문가로부터 멘토링을 받을 수 있고, JLABS의 글로벌 창업가 커뮤니티와의 연결 기회도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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