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2차 내일 금강산서..제주에서 태풍 뚫고 온 이산가족

2018. 8. 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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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상봉 전날 속초 풍경 이모저모
남쪽 상봉단 23일 속초에서 하룻밤 보낸 뒤
이튿날인 24일 북쪽 가족과 상봉

[한겨레]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우리쪽 최고령 상봉 대상자인 강정옥(100) 할머니가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 설악에 도착해 상봉 등록을 하고 있다. 강 할머니는 헤어진 북쪽의 동생 강정화(85) 할머니를 만날 예정이다. 속초/사진공동취재단

24∼26일 금강산에서 21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2차 행사’가 열린다. 앞서 20∼22일 열린 1차 행사에서는 남쪽 89가족 197명이 북쪽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돌아왔다.

2차 행사에 참여하는 남쪽 81가족 326명이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등록 절차를 밟았다. 애초 83가족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상봉을 하루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남쪽 한 가족, 북쪽 한 가족이 상봉을 포기하면서 최종적으로 81가족이 이번 행사에서 만나게 됐다.

지난 1차 행사에서 남쪽 이산가족이 북쪽 가족을 찾았다면, 이번 2차 행사에서는 북에 있는 가족의 신청에 따라 남쪽의 가족과의 상봉이 이뤄진다. 1차 행사는 북쪽이 주최했고, 이번 2차는 남쪽 당국이 주최한다. 예컨대 상봉 첫날 환영만찬이나 공동 점심식사 등을 남쪽이 맡는다는 얘기다.

■ 2차 상봉 최고령자 100세 할머니…태풍 뚫고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도착

이번 2차 상봉에 참여하는 남쪽 가족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강정옥(100) 할머니다. 강 할머니는 동생 강순여(82)씨와 함께 북쪽의 여동생 강정화(85)씨를 만난다. 세 자매의 재결합이다. 강 할머니는 상봉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 애월 지역에서 날아왔다. 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비행기가 뜨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날인 22일 다행히 김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북쪽 언니를 만나러 가는 강순여씨는 “언니랑은 6·25 전쟁이 나면서 연락이 끊겼다”며 “살아서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언니의 옛날 모습이 기억이 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강씨는 “(언니가) 17살에 (고향을 떠나) 옛 모습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참말로 예뻤다. 얼마나 예뻤다고”라고 했다. “잠을 우예 잘 수가 있나! 며칠 전부터 못자고 하다가 이제 만나서 헤어져도 못 잘 거 같아. 우리 형님 말은 만나면 오라 집에 가게. 제주도 말로 오라 집에 가게.” 강씨가 말했다. 제주도 말로 북녘 언니를 데리고 제주도에 가면 안 되겠느냐는 뜻이다.

■ 통일부, “예정대로 이산가족들 내일 금강산으로 이동”

이날 속초에 모인 남쪽 81가족들은 태풍 때문에 상봉행사에 지장이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북쪽에 있는 동생을 만나는 전행석(91)씨의 동반 가족인 전민근(57)씨는 “내일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며 “태풍이 오면 미뤄질 수 있다는데 순서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족들의 우려에 통일부는 ‘태풍 관련 이산가족 행사 안전대책’ 자료를 내어 “어제부터 금강산지역 현장에 잔류하고 있는 인원들은 행사장, 숙소 등 관련 시설들을 전체적으로 꼼꼼히 점검하면서 계속 관리해 나가고 있으며, 유관부처와 긴밀한 협조하에 태풍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내일 출발 일정 등을 점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모든 안전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측과도 관련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면서 비상연락채널을 통한 긴급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현재는 예정대로 우리측 이산가족들이 내일 아침 북측 금강산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향후 계속 태풍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신속하게 북측과 협의하여 일정이 조정될 수 있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연로하신 분들이 많이 참가하는 점을 감안해 가족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시하면서 동 행사가 차질없이 원만히 열릴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 구급차 타고 도착한 이산가족들…기대 부풀어 발걸음 재촉

23일 적지 않은 남쪽 상봉단 가족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공식 집결 시간보다 먼저 속초에 도착했다. 이산가족 등록은 이날 오후 2시부터였지만, 오후 12시에 이미 20여 가족이 한화리조트에 먼저 와서 등록을 마쳤다.

북쪽에 있는 조카를 만나는 안경숙(89) 할머니는 오후 12시께 구급차편으로 속초에 도착했다. 구급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지만, 거동이 심하게 불편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구급차를 부득이 이용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 ‘액자 속의 액자’ 서비스도 제공돼

상봉단이 묵고 있는 속초 숙소 1층 로비 한 켠에는 ‘이산가족 사진 촬영 및 기념액자 증정’ 코너가 마련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현장에서 바로 촬영한 남쪽 가족사진을 큰 액자에 담고, 이어 가족들이 갖고 있던 북쪽 가족사진을 스캔해 작은 액자에 담는다. 이런 방식으로 남쪽 가족이 사진 속에서 북쪽 가족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들고 있는 것처럼 합성해주는 서비스가 제공됐다.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협의해 이 부스를 운영하는 이영호 케이티(KT) 브이아르(VR·가상현실) 서비스팀장은 “1차 상봉단은 70가족이 찍었고, 이번에는 그보다 더 많이 찍을 거 같다”고 말했다. 오후 3시 기준 50가족이 촬영을 마쳤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록날인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이호길(93) 할아버지가 북쪽 동생 리준성(86)씨를 만날 때 입을 정장을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속초/사진공동취재단

23일 속초에 도착한 이산가족들은 방북 교육 및 건강 점검을 받고 하룻밤을 보낸 뒤 24일 오전 금강산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속초에서 출발한 버스는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북쪽 통행검사소에서 심사를 받은 뒤 오후 1시께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2차 행사도 지난 1차와 마찬가지로 단체상봉(2차례), 개별상봉(1차례), 작별상봉(1차례)에 더해 점심(2차례), 저녁(1차례) 식사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가족들이 만나는 시간은 12시간이다. 지난 1차에서 주요 행사가 금강산호텔에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금강산 면회소에서 단체상봉, 환영만찬 등 주요 행사가 치러진다.

한편, 정부는 이산가족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의료진 22명과 소방인력 16명을 행사에 투입하기로 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육로 및 항로 후송체계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4·27 판문점 선언 후속조처 차원에서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게 됐다.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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