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 17명 인명피해 '곤파스'보다 위험하다

2018. 8. 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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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22일 오후 10시 발표 태풍정보
속도 늦춰 23일 오후 11시께 안면도 상륙, 24일 새벽 수도권 강타 예상
강풍반경·최대풍속 곤파스와 유사하지만 영향 주는 시간 세배 길어
제주·전남 250mm·중부 100mm 폭우..서해안·경기·강원 북부 200m 이상
제20호 태풍 '시마론'과 '준 후지와라 효과'로 동편향할 가능성

[한겨레]

태풍 솔릭의 예상 진로 모식도. 기상청 제공

제19호 태풍 ‘솔릭’의 북상 속도가 다소 늦춰져 안면도 상륙 시점이 23일 밤 11시께로 전망된다. 태풍의 강도와 진로가 2010년 강화군 남단으로 상륙해 수도권을 강타한 ‘곤파스’와 유사하지만 육지에 머무는 시간이 세 배 가까이 길어 훨씬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하지만 북상 중인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솔릭을 끌어당길 경우 이동경로가 동쪽으로 더욱 꺾여 현재 예상 지점보다 남쪽으로 상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상청은 22일 “제19호 태풍 솔릭이 오후 9시 현재 중심기압 955헥토파스칼, 중심부근 최대풍속 초속 40m(시속 144㎞)의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해 서귀포 남남서쪽 약 150㎞ 부근 해상을 시속 18㎞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태풍 진행 속도가 느려지면서 23일 밤 늦게 중부 서해안에 상륙한 뒤 24일 새벽 수도권 지역을 통과해 오후에는 강원 북부를 지나 동해로 진출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운영하는 태풍 상세정보 상으로는 태풍 솔릭은 23일 밤 11시께 태안반도 안면도를 지나 육지로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솔릭은 23일 오전 9시께 목포 남서쪽 약 15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한 뒤 흑산도를 오후 2시께 지날 것으로 전망된다. 솔릭은 이후 안면도로 상륙한 뒤 오전 1시께 당진, 오전 3시 수원, 오전 4시 서울 남쪽 20㎞ 지점, 오전 5시 남양주, 오전 6시 가평, 오전 7시 화천을 거쳐 오전 10시께면 고성에서 북쪽으로 40㎞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2일 오후 4시 현재 예측되는 태풍 ‘솔릭’의 예상 이동경로. 기상청 제공

태풍 솔릭이 서울 인근을 지나는 24일 오전 4시께 태풍은 최대풍속이 초속 32m, 강풍반경 300㎞로 강도 ‘중’의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는 2010년 강풍 피해로 17명의 인명(6명 사망) 피해와 1761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곤파스’ 때보다 세력이 다소 강한 것이다. 특히 곤파스는 당시 9월2일 새벽 6시35분에 강화군으로 상륙해 시속 40~50㎞의 빠른 속도로 이동해 육지에 4시간15분 동안만 머문 반면 솔릭은 23일 밤 11시에 상륙해 다음날인 24일 오전 10시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육지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세배 가까이 늘어나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태풍 솔릭이 바닷물의 온도가 28도 안팎으로 높은 지역을 지나면서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서해상으로 북상하고 우리나라가 태풍의 위험반원인 오른쪽 반경에 들어 태풍 경로와 인접한 해안과 산지를 중심으로는 초속 40m(시속 144㎞)의 강풍이, 나머지 지역에서도 최대순간풍속 초속 20~30m(시속 72~108㎞)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태풍 솔릭은 곤파스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시간이 길어 영향력은 곤파스보다 조금이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의 세력이 강할 경우 어느 곳으로 상륙하는지보다 영향 반경이 얼마나 큰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풍 영향으로 22일부터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차차 흐려져 제주도는 오전부터, 남해안은 밤부터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는 22~23일 150~300㎜의 비가 내리고, 제주도 산지에는 50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과 경남서부에는 22일부터 24일까지 100~250㎜의 비가 내리고, 특히 전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최고 40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서울·경기, 강원, 충남, 전북 등 나머지 지역부터 24일까지 전남과 제주, 경남서부 100~250㎜(많은 곳 전남 남해안, 지리산 부근, 제주도 산지 400㎜ 이상), 서울·경기, 강원, 충남, 전북 등지에도 23~24일 이틀 동안 50~1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에서는 많은 곳은 15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할 수 있으며, 특히 서해안과 경기·강원 북부 지역에는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밖에 경남 동부, 경북, 충북에는 30~80㎜, 울릉도·독도(24일)에는 10~40㎜의 강수가 예상된다.

일본 기상청이 22일 밤 10시에 예측한 태풍 솔릭의 예상 이동경로.

한편 북상하고 있는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일본 중부지방을 관통해 동해로 진출할 경우 태풍 솔릭을 끌어가는 ‘준 후지와라 효과’(두 태풍 간 상호작용 현상)이 일어나 솔릭의 이동경로가 동쪽으로 크게 전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남영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팀장은 “두 태풍이 역회전하도록 만드는 후지와라 현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마론과 솔릭이 충분히 가까워지는 시점이 되면 간섭 현상이 일어나 시마론에 의해 솔릭이 이끌려갈 수 있다. 그럴 경우 현재 예상 경로보다 동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마론은 22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 중심부근 최대풍속 초속 43m의 강한 대형 태풍으로 발달해 일본 오사카 남남동쪽 약 10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9㎞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22일 오후 6시께 예측한 태풍 솔릭의 예상 이동경로.

이런 분석에 따라 일본 기상청은 22일 오후 10시 발표한 태풍 정보에서 솔릭이 크게 동쪽으로 전향해 변산반도로 상륙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도 오후 6시 발표에서 애초 강화군 북쪽으로 상륙한 뒤 휴전선 쪽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을 다소 수정해 한국 기상청과 유사한 경로를 제시했다. 유희동 국장도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는 결과에 따라 조금씩 태풍의 진행방향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태풍의 진로가 경기만 진입으로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화보] 태풍 ‘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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