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매출 1조짜리 메이드 인 코리아 신약 10년내 나올것"

신찬옥 2018. 8. 2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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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신약개발 전도사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교수
"'우리나라가 신약개발에 성공하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단언하자면, 10년 안에 글로벌 매출 10억달러(약 1조1240억원)짜리 '메이드인 코리아 신약'이 나올 겁니다. 그럼 세계 100위 제약사쯤 되지요. 겨우 100위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부터는 차원이 다른 경쟁을 하게 됩니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퀀텀 점프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거예요."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우리 제약의 역사를 줄줄이 읊으며 '대한민국 1호 신약'의 탄생을 예견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에는 무역상이 제약사 역할을 했다. 이후 화학 전공자들이 배턴을 이어받았고 약학, 생물학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흐름은 의료계에서 진출하고 있는 것인데, 신약개발을 위한 '다학제'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우리 바이오 생태계가 무르익으면서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가 신약개발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보는 이유는 세 가지다. 글로벌 시장이 한국 데이터를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 보건복지부가 만든 바이오펀드와 벤처캐피털(VC) 자금 등 투자가 꾸준히 늘었다는 것,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제약사들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을 받은 첫 3년 과제 중 40%가 국내에 없던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해냈습니다. 최근에 딜이 깨지면서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후보물질을 가져갔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격이 올라갔다는 뜻이에요. 지난 10년간 우수한 인력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고,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어울려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같이 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정부가 9년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유망 과제들을 적극 지원한 범부처신약개발사업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사업단은 기초연구부터 임상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유망한 프로젝트를 골라 지원하고, 심사과정에서 적절한 코칭으로 과제를 성숙시키는 '멘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교수도 1기 단장을 맡아 '흙 속 진주'들을 발견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는 "초기 범부처사업단의 과제 평가위원이 400명이었는데, 이분들이 지금 바이오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다.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을 모시는 데 공을 들였는데 저도 바이오 생태계에 일조한 것 같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달 말 서울아산병원을 퇴임하는 그는 인공지능(AI)에 주목했다. AI의 진화로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임상경험과 제약·바이오 업계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를 두루 돌아보고 내린 결론이다. 흔히 말하는 "신약개발에 10년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자금,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이 필요하다"는 시대가 가고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인력, 자본력, 노하우 없이도 좋은 AI를 만나면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예요. 앞으로 10년이 '퍼스트 인 클래스(세상에 없던) 신약'을 개발할 골든타임이고, 세계 어떤 회사든 훌륭한 AI 파트너가 있다면 하루빨리 잡아야 합니다. 3년 안에 10~20개 회사가 각각 치료 목표를 잡고 돈을 부어서 임상 1상에 진입시킬 수 있으면, 10년 내 매출을 올릴 수 있지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인공지능신약개발 지원센터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10월 15일 AI 신약개발 관련 파트너링 콘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국내외 대표 기업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다. 성공 사례는 아직 없지만 현재로서는 AI 파트너를 두는 비용이 가장 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AI라고 하면 다들 데이터 모으는 데 급급한데,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구체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든 회사도 꽤 있다"면서 "이걸 언제 만들어서 따라가나. 세계 누구든 기술만 좋다면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프로그램과 참가 기업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약개발 성공의 열쇠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파악하고 파트너링에 적극 나설 것, 글로벌 인사이트를 가지고 세계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것, 절호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전략적으로 투자와 개발에 나설 것.

한국 제약·바이오 생태계가 발전하고 있고 훌륭한 인재들이 잘 키워나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기업공개(IPO)에 너무 몰입하게 만드는 투자구조와 잦은 이동으로 이직률이 높아진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창업에 뛰어들거나 투자 분야에 진출해 생태계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한다"면서 "저도 창업과 투자자 등 다양한 길을 열어두고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전수해주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ST, JW중외, 종근당, 녹십자, 코오롱티슈진 등 향후 10년이 기대되는 기업이 많습니다. 바이오산업에 뛰어든 대기업 중에서는 SK가 가장 큰 그림을 그리면서 일관되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삼성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캐시카우를 확보하면서 방향성을 잘 잡아 기대가 되고요. 이런 선수들이 AI를 접목하면 우리 바이오산업은 새로운 '날개'를 달게 될 겁니다."

[신찬옥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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