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용 사과, 폭염에 누렇게 타고 있다..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셈"
[동아일보]
16일 방문한 경기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소야사과농장 함유상 대표(50)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농촌 마을이지만 계속된 폭염 탓에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포천은 이날도 아침부터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됐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 속에 사과나무 곳곳에는 누렇게 변색된 사과들이 떨어져 있었다. 사과들은 초록색을 띠지만 햇볕을 과하게 받으면 하얗게 변한 뒤 누렇게 바뀐다. 우리가 구입하는 빨강색 사과와는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9월 추석 상에 올릴 명절 사과(홍로) 상당수가 색깔이 변하고 당도가 떨어졌습니다. 통상 초록 빛깔을 보여야 정상인데 뜨거운 햇볕에 데여 변질된 셈이죠. 색깔이 변하면 껍질이 두꺼워지고 면역력이 약해져 병에 잘 걸립니다. 심하면 사과 속이 썩어 버려야 합니다. 여기에 새들까지 먹이를 찾아 농장을 습격해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함 대표의 농장은 약 4만6280㎡(1만3000평) 규모로 홍로와 부사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올해 사과 수확량이 줄었지만 주민 15명을 고용하며 인건비 부담은 더 늘었다. 더 큰 문제는 폭염이 계속되는데 비마저 내리지 않는다는 것. 함 대표는 관수시설을 마련해 사과나무에 지하수를 조금씩 공급하고 있지만 그마저 수량이 부족해 나무들이 말라가고 있다. “며칠 전 소나기가 내린 것 외에 비 소식이 없었습니다. 인공적으로 물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정말 비라도 많이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석(9월 24일)을 앞두고 5kg 당 3만~4만 원에 거래되던 사과가 올해는 1만 원 정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함 대표는 “추석 선물용 빨간 사과는 출하량이 예전보다 20~30%가 줄어 가격이 약간 오르겠지만 태양에 약간 데인 B급 사과는 예년과 비슷한 가격이 될 것”이라며 “다만 과일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육류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사과 판매가 줄어들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이례적인 폭염으로 과일은 물론 콩 옥수수 깻잎 배추 등 야채 농사가 흉년이 되고 있다. 실제로 포천 일동 일대 깻잎 파를 가꾸는 밭에선 먼지가 풀풀 날렸다. 야채들은 생기를 잃은 채 늘어진 모습이었다. 한 주민은 “무더위 속에 비마저 거의 내리지 않아 야채들에 물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사실상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셈”이라고 한탄했다.
포천=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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