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지사 "평창의 성공, 기적 같았다..강원도가 남북 평화시대 주도"
◆ 지자체장의 맛과 멋 ◆

지난 9일 밤 강원 춘천 부안막국수.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막국수를 맛깔나게 비비며 이렇게 말했다. 곧이어 두툼한 총떡(메밀전병)을 집어들더니 "이놈은 빨리 드세요. 식으면 딱딱해져 맛이 없습니다"라고 재촉했다. 막걸리가 상에 오르자 익숙한 듯 휘휘 저으며 "여기서는 무조건 한잔해야 합니다. 이런 곳에서 마시면 취하지도 않습니다"고 권했다.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격의 없는 자리를 즐기는 최 지사는 시장이나 골목 식당을 자주 찾는 편이다. 특히 부안막국수는 막걸리가 생각날 때마다 들르는 곳이다. 이곳은 기와지붕 아래 평상이 있는 고풍스러운 한옥집이다. 최 지사는 "여기는 분위기에 취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평창동계올림픽이 술안주가 됐다. 최문순 도정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다. 그는 평창올림픽이 누구보다 특별하다. 변방이라 불리던 강원도를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최 지사는 "기적과도 같았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강원도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찾아온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강원도에 또 다른 기회임이 분명하다. 최 지사도 한반도 평화시대 주도권 확보를 도정 최우선 과제로 꼽고 다양한 교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강원도가 냉전과 분단의 최전선에서 평화 교류의 최전선이 됐다"며 "강원도에 있어 평화는 곧 돈"이라고 강조했다.
최 지사는 강원도를 한마디로 표현해 '분단 피해지역'이라 했다. 그는 "백마고지(철원), 저격능선(철원 김화읍 감봉리 삼강령), 펀치볼(양구) 등 한국전 당시 주요 전투 대부분이 강원도에서 치러졌다"며 "그동안 강원도는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따른 개발 제한 등 각종 피해를 감수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시대에 강원도가 더더욱 주목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최 지사는 평창올림픽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반으로 2021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장웅 북한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평창올림픽 당시 공동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최 지사가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라는 독자적 대북 채널을 가지고 있는 점도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회는 남북체육교류협회와 강원도, 경기도 연천군, 북측이 2014년 제1회 경기도 연천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 제2회 평양대회, 2017년 제3회 중국 쿤밍대회를 잇달아 개최해 남북 간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쿤밍대회에서 최 지사는 북한 문웅 4·25체육단장을 만나 평창올림픽 참가를 요청하기도 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다리를 놓아준 대회이기도 하다. 4회째인 올해 대회는 10일부터 19일까지 평양에서 열린다. 대회 참가를 위해 방북할 예정인 최 지사는 "북한 체육계 관계자들과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 문제를 조심스럽게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뒷받침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과업이다. 최 지사는 "우선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은 강릉~고성 제진을 연결하는 동해북부선 철도"라며 "사업이 차질 없이 이행되고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강원도의 역할을 찾아 적극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해 북부선은 강원도가 남북은 물론 북방 경제교류를 선점할 수 있는 핵심 철도망이다. 북한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를 거쳐 유럽철도와도 연계된다. 그는 또 "춘천~철원~원산 간 고속도로 연장에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양양~백두산, 양양~원산 항공노선 취항과 속초·묵호~원산·나진을 오가는 백두산 크루즈 항로 개척 등 남북을 잇는 바닷길과 하늘길 개척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북 경제교류 사업이 본격화되면 강원 기업들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철도와 항만, 공항, 댐 건설 등에 강원도 기업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자본력과 기술력을 키우는 등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시대 등 여러 기회요인이 다양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이미 평창에 국제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다"며 "현대산업개발과 라마다 등도 2020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춘천 레고랜드에 호텔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자치단체별 현안을 챙기는 것도 과업 중 하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시·군 순회 간담회다. 최 지사는 3선 임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시·군을 순회하며 '비전 토론회'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24엔 강릉과 평창을 잇달아 방문해 강릉 옥계 비철소재융합산단 조성과 평창평화특례시 추진 등 지역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업을 다짐했다. 특히 집권여당 도지사라는 점은 강원도 현안 해결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강원도는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과 당정협의회를 열어 2019년도 국비 확보 대책을 논의하는 등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공조체계 구축에 시동을 건 상태다. 최 지사는 "동계올림픽 유산 활용과 특구 개발 지속 추진, 사계절·글로벌형 문화체육관광 중심도시 육성, 동해선 철도를 기반으로 한 동해안권 발전, 폐광지역 종합발전 및 도시재생 등 18개 시·군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중앙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춘천서 이곳 모르면 간첩…부안막국수
메밀가루·참기름 직접 뽑아 써…막국수 옛 맛 그대로 살린 비결

부안막국수는 1983년 문을 열었다. 창업주는 고(故) 김만기·임정순 부부로 1993년부터 며느리인 홍인숙 씨(66)가 가업을 이어받아 손님들을 맞고 있다. 정갈한 맛과 넉넉한 인심으로 항상 만원을 이뤘고, 개업 3년 만인 1986년에 기와지붕 아래 멋스러운 마당이 있는 지금의 건물을 세웠다. 식당은 실내 170여 석, 야외 평상 40여 석 규모로 꽤 큰 편이다. 많은 식당들이 입식 테이블로 교체하는 추세와는 다르게 부안막국수는 '좌식'을 고집하고 있다. 홍 대표는 "막국수 자체가 향토음식이기 때문에 예스러운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고집만큼이나 막국수도 옛 맛 그대로다. 이곳은 직접 운영하는 방앗간에서 메밀가루와 참기름을 그날그날 뽑아 쓴다. 이는 개업 때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또 김장철마다 동치미 육수를 직접 담가 맛이 진하다. 홍 대표는 "영업 원칙이 조리는 그날그날, 전통은 오래오래"라며 "36년 전 맛 그대로 손님 상에 오른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곳은 총떡(메밀전병)도 맛 좋기로 유명하다. 메밀을 물에 담가 불려 곱게 갈아 부친 다음 각종 야채를 넣고 돌돌 말아 만든 총떡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다.
▶▶ 최문순 강원지사는
강원 춘천 출신으로 춘천고와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영어영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방송사들이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설 당시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26대 사장(2005~2008년)을 지냈다. 2008년 제18대 국회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성한 그는 언론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1년 4·27 보궐선거를 통해 강원도지사(36대)에 당선된 후 2014년 재선(37대)에 성공했다. 재선 임기 기간이던 지난 2월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3선 고지를 밟았다.
[만난 사람 = 김경도 전국취재부장 / 춘천 = 이상헌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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