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민경숙 TNMS대표 "미디어 분석으로 '데이터 주권' 올인..사회운동가라는 각오로 달려왔죠"

우영탁 기자 2018. 8. 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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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했던 순간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만난 순간 중 어느 쪽이 시청률이 높았을까요. 많은 사람이 북미 정상회담이야말로 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이벤트였던 만큼 시청률도 더 높았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남북 정상회담이 10% 이상 높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민경숙(58) TNMS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가장 친숙하고 강력한 플랫폼은 TV”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한 국가의 국민들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동안 수집조차 힘들었던 거대한 양의 데이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많은 플랫폼에서 절찬리에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기존에 시청자가 봤던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하며 플랫폼 제국을 구축했다.

민 대표는 각국의 TV 시청률만큼 국민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고 확신한다. “많은 국민이 남북 문제에 미국이나 중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민들은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남북 문제는 ‘우리 문제’인데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외국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은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문 대통령을 보며 ‘우리 일인데 잘했으면’이라는 관심과 희망을 보인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보여주듯 시청률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납니다. 남북 정상회담 시청률이 10% 이상 높았습니다. 시청률을 통해서도 국민의 관심사와 심리를 분석할 수 있어요.”

☞ 꿈을 켜다 정부 탄압에 회의, 언론인 꿈꾸다 유학길 美·英서 ‘데이터 주권’ 의식 깨닫고 열공 코바코 입사했지만 갈증, 과감히 창업 20년 전 창업의 길에 들어선 것도 데이터에 대한 미래가치를 봤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안정된 직장이었던 한국방송광고공사(현 코바코)를 그만두고 지난 1998년 미디어데이터 기업 TNS미디어코리아를 설립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방송광고공사에서 광고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공부했는데 연구하며 방송광고산업 부흥을 위해 제대로 된 미디어데이터 집계기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더해 그에게는 당시 대한민국에 드물었던 미국·영국 동시유학 경험을 가진 만큼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다시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이 컸다고 했다. “당시에는 학부 유학은 드물었습니다. 박사 유학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일이고요. 개인적으로 집안에서도 ‘너 시집 어떻게 가려고 그러냐’고 반대가 심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유학을 위해서는 국가에서 주관하는 ‘유학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국어·국사·영어·윤리라는 이름의 반공 시험을 보고 동유럽·북한 스파이를 만나면 안 된다는 교육도 받았어요. 이렇게 어렵게 유학길에 올랐던 만큼 사업을 통해 사회운동을 하겠다는 개인적인 신념이 있었습니다.”

민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방송에 대한 꿈이 컸다고 회고했다. 초등학교·중학교 방송반에서 앞장서 활동했고 대구 지역 어린이방송 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하기도 했다고. 그래서 언론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가 대학에 진학하려던 시기의 대한민국은 언론 자유가 없었던 서슬 퍼런 독재정권 치하. 언론을 탄압하는 국가에서 언론을 배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유학길에 올랐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미디어 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방송의 공영성을 강조하는 영국을 둘 다 경험했다.

언론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영국에서의 경험은 민 대표에게 확고한 ‘데이터 주권’ 의식을 심어줬다. 그는 미디어데이터가 데이터 주권과 연관돼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TNMS는 여전히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계 회사인 닐슨코리아와 업계 내에서의 경쟁이 중소기업인 TNMS에는 벅찹니다. 눈 뜨고 정보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TV플랫폼을 보다 북미회담보다 남북회담이 시청률 높아 대통령 지지율 반영, 국민 심리 알수있어 다양한 기기 연결 TV 통한 콘텐츠 소비도

그러나 지금 세계 주요 각국은 독점적인 데이터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19년부터 시행되는 ‘네트워크안전법’을 통해 자국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막고 있다. 중국 내에서 영업하는 모든 정보기술(IT) 기업은 데이터를 반드시 중국 내에 보관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5월 유럽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도입, 해외이전 정보가 침해될 경우 소송이 가능하다. 러시아도 연방법 내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들고 러시아의 개인정보는 무조건 현지 DB에서 관리하고 이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국민이 어떤 미디어와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지 확인하는 것은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분석 수단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뉴스를 좋아하는지,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어떠한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정보예요.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합인 국민정보에는 관심이 없어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모두 결국 데이터에서 나오는 것인데 21세기의 원유로 데이터를 일컬으면서도 남이 다 가져가도록 방관하고 있는 셈이에요.”

대한민국 시장은 전 세계적인 테스트베드(신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장)로 유명하다. 각종 IT 인프라가 촘촘하게 깔려 있고 최신 기술을 이용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넓은 국토로 인해 최신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과도 또 다르다. TV에서 모바일로, TV에서 인터넷TV(IPTV)로 대세가 빠르게 변하는 한국은 다국적 미디어데이터 업체에서 군침을 흘릴 만한 시장이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TV 시청 평균 시간을 조사한 결과다.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이 10%를 넘기기 어려워졌지만 전 국민의 TV 시청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여러 기기를 연결해 TV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며 오히려 플랫폼으로서 TV의 영향력은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민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기존의 시청률 지표로는 시청자의 선호를 담아낼 수 없다. 기존 기기로는 시청자가 무엇을 보는지조차 알 수 없다. TNMS는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를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이어폰 연결단자에 꼽는 기기를 만들어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콘텐츠 경향을 분석했고 실시간 TV 시청률 대신 TTA(TV Total Audience, 통합 시청자 수)라는 지표를 만들어 IPTV·모바일 등으로 소비하는 콘텐츠의 영향력도 반영하도록 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창구는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이라는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콘텐츠를 눈과 귀로 보는 것 자체가 시청이잖아요. 마치 영화가 총 관객 수로 콘텐츠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처럼 TV 콘텐츠도 본방송이든, 재방송이든, VOD 서비스든 얼마나 봤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선보인 TTA는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재방 편성을 늘리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동안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본방 시청률이 어느 이상으로 높으면 ‘재방송’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청은 물론 어떤 기기로 봤느냐도 중요합니다. 기술발전의 척도이자 맞춤형 콘텐츠 개발에 꼭 필요한 정보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블루투스 이어폰의 수신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습니다.”

☞ 희망볼륨 키우다 닐슨코리아에 눈뜨고 정보 빼앗기는 꼴 IPTV·모바일 통합 시청자 지표 개발 등 사회환원 의무감으로 국내산업 지켜낼 것

민 대표는 자신이 버틸 수 있었던 힘으로 ‘사회 환원의 의무감’을 꼽았다. 일찍이 해외 박사학위를 받은 만큼 대학 강단에 서며 편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국가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아무도 이렇게 일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나만의 사회적 의무감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그래도 이 의무감으로 지금까지 사업을 이끌어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존심이 강했습니다. 지금과 시대도 달랐고,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정부나 업계 리더들도 못하는 일을 한다는 각오로 달렸습니다. 이들 중 누구도 나만큼 사비를 들여 한국의 산업을 일으키고 지켜보려 한 적은 없으리라 자신합니다. 사업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라는 각오로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자기 믿음으로 지금까지 달렸습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She is···

△1959년 대구광역시 △1983년 미국 미시간대 텔레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 △1990년 영국 레스터대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 △1995년 종합유선방송위원회 광고심의위원 △1997년 한국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 △1998년 TNS미디어코리아 설립(2010년 TNMS로 회사명 변경)△1999년 한국 최초 케이블 시청률 조사 △2005년 한국 최초 지상파 DMB 시청률 조사 △2008년 한국 최초 셋톱박스 시청률 조사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점유율 사업자 선정 △2015년 한국 최초 다시보기(VOD) 시청 조사 △2017년 시청자영향력지표 TTA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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