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에 속수무책 국토부..불안감에 떠는 한국 소비자

김원진 기자 2018. 8. 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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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BMW코리아가 긴급 안전진단 기간인 오는 14일까지 리콜 대상 차량 차주 10만6000여명에게 무상으로 렌터카를 지급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한국 정부의 요구에 따른 조치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BMW는 지난달 26일 BMW 520d 등 총 42개 차종 10만6317대를 자발적 리콜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차량 리콜까지 시간이 걸림에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국토부와 BMW에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차선책을 마련한 것이다.

BMW의 추가 조치가 나온 직후에도 사고는 또 났다. 2일 오전 11시47분쯤 강원도 원주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 지점에서 BMW 520d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주행 중 가속 패들이 작동하지 않아 갓길에 차를 세운 뒤 곧이어 차량 앞부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콜 대상 차량을 소유한 시민들은 계속된 화재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인선씨(44)는 지난해 8월28일 리콜대사인 BMW 520d 승용차를 중고로 구매했다. 최씨는 BMW가 자체 운영하는 중고매장에서 차를 샀고 2014년 1월 생산 차량이라 이번 리콜대상에 포함됐다. 최씨가 구입한 시점에서 주행거리는 4만6000㎞였고 지금은 6만5000㎞다.

최씨는 1일 경향신문에 e메일을 보내 “국토부와 BMW가 낸 보도자료와 다르게 아무것도 처리된 것이 없다”고 했다. 최씨는 e메일에서 “차 없이 일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저는 언제 불이 날지 모르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하고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에 탄 BMW 520d 승용차 (원주=연합뉴스) 2일 오전 11시 47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104㎞ 지점에서 리콜(시정명령) 조치에 들어간 차종과 같은 모델인 BMW 520d 승용차에서 또 불이 나 소방대원 등이 진화하고 있다. [강원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공]

다음은 최씨와 1일 저녁 통화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

-지난달 26일 리콜 발표가 있었다. BMW에서 리콜 안내를 처음 받은 것은 언제인가.

“지난달 30일과 31일에 한 번씩 문자로 안내가 왔다. 이후 리콜대상 고객센터, BMW 긴급출동, BMW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수차례 걸었지만 단 한번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차에 ‘구동장치결함’ 메시지가 떠서 가슴이 덜컹했다. 구동장치결함은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는데, 아무 데도 연락이 안 됐다. 너무 불안해서, 혹시나 사고가 날까봐, 그런데 오늘(1일)까지도 연락이 안 돼서 일산에 있는 오후 4시쯤 BMW 서비스센터에 찾아갔다”

-국토부 보도자료를 보면 14일까지 BMW가 긴급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그 전에 안전진단 예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전화가 안 되는데 무슨 예약을 할 수가 있나. 답답한 마음에 1일 오후 4시쯤 일산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찾아갔다. 예약은 안 되고 차를 그냥 놓고 가라고만 하더라. 차에 구동장치결함 신호가 떴다는 얘기를 했는데도, 그거는 바쁘니 나중에 하겠다고 하더라. 원하는 날짜에 예약만이라도 재차 해달라고 했지만 지금 모든 고객들이 비예약으로 차를 놓고간 사람만 하고 있다고 대답을 들었다. 저는 기사를 보고 찾아간 건데, 기사에 나온 대로 처리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 일단 계속 차를 몰고 다닐 수밖에 없는 건가.

“차가 애물단지다. 차로 이동하고 다니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안 된다. 폭탄을 끌고 다니는 느낌이다. 근데 이게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내 차에 불이 나면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 위험할 거 같아서 두렵다. 운전할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 너무 자주, 계속 차에서 불이 나니까 이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 된 것 같다. 차를 또 새로 사야하나 고민도 하고 있을 정도다”

-BMW와 국토부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차를 제작하고 만드는 BMW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후속조치가 너무 미진하다. 국토부도 너무 느리다. 모두가 불안감에 떠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뭔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일 BMW 520d 차량 소유자 최인선씨가 BMW 측과 통화를 시도한 내역. 최씨는 단 한 차례도 BMW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최인선씨 제공

국토부는 2일 오전 10시30분 기자들을 상대로 비공식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26일 BMW의 자발적 리콜 결정 이후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 지난 1일 BMW의 임시 렌터카 대여 조치를 협의한 뒤 연 간담회다. 국토부는 오는 3일 BMW에서 차량 결함과 관련된 기술조사 보고서를 받아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기술조사 보고서 공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사고 원인 규명에는 10개월 정도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고 원인규명은 사고차량 부품 확보가 제일 중요한데, 정부가 사고차량을 인도할 법적 근거가 없다. BMW의 협조를 받아 부품을 최대한 확보해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BMW가 현재 결함 원인으로 추정하는 이지알(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을 2017년부터 개량형으로 교체한 점에 대해 “(내부적으로 BMW가 결함을 알고 개량형으로 교체했을) 추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조사를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과 일문일답.

-일부 전문가들은 BMW가 주장하는 결함(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이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 때문에 강화된 안전기준 맞추면서 (스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충돌로) 과부하가 발생한 화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모든 화재 원인은 추정치라고 보면 된다. 면밀한 조사결과는 아니다. 내일 기술검토 자료가 오면 그것과 화재가 난 차량을 검증해봐야 한다. 지금은 여러 가지 가능성들, 전문가들 제기하는 것도 다 검토해보겠다”

-BMW의 기술자료 보고서는 공개하나.

“일단 어떤 양식으로 오는지 봐야 한다. (자료 공개가) 논쟁만 촉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있고, 반면에 시민들의 알권리 측면도 있어서 검토해봐야 한다”

-여러 전문가들도 공유하고 분석할 수 있게 자료 공개해달라.

“아직 어떤 내용이 올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BMW 측에선 기술과 경영 보호 정보가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 대외비를 붙여서 보낼 수 있다. 이 경우 보고서를 공개해도 문제 소지가 없는지 검토해보겠다”

-언제쯤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수 있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10개월 정도 걸린다. 보통 차량 사고조사 1~2년씩 걸린다. 절차가 다소 복잡하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제출 서류들을 검토하고, 국토부가 제작결함심사위원회를 열어 또 다시 논의를 한다. 만약에 제작사 이견이 잇으면 청문회 걸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서 평균적으로 10개월 정도 걸린다고 본다”

-그럼 EGR이 화재의 원인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10개월이 걸린다는 얘기인가.

“일단 결함 부품을 다 확보해야한다. 결함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부품이 정말 문제인지 다 확인해야 한다. 자료만 보고 결론을 내면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환한 부품, 화재난 부품 다 수거해서 뜯어보고 다 확인을 한다. 해당 차량은 BMW 서비스센터에 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서류는 조사의 시작이다.

-정부에는 화재가 난 차량이 없나.

“BMW와 같이 확인하고, 일차적으로 차량 부품 확인했다. 고장나고 문제된 차를 정부가 회수할 법률적 근거는 없다”

-그러면 정부는 BMW의 조사를 옆에서 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나.

“제작사라든지 차량 소유주 협조가 있어야 부품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분들이 보상이나 협의를 하기 위해서 부품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 대는 저희가 확보했는데, 확보 물량이 많아져야 증거가 된다. 저희가 BMW 코리아에 요청도 했다. 저희도 최대한 확보해서 검사할 생각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0시 28분께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305㎞ 지점 치악휴게소 인근에서 주행 중인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 등이 진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 전 10개월 동안은 BMW 차량 판매를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일단은 BMW 기술진은 EGR 결함으로 본 거고 현재 국토부는 BMW의 자발적 리콜 신고 받은 상태이다. 그리고 리콜 대상이 2016년 11월말까지 생산한 차들이다. 이후에는 부품을 개선했다고 한다. 지금 현재 판매하는 차량은 해당이 안 된다”

-다른 나라에서 판매하는 BMW EGR하고 우리나라에 장착된 EGR하고 다른가.

“BMW에선 다 동일하다고 한다”

-그러면 해외에서도 화재가 나야하는 거 아닌가.

“그 부분은 조사를 해봐야 할 사항이다”

-BMW가 EGR을 개량했다는 2017년 이후로는 유사한 화재 발생 사례가 없나.

“그렇다”

-그러면 BMW가 EGR을 개량형으로 교체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결함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 추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

-미국에선 자동차 제조사에 결함이 발견되거나 결함을 은폐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보상금액을 부과한다. 한국 정부는 BMW의 적극적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미국 같은 경우는 징벌적 배상제 운영하는 나라여서 법 제도 자체가 다르다. 우리도 그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현행 리콜 제도 개선해야할지 검토를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보상이 가능한데 이는 징벌적 배상의 범주라고 볼 순 없다”

-리콜 완료는 언제까지 되나.

“문제가 된 부품 교체 자체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3개월 정도면 부품 조달이 다 된다고 해, 독촉하고 있다”

-리콜을 했는데 또 화재가 나면 어떻게 되나.

“그런 경우 BMW는 100% 신차로 교환해준다고 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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