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혼자 입증하기 어려운 직업병, '국선노무사' 도입 추진

남지원 기자 2018. 8. 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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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김상민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듯, 직업병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할 때도 ‘국선노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까.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국선노무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국선노무사제는 직업병으로 산재신청을 한 저소득 노동자들의 노무사 선임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고용노동행정개혁위가 권고한 국선노무사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라고 밝혔다. 개혁위는 지난달 31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노동부에 산재보상 제도 개선안의 일환으로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취약한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국선노무사 제도 도입 법령을 만들고 예산을 설정하라”고 권고했다.

산재는 크게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직업병)’으로 분류된다. 산재 인정 기준이 표준화돼 있고 업무 도중에 일어났음을 입증하기가 비교적 쉬운 ‘사고’와 달리 직업병은 ‘업무 때문에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노동자가 혼자 힘으로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기 힘들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국선노무사제가 도입되면 일정액 이하를 버는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산재 신청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도 국선노무사 제도는 있지만 역할이 제한적이다. 10명 미만 소규모·저임금 사업장이 폐업해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국가가 일정액들 대신 보전해주는 ‘체당금’을 받는다. 이 때 정부가 노무사 비용을 댄다. 산재에서도 국선노무사제가 도입된다면 이 제도와 비슷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은 대략 한 해에 20억원~3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도 노동부는 개혁위의 산재 관련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개혁위는 노동자들이 좀 더 쉽게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률에 명기할 것들을 제시했다. 업무상 질병 피해자가 자료를 요청할 권리, 사업주는 조력할 의무를 법에 명문화하라는 것이다.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병에 걸린 경우들에 대해 산재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히라고 했다. 기업이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위반하면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혁위는 또 법원 확정판결을 모두 분석해 직무와 종사기간 등에 따른 유해물질 노출량을 계산한 ‘직업병 노출 매트릭스’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이를 직업병 인정 기준으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산업안전보건 담당 근로감독관을 따로 뽑아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전문 행정기관인 ‘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하라고 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는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의제로 올라가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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