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치동 맘들의 新사교육.."학원 다니듯 예체능은 K팝으로"

김효혜,박창영,양연호 2018. 7.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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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학원 일색이던 대치동에 방송댄스·무용학원 10여곳..방학맞아 초중생 자녀 손잡고 상담받는 학부모 발길 이어져
"주2회 2~3시간 수업에 수강료 月20만원선 저렴..적극성 키우고 스트레스 해소, 재능 있으면 데뷔 적극 지원"
대기업·연예기획사 손잡고 K팝 교육사업 뛰어 들기도

◆ K팝 교육이 뜬다 / ② '아이돌 교육'시키는 강남 엄마 ◆

K팝 교육 아카데미 `스테이지631`에서 연습생들이 K팝 안무를 배우기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스테이지631]
서울 강남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온통 성적 향상을 위한 교과 공부 위주 학원 일색이던 곳에 방송댄스와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K팝 학원이 들어서고 있는 것. 30일 기자가 휘문고에서 대치동 학원가까지 이어지는 길을 직접 가보니 방송댄스와 무용을 가르치는 학원만 10여 곳에 달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는 "수능 대비 학원 일색이던 이 지역에 댄스학원과 실용음악학원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뒤로는 방송댄스와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학원에 초·중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상담받으러 오는 학부모들 발길이 늘었다. 이날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함께 이 학원을 찾은 학부모 박 모씨(41)는 "아이돌그룹 워너원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유튜브에서 댄스 동영상을 찾아보며 춤을 연습하는 게 취미가 됐다"며 "걸그룹이 되고 싶다며 학원에 보내 달라는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상담이라도 받아보자는 심정으로 왔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강남 엄마들은 K팝 교육을 예체능 교육의 일환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피아노학원이나 발레학원을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는 학부모가 늘었다. 방송댄스나 실용음악학원 수강료는 주 2회 총 2~3시간에 20만원 선(정규반은 60만원 선)인데, 잠재적 기대효과에 비해 비용 부담이 작은 편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게다가 방송댄스는 활동량이 많아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판을 자극해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박씨는 "자녀가 학교 생활을 하는데 또래들 관심사와 대화에서 뒤처져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K팝 춤과 노래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자녀를 제2의 방탄소년단으로 만들기 위해 K팝 학원으로 보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사진제공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더욱이 자녀가 재능을 보여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다면 '제2의 방탄소년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 학부모도 많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얼마 전 빌보드 200차트 1위에 올라 글로벌 K팝 스타로 부상했다. 전 세계적 K팝 열풍으로 아이돌 위상이 올라가면서 자녀가 연예인이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 보컬 수업을 받게 하는 학부모 이 모씨(40)는 "적극성, 자신감, 표현력을 길러주기 위해 보낸다"며 "만약 아이가 정말 재능을 보인다면 진지하게 오디션을 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데뷔까지 하게 된다면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10대 청소년과 학부모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송댄스나 실용음악학원은 모처럼 호황을 맞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서 재작년까지 줄고 있던 방송댄스·실용음악학원이 작년에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댄스학원은 재작년 6개에서 작년 12개로 무려 2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실용음악학원도 60개에서 63개로 증가했다.

기존 입시 위주로 돌아가던 무용학원이나 실용음악학원도 앞다퉈 K팝을 가르치는 어린이 전용반을 개설하고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D학원은 아예 10대만 수강할 수 있는 '아이돌반'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와 인터넷방송 등 영향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돌그룹의 춤과 노래를 따라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3~4년 전만 해도 방학 기간에 한 반 수강생 정원(15명)을 채우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한 달 전부터 예약 문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대기업과 연예기획사도 K팝 교육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터파크가 연예기획사 티엔네이션, 댄스팀 야마앤핫칙스와 손잡고 K팝 교육 아카데미인 '스테이지631'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주로 해왔던 K팝 교육 시장에 대기업이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스테이지631에서 만난 학부모 김은정 씨(35)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살고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을 위해 매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테이지631을 찾아 댄스 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 김씨는 "딸이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보다 큰 학원에서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집에서 멀지만 이곳에 등록하게 됐다"면서 "꼭 연예인이 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걸 시켜주고 싶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겠다 싶어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을 꿈꾸는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면 바로 학원으로 넘어가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듣고 연습을 한다. 주말에는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경험을 쌓는다. 학부모들은 이를 위한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대회 준비, 오디션 준비, 성형수술까지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스테이지631에서 아이돌 데뷔를 위한 정규반에 등록해 수업을 듣고 있는 중학교 3학년 김가현 양(16·서울시 마포구)은 "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아이돌이 되고 싶다, 간절한 꿈이니 도와 달라고 했다"며 "그 뒤로는 학원을 보내주고 오디션에 갈 때도 데려다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박창영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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