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확충, 稅개편에서 찾는다] 납부기준 주소지→물건지로 바꾸면.. 지방, 수천억 확보

파이낸셜뉴스 2018. 7.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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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땅 가진 강남 거주A씨 도청 이전·신도시 건설 등
경북 호재로 가격 올랐지만 '기여도 0' 강남구에 세금 내
물건지로 稅부과해봤더니 경기·경북·경남 등 세수 증가
납부자는 추가 증세 없고 세원 배분 형평성도 지켜져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A씨는 경북 안동시 풍천면 1650여㎡ 밭을 2009년 상속받았다. 이 지역에 경상북도 도청이 이전하고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최근 부동산을 6억8000만원 수준에 매도하니 양도세 1억5000만원, 개인지방소득세 1500만원이 나왔다. 내역을 보니 지방소득세를 고향이 아닌 주소지인 서울 강남구에 납부하는 것으로 나왔다. A씨는 경북이 도청소재지를 옮기고 신도시를 건설해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 아무런 기여도가 없는 서울 강남구에 세금을 내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등에 딸리는 개인지방소득세가 물건지(부동산 소재지)가 아닌 납세자 주소지로 납부돼 부동산 가치 상승의 기여 없는 지자체에 세수가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촌인 강남권 등 서울 거주자들이 지방의 부동산을 대거 보유한 만큼 지방으로 갈 세수가 서울로 쏠린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방분권 강화를 내세우는 문재인정부의 국정기조와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개인지방소득세 납부를 현행 납세자 주소지에서 물건지로 개편할 경우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 막대한 세수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납세자의 추가 부담 없이 열악한 지방재정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재정분권을 위해 가동한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 등에서도 이 같은 개선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납세자 추가 부담 없이 지방재정 강화"

파이낸셜뉴스가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지방소득세의 부과체계 개편에 따른 세수 변화 추계'에 따르면 개인지방소득세 신고기준을 납세자 주소지에서 물건지로 개편 시 소위 땅부자와 현금부자가 몰려 있는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시의 세금은 줄고 경북.경남.제주.충남 등은 늘어 '지방재정 강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납세자 거주지별 양도소득세 결정세액은 17조7935억원(2015년 기준)이며 개인지방소득세는 10% 수준인 1조8000억원이다. 양도세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6조5407억원(비중 36.8%)으로 가장 높다. 이어 경기가 4조6397억원(26.1%), 부산 1조1941억원, 경남 7864억원, 대구 7666억원, 인천 6146억원, 경북 5730억원, 충남 4638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양도소득세 1, 2위인 서울과 경기를 합쳐 약 11조원으로, 이 중 10%인 1조1000억원이 지방소득세인 만큼 납부대상을 물건지 지자체로 돌릴 경우 이 중 상당 부분이 지방 재원으로 충당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나머지 울산.제주.대전.충북.광주.강원.전북.전남 등은 각각 3000억원 미만으로 미미했다.

개인지방소득세 귀속기준을 납세자 주소지에서 물건지로 변경할 경우 개인지방소득세가 줄어드는 광역지자체는 서울 등 주요 대도시였다.

부동산 재력가가 상당 부분 몰려 있는 서울이 -659억원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부산-185억원, 대구 -121억원, 대전 -45억원, 세종 -30억원, 울산 -23억원, 광주 -12억원이었다.

반면 세수가 증가하는 곳은 재정이 열악한 지방이 많았다. 주요 지역은 경기 228억원, 경북 208억원, 경남 154억원, 제주 120억원, 충남 118억원, 강원 64억원, 인천 53억원, 전남 47억원, 전북 41억원, 충북 31억원 등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면적이 넓고 임야, 농지 등 타 지방에 비해 지가가 높은 데다 주로 외지인이 소유한 부동산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원배분 형평성에 걸맞은 세제개편을"

부동산 개발 및 투자 등 가치 상승에 기여가 없는 지자체에 지방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은 세원배분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양도세는 지자체가 기반시설 개발.투자 등으로 부동산 가치를 올린 수익인 만큼 개인지방소득세는 물건지에 물리는 것이 맞다"며 "부동산 소유자가 강남 등 서울에 많아 물건지 과세로 개편 시 지방 재정자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세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국회는 법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지방세를 총괄하는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유한 땅의 가치가 상승했다면 그것은 지방정부에서 도로나 상하수도, 전기시설 등을 갖추면서 오른 것"이라며 "이 같은 세금을 소유주 주소인 강남에 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양도소득세 일부분을 그 땅이 있는 지방에 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정수회계사무소 세무사는 "양도소득에 대한 지방소득세를 부동산 소재지 관할 지자체가 아닌 소유자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 납부한다는 것은 미국인이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양도하고 한국 정부에는 세금을 내지 않고 미국에만 세금을 낸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밝혔다.

■지방분권 위한 세제개선 필요

지방세를 물건지에 낼 경우 지자체는 납세자 정보를 직접 다룰 수 있어 탈세에 대한 세금 추징도 용이해진다. 현행은 국세인 양도세가 국세청에 신고되면 국세청이 자동으로 지방소득세를 지자체에 통보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방소득세 관련 전산자료의 일부만 보내 각 지자체는 지방소득세의 이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납세자의 수익금, 경비 등 구체적인 내역을 파악하면 향후 탈세 추징 등이 용이해져 지자체의 세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이 개편할 경우 납세자가 국세뿐 아니라 지방소득세도 지자체별로 따로 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A지역 거주자가 A, B, C지역 부동산을 소유할 경우 지금은 A지역만 신고하면 되지만 향후 B, C 지역에도 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분권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6대 4로 조정하겠다는 목표다.

특별취재팀 팀장 정인홍 정치부장 임광복 정치부 차장 김학재 정치부 차장 박지애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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