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37도·서울 33도 "올 들어 가장 더웠다"..전국 덮친 폭염

한동희 기자 2018. 7. 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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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더위’ 최고조…삼척 37.6도·서울 33.2도 최고 기록
세종·울산·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곳곳에 ‘폭염 경보’
공사 현장서 일하던 60대 용접공 사망 등 인명 피해도 잇따라
온열 질환자 전주 대비 3배 급증…안전사고 주의보

일요일인 15일에도 찜통 더위가 이어지면서 강원 삼척시와 서울은 수은주가 각각 37.6도, 33.2도까지 올라가 올 낮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세종, 울산, 부산, 대구, 광주, 경남, 경북, 전남 등 전국 주요 지역에는 일제히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폭염 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각각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찜통더위'가 앞으로 최대 20일 가까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충북 청주에서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60대 용접공이 숨지는 등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당국 등은 본격적인 무더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5일 오후 폭염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잊고 있다./김동환 기자

◇ 폭염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티베트 뜨거운 공기…최대 20일 무더위
이날 전국은 뜨거운 열기에 펄펄 끓었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 결과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낮 기온은 강원 삼척 신기면이 37.6도로 가장 높았다. 대구 달성이 37.3도, 창녕 37.3도, 부산 금정 36.6도 등이 뒤를 이었다.

세종과 울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제주도 동부 등에는 폭염경보가, 서울과 인천(강화·옹진 제외) 울릉도 등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오는 16일 아침 최저기온은 21~28도, 낮 최고기온은 30~37도로 예보됐다. 한낮 기온은 포항·대구·경주 37도, 문경·상주·김해 36도까지 치솟겠다. 서울도 33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상청은 "현재 폭염 현상은 여름철 우리나라 더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에 대륙 열적 고기압(티베트 고원의 뜨거운 공기)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렇게 형성된 고기압 층이 매우 견고하다"며 폭염은 앞으로 최대 20일 가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번 달 25일까지도 장맛비 소식이 없다. 통상적으로 7월 24일 정도까지 장마기간으로 보지만 이대로라면 올 장마는 중부 지방을 기준으로 16일(6월26일~7월11일)만에 끝나는 셈이다. 이는 1973년 6월 30일에 끝났던 ‘6일 장마’ 이후 가장 짧은 장마다.

◇ 피서객 수난사고 잇따라…전자기기 안전사고도 유의해야
폭염 속에서 일하던 60대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14일 오후 7시 50분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의 한 축사 증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용접공 A(6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청주는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경찰은 용접공인 A씨가 폭염으로 장시간 고열에 노출돼 열사병으로 쓰러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더위를 피해 피서지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물놀이 사고가 잇따랐다.
15일 오후 3시 37분쯤 전북 순창군 팔덕면 한 하천에서 산악회원들과 물놀이하던 B(5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오후 2시 56분쯤에도 충북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의 한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C(78)씨가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물에 빠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C씨는 결국 숨졌다.

전날 오후 6시30분쯤에는 강원 양양군 서면 가라피계곡서 물놀이를 하던 이모(53)씨가 심정지를 일으켜 119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같은 날 오전 9시45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앞바다에서는 스쿠버 다이빙 중 호흡곤란으로 심정지를 일으킨 홍모(47)씨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다.

15일 낮 12시쯤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무궁화호에서 일부 승객칸에서 에어컨이 고장났다. 에어컨이 고장난 칸에 탑승한 승객 20여 명은 찜통더위에 불편을 겪다가 결국 에어컨이 작동하는 다른 칸으로 옮겨탔다. 코레일 측은 무더위로 에어컨을 계속 작동하다 보니, 에어컨 부품이 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13일 사이 온열질환 환자가 145명으로 전주(7월 1~7일) 52명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집계를 시작한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366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사망자는 2명이다.

서울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발효된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바닥분수를 찾은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 성형주 기자

더위를 식히기 위해 휴대용 선풍기(손풍기)과 에어컨 등 냉방제품 사용이 늘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에어컨· 선풍기 등으로 발생한 화재는 총 1523건이었다. 인명피해는 사망 10명, 부상 66명 등 총 76명으로 나타났다. 선풍기 · 에어컨 관련 화재는 6월 184건으로 5월 96건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다. 7월에는 387건, 8월에는 426건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한동안 켜지 않았던 선풍기와 에어컨은 사용 전에 쌓인 먼지를 충분히 제거하고 이상 유무를 점검한 후 가동해야 한다"며 "휴대용 선풍기의 경우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인지를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마솥더위, 지칠 때는 ‘무더위 쉼터’ 이용…소방서도 ‘폭염 대응 체제’
무더위에 사건·사고가 속출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각 지자체들은 구청,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 경로당, 노인복지관, 은행 등을 활용해 ‘무더위 쉼터’를 구축했다. 외출 시 무더위에 지치거나 잠시 쉬어갈 곳을 찾는다면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면 된다. 무더위 쉼터는 전국적으로 4만5000개소가 있다. 위치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와 시청, 구청 홈페이지, 안전 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무더위 쉼터'에서 어르신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행정안전부는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이 평년(23.6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무더위 쉼터 이용객의 편의와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올해 냉방비 예산을 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99.2% 늘렸다. 소방당국도 '폭염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폭염 대응을 전문으로 하는 구급차를 지정해 얼음조끼 등 응급처치 장비를 갖추고, 예비 소방펌프차도 추가 편성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위험 시간대' 활동을 줄이고, 활동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챙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술이나 다량의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도 위험하다.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뇌졸중 등이 있는 사람은 폭염에 더 취약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일사병과 열사병이 생기면 환자를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시원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내려준 뒤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 환자에게 수분 보충은 도움이 되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말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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